• 자주파 출신 생활인들과의 대화 ②
    "나도 후배 권유로 이석기 후보 찍었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2012년 06월 19일 06: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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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문제에 대한 진보진영의 태도

    정종권 : 북한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자. 북한에 대한 진보진영의 태도와 생각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는가?

    최연석 : 북한 문제는 한국의 현대사와 이어지고 있다. 1945년 광복 이후 우리나라 진보진영이 가지고 있는 문제 혹은 딜레마 중의 하나가 이념적으로 우측에 있는 민족인사, 예를 들면 김구, 장준하 같은 분들도 진보진영이 감당해야 했다는 점이다.

    현재 종북과 같은 문제에 대해 일시적으로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논의를 해서 진보가 지향하는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 북한 사회는 사회주의나 혁명이라는 관점에서 논하는 것은 별도로 보더라도, 인민의 먹고 사는 생존권 기본권을 해결하는데 실패한 체제이다. 그런 북한을 우리가 어떻게 끌어안을지 고민해야 한다

    또한 남북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막연히 종북 논란을 피하기 위해 회피하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간다면 진보적 의제 전체가 이 문제에 의해 저지되고 왜곡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종권 : 그 말은 사회주의의 문제는 별개로 치더라도, 북한이 실패한 사회라는 것을 분명히 하되 북한에 대한 비판의 전제는 한반도 평화라는 점, 국민들에게 마치 진보정치가 북한 사회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여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최연석 : 종북주의 비판이라는 것으로 우리 사회의 친일 문제나 외세의존적 문제를 덮고 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박정희가 처음 윤보선과 대선 경쟁을 할 때 윤보선으로부터 종북세력, 빨갱이라고 비판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박정희가 “이러한 반공 메카시즘에 넘어갈 만큼 우리 국민들의 수준 낮지 않다”라고 연설했다는 것을 노회찬 의원이 밝혔다. 역설적으로 종북, 빨갱이 논란 이후 다른 지역에서 다 졌는데 호남에서 박정희 몰표가 나와서 박정희가 영구집권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는 점이다.

    안용정 : 지금 나오는 종북 논란을 보면 아직 국민 정서에 레드 컴플렉스가 남아 있기때문에 발생하는 문제 같다. 어떠한 입장을 가지든 본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걸 구속하는 (사회 체제의) 문제가 있다. 북한 문제가 우리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있고, 또 진보는 북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방향 설정을 해야 하는지 논의하고 합의해야 하지만, 본인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국회 입성은 안된다고 하거나 사상을 검증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평화의 문제로 북한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는 점은 동의한다. 한 가지 개인적으로 걱정이 되는 것은 남북의 벽이 허물어지고 왕래가 자유로워질 때 북한의 현 체제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는지도 우려된다. 북한 내부의 혼란이 가속화될 여지도 많다는 의미이다.

    북한 문제, 양심의 영역인가

    정종권 : 북한이 진보가 지향해야 할 사회체제가 아니라는 점, 북한 문제를 논의하고 비판하는 전제가 남북 평화이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북의 3대 세습 문제를 거론하면 ‘그것은 북한의 내정문제’라고 회피하거나 반박하는 경우를 보는데,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북한의 내부 정책이나 정치적 결정 같은 것에 대해 남한의 책임있는 진보정당이나 세력이라면 자기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왜냐면 남한의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한 진보정당의 입장을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대중정치를 한다고 하면서 이정희 전 대표처럼 그것은 양심의 문제, 침묵할 양심의 자유라고 얘기하는 것은 좀 넌센스라고 보는데?

    안용정 : (이정희 전 대표의 발언은) 정황적으로 보면 3대 세습을 인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3대 세습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찬성한다, 반대한다 이런 이야기를 굳이 해야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3대 세습이든 무엇이든 모든 쟁점에 대해 다 입장을 밝히고, 또 그런 모든 쟁점에 대한 입장을 보고 투표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정종권 :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국민들은 진보정치를 하는 사람에게 “너네가 말하는 진보의 구체적 상은 무엇이냐, 북한 사회가 너희가 지향하는 사회냐, 재벌 해체가 너희 입장이냐,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한 입장은 무엇이냐” 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묻는다. 그리고 그런 의제에 대한 입장을 가지고 국민들은 진보정당을 새누리당이나 민주당과 무엇이 다른 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최연석 : 진보진영에서도 북한 인권에 대한 제대로 된 실태를 파악하고 인권이나 3대 세습 문제에 대해서는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 차원이나 외교 관계적 측면은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또 북한 사회를 인위적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은 안되지만 시민단체나 진보정당에서는 그런 지점에 대해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3대 세습 같은 것은 남한 사회에서도 봉건적 유물의 하나일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도 그런 모습이 없는 지를 살피면서 함께 비판해야 한다. 이병철-이건희-이재용의 3대 세습 혹은 상속도 그렇게 비판할 수 있다.

    정종권 : 3대 세습에 대한 비판 여부가 국회의원 자격을 따지는 기준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진보진영이 해야 할 숙제의 하나인 것도 분명하다. 가령 국민들은 박근혜에게 ‘당신은 당신 아버지 박정희의 516쿠데타와 그의 독재정치에 대해서 어떤 입장이냐’고 묻고 이에 대한 답변을 박근혜에 대한 국민적 검증의 기준으로 삼는다.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한 진보정당의 입장, 평화를 전제로 하더라도 북한의 사회모델이 진보가 지향하는 모델이 아니라는 점, 북한의 세습 정치에 대해서 비판적이라는 점은 밝힐 수 있고 밝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진보정당의 진보에 대해 국민들도 판단할 수 있다고 보는데?

    안용정 : 우리 사회에서 레드 컴플렉스의 산을 넘지 못하고 갇혀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그런 것에서 오는 움츠리거나 피해의식 같은 것이 있다. 그런 점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입장을 강요하는 하나의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좀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북한 문제에 대해 지지든 비판이든 자유롭게 이야기를 해야 하지만, 반드시 입장과 태도를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최연석 :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 국민들에게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 남북의 평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북한 3대 세습이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거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북한을 반드시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그것에 담긴 내용이 바로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습이나 상속의 부정적 유산을 극복하거나 인권의 개선과 생존권의 보장 같은 것 말이다.

    정종권 : 예를 들면 이석기의 ‘애국가는 국가(國歌)가 아니다’라는 식의 발언은 위험하다고 본다. ‘나라와 국민을 존중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꼭 그것이 국민의례를 하거나 애국가를 부르는 것으로 제한되어서는 안된다’, 뭐 이런 식으로 대응을 해야 하는데, 아예 애국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식으로 나아가는 것은 국민들의 정서와 더 괴리되는 것으로 보인다. 종북논란이나 북한 문제보다 더 좌경적이고 맹동적인 발언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 같다.

    안용정: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은 필요하다. 북한의 3대 세습 등에 대해서 자유롭게 논의하고 토론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것을 인정하든 비판을 하든, 자유롭게 논의를 하고 일정한 합의점을 만들어가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논의의 전제가 비판해야 한다, 문제제기 해야 한다고 미리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통합진보당 내에서도 회피하거나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제한이 없이 논의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그런 기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

    최연석 : 조금 정치적이었으면 한다.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에 대해서 ‘비핵개방3000’을 얘기하는데, 단순화시키면 ‘너희가 우리 말 잘들으면 먹을 것 주겠다’는 내용이다. 남에게 거슬리는 언어, 거부감과 굴욕감을 주면서 협력과 화해하자고 한다면, 말이 안된다. 이런 식의 접근법은 정치가 아니다. 관련된 사건이나 문제의 당사자에게 ‘너는 이것은 잘했는데 이것은 좀 문제가 있다. 너도 이것에 대해서는 좀 참아라’, 뭐 이런 식의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당의 공식 입장보다는 시민단체가 그런 밑바탕을 만들고 형성해줘야 한다. 애국가 문제도 그런 것 같다. 애국가가 처음 만들어지고 확산된 과정을 보면 나라를 대표할 만큼 엄청나게 좋은 노래가 아니라는 것은 아는 사람은 안다. 하지만 그것을 여태껏 국가를 대표하는 노래로 알고 있고 계속 불러왔는데, 굳이 애국가가 잘못된 거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난 당신들이랑 다르다’라고 말하는 것이고 잘못되었다고 본다.

    정종권 : 애국가 문제는 이석기 의원이 좀 좌경적으로 접근한 것 같다. 구청같은 곳에서 행사하는 걸 보면 국민의례 시간에 태극기에 대해 경례는 하지 않고 나름 존중하는 태도를 취하는 사람을 가끔 본다. 그런 존중 방식의 다양성으로 접근할 것을 이석기 의원은 오히려 유연하지 못하고 경직되게 접근한 것 같다. 오히려 문제를 키운 꼴이다.

    진보정당이 나아가야 할 길

    정종권 : 80년대 운동권,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등 이런 부류의 사람이나 집단들이 평범한 생활인들과 대중들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운동권 정서과 사고방식을 탈피하면 되는 것인가? 구 당권파만 축출되거나 나가면 통합진보당의 문제는 다 해결되는 것인가?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들을 포함한 우리 진보운동이 성찰하고 다시 도약하고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안용정 : 첫번째로 인간, 사람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다음으로 먹고 사는 삶의 문제. 마지막으로 하나의 방향만 있는게 아니라 다양한 생각을 가진 상대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자세와 문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브라질 노동자당의 경우 당원들의 노선이나 의견 분포에 따라 그 비율만큼 대의기구에서 대표를 하고 있다(정책명부 비례대표제를 얘기하는 것). 그렇게 어느 일방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세력들과 의견들이 공존하고 상호경쟁하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진보신당의 경우, 개인적으로 보기에 정당이라고 하기보다는 사회단체 성격이 더 강한 것 같다. 정치라는 건 협상이다. 100%의 요구를 하지만 100%가 안된다고 그만둘 수 없는 것인데, 진보신당에서 받은 인상을 100%가 아니면 안된다고 하는 모습 같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나는 내 생각대로 그냥 간다’는 모습이고 그래서 대화가 잘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그러니까 조직이나 세력의 확대도 어려울 것 같다. 일종의 순결주의 같은 것이다. 대중을 책임지고 집권해서 나라를 운영하겠다는 대중정당의 입장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이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인상이고 느낌이다. 이런 말 했다고 욕 먹을 것 같다.(웃음)

    최연석 : 우선 대중 속으로 다시 들어갔으면 좋겠다. 고통받고 억압받는 대중 속으로 들어가서 당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려는 초심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통합진보당의 구 당권파나 진보신당이나 진보세력 전반에 대해 말한다면, (진보가) 소수화 된다는 것은 관료화 된다는 것이고, 관료화는 사람의 얼굴을 가린다는 것이다.

    본인들끼리만 좋아서 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조직 바깥으로 나가보면 아롱이 다롱이 등 사람들이 참 다양하다. 우리가 손 잡아줄 사람들이 많고, 그 많은 사람들과 함께 숨쉬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실천하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눈에 잘보이지 않는 정파나 비공개 그룹이 아니라 대중들에게 직접 의견과 주장을 이야기하고, 비판 받을 것은 받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는 지도자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종권 : 두 분 다 통합진보당이든 진보신당이든, 진보정치가 지속될 때까지  그 당의 당원이나 지지자로 남아 있을 건가?

    최연석, 안용정 : 그렇다. (웃음)

    * 그 뒤 좌담을 마무리하고 좀 더 얘기를 나눴다.
    최연석씨는 자신이 통합진보당 당직자로 있는 후배의 권유로 비례대표 경선에서 이석기 후보를 찍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석기가 누군지 알지도 못하고 아는 후배의 권유로 찍었을 뿐이고, 이번 비례대표 부정선거 사태가 터지면서 얼굴도 알았다고 한다. 그런 문제 있는 사람인지는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최연석씨는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당을 대표하는 비례대표 혹은 당의 지도부라는 사람들은 일정한 대중성을 가진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친구나 후배의 권유가 있을 수도 있고 또 지인들이 추천하는 후보가 있을 수도 있지만 결국은 본인이 그 사람의 적격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들에게 드러나고 대중에게 알려지고 검증된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두 처음부터 그럴 수는 없지만, 적어도 중책을 맡은 사람들은 아래에서부터 대중들에게 드러나고 또 검증되는 과정이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 지적들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등록 직전에 입당하여 당원이 되었고, 지역위원회의 대의원이나 집행부로 활동하면서 대중적으로 검증받은 적이 전혀 없었던 이석기씨에게는 아픈 지적일거라는 생각이 든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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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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