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얼굴마담, '영자'의 삶
[타인의 삶] 여덟번째 - 게임 운영 노동자 '영자'씨
    2014년 02월 17일 11: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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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 게임 중독 문제를 논란 삼아 ‘셧다운제’ 등 게임 규제가 수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게임의 유해성도 입증할 수 없을 뿐더러 건전한 취미를 규제하려 드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

현재는 노동당으로 이름을 바꾼 진보신당은 교과부가 학교폭력 예방 대책으로 발표한 게임 규제 방안에 대해 “학교폭력 예방 패치들은 임팩트가 거의 없는 사실상 너프가 된 쓰렉패치였으며, 괜히 트래픽만 높여 버퍼링만 증가시키는 것”이라는 논평을 낸 바 있다. 진보정당이 낯설기만 했던 게임 유저들이 ‘성지순례’하러 당 홈페이지를 방문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논평이다.

게임 유저들에게 특히 RPG 게임은 또 다른 삶의 공간이다. 게임 속의 캐릭터는 자신의 영혼이자 자아이다. 네모난 컴퓨터 안에서 작은 우주가 펼쳐지는 것이다.

여기서 게임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행정부와 사법부, 입법부의 역할까지 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유저들을 돕고 있다. 때로는 버그를 해결해주고 때로는 유저간의 분쟁을 중재하기도 하고, 악성 유저는 처벌하기도 한다. 이벤트를 만들어 유저들을 기쁘게 만들기도 하고, 각종 궁금증을 풀어주는 역할도 한다. 이들은 바로 ‘운영자’, 줄여서 ‘영자’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운영자’가 게임 유저에게 어떤 존재인지 묻자 ‘버그 해결사’, ‘욕먹는 사람’, ‘동네북’, ‘동네 죽사발’ 등이라고 한다. 운영자의 처지에 대한 답이 많았다. 일부는 운영자에 대해 ‘영자는 게임유저에게 원수. 분노, 증오, 경멸의 대상’이라고도 한다.

누가 보아도 녹록치 않은 직업이란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보다 ‘영자’로 호명되는 일이 더 많았던 ‘영자’씨를 만났다. 생각보다 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노동환경도 좋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강하다. 이들이 게임 상에서 유저들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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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여진: 자기 소개 부탁드린다.

영자: 이름은 영자라고 해달라. 29세, 게임 운영자 경력 4년 차이다.

장여진: 어떤 게임의 운영자인가?

영자: 온라인 게임이다. 장르로 말하자면 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접속해서 게임 상의 자기 캐릭터를 키우는 게임이다. 게임 시간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24시간 게임이 운영되며, 그래서 운영자는 번갈아가며 당직을 서야 한다. 새벽 시간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깐.

RPG 게임의 한 장면

RPG 게임의 한 장면

장여진: 운영자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영자: 제일 많이 하는 일은 고객 불만 처리이다. 자기 아이템을 상점에 팔거나 없애놓고 다시 복구해달라고 하는 요청이나, 버그가 발생했을 때 처리하는 일 등을 한다.

운영자, 보통은 파견직부터 시작…3교대 근무에 구조조정 당하기도 쉬워

장여진: 보통 한 게임 당 게임 운영자는 몇 명이나 있나?

영자: 회사마다 다르지만 내가 있는 곳은 00명 정도가 있는데 현재는 00명으로 줄었다.  (인터뷰이의 신상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숫자는 밝히지 않는다) 다른 회사의 경우 100명씩 있는 것도 있다.

회사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구조조정을 하는 곳이 게임 운영팀이다. 일종의 CS전담이다 보니 회사 내에서 하대하는 경향이 있다. ‘너희는 불만 처리 하는 사람들이지 프로그램 개발 같은 기술도 없지 않냐’는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보통 먼저 잘리는 곳이 운영팀이다. 운영팀은 구조조정 하기 쉽기도 하다. 계약직이 가장 많은 팀이기 때문이다. 다른 팀은 대게 정규직이만 운영팀은 계약직을 많이 뽑는다.

장여진: 어째서 계약직을 많이 뽑는 건지?

영자: 유저들의 불만 처리와 게임 서버 운영 상황을 체크하는 일이 주요 업무인데 보통 불만처리는 계약직이, 버그 발견은 정규직이 많이 한다. 비율도 계약직이 더 많다. 계약직 3명에 사수 개념으로 정규직 1명이 있는 형식으로 구성돼있다.

나는 정규직 운영자였기 때문에 불만처리 업무는 많이 하지 않는 편이지만, 계약직은 정규직이 되기 위해 정말 경쟁도 많이 하고 노력도 많이 한다. 불만 처리를 몇 건 했고, 그 처리된 업무에서 해당 유저가 평가를 어떻게 했는지에 따라 인사평가에 반영된다. 그래서 계약이 만료될 때 그 평가에 따라 계약을 연장하거나 정규직이 되거나 잘리는 것이다.

특히 게임은 24시간 돌아가는 거기 때문에 다른 팀은 그런 일이 거의 없지만 운영팀은 무조건 번갈아가며 당직을 서야 하는데, 보통 당직 업무를 계약직이 한다. 나 같은 정규직은 9시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고 당직은 번갈아가면서 1명만 하지만, 계약직은 4~5개조가 3교대씩 근무해야 한다. 어제는 새벽에 출근했는데 오늘은 아침에 출근하고 이런 식이다. 그래서 오래 일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몇 년 만 일해도 시니어 급이 될 정도로 퇴사율이 높은 편이다.

장여진: 잘 이해가 안 가는데 결국 하는 일은 비슷한데 왜 누구는 계약직이고 누구는 정규직인가?

영자: 확실한 건 아니지만 경험적으로 판단해보면, (대학) 4년제 출신은 정규직으로 2년제 출신은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것 같다. 분명 비슷한 나이에 똑같은 면접을 본 직원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은 정규직, 한 명은 계약직으로 채용됐었다. 보니깐 4년제와 2년제의 차이더라.

그리고 대부분의 게임 회사들은 운영팀 직원들은 아예 계약직만 뽑아서 정규직으로 승진시켜주는 구조로 만들었다. 아니, 사실은 파견직부터 시작한다. 파견직 1~2년 하다가 잘 되면 계약직 되는 거고 또 계약직 1~2년 하다가 잘 되면 정규직 되는 식이다.

나도 이 회사에 입사할 때 다른 회사도 합격했었는데 거기는 연봉 1800만원에 퇴직금이 포함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었다.

장여진: 현재 회사 임금 조건은?

영자: 거기보다는 조금 높고 퇴직금도 별도이지만 상여금, 인센티브 이런 건 전혀 없다.

장여진: 게임 운영자로 취업할 수 있는 조건이나, 회사가 게임 운영자를 채용할 때 주요하게 판단하는 것은 무엇인가?

영자: 회사 입장에서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을 채용하려 한다. 게임 유저들과 직접 대화를 해야 하니깐 게임 지식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특히 자기가 담당하는 게임은 많이 해야 한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게임업계에서 일하고 싶지만 프로그래밍 등 특별한 기술이 없기 때문에 운영자를 지원하는 거다. 일부 운영자인 직원들은 향후 게임 개발이나 마케팅, 게임 분석 등 다른 일을 하기 위해 경력을 쌓기 위해 운영자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인내심과 체력, 서비스 정신도 있어야 하니깐.

장여진: 영자씨도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 업계에서 일하는 것인가?

영자: 그렇다. 중학교 때부터 게임을 많이 했었다. 특히 온라인 게임. 게임 하느라 학교도 안 갈 정도로 많이 한 편이다. (웃음)

운영 방식, 콜센터와 유사…감정노동, 인사평가 방식 똑같아

장여진: 유저들이 제기하는 불만은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나?

영자: 불만이 접수되면 담당 서버로 분배가 되고, 거기서 돌아가면서 답변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가끔 특정 운영자를 호출하며 답변해주길 바란다는 유저가 있는데, 그럴 경우 해당 담당자에게 전달해주기도 한다.

장여진: 구체적으로 평가 방식은 어떻게 하나

영자: 무조건 정량적으로 개수와 유저들의 평가로만 평가한다. 그러니깐 쉬운 질문은 쉽고 빠르게 답변도 가능하고 평가도 좋지만, 정말 어려운 질문은 답변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데도 무조건 1개 불만 처리로 되니깐 거의 운발이다. 특히 이미 화가 많이 나있는 유저의 질문은 아무리 답을 잘 해줘도 평가를 낮게 주기도 하니깐 이런 질문 들어오면 서로 처리를 안 하려고 할 때도 있다.

장여진: 불만처리는 주로 계약직만 한다고 했는데 정규직은 불만처리는 아예 안하나?

영자: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거나 혼자 결정하기 힘든 질문은 정규직이 처리하고, 일반적인 불만 접수는 비정규직이 처리한다.

장여진: 일반적인 콜센터 운영방식과 굉장히 비슷한 것 같다.

영자: 맞다. 끊임없이 불만을 처리해야 하고, 그 처리 결과에 대해 고객이 평가하면 인사에 반영되는 것. 진상도 많고 감정 노동을 많이 하고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이직률도 높은 것도 다 그렇다.

다만 비정규직은 어려운 일만 하고 정규직은 쉬운 일만 하거나 논다는 불만도 있지만 업무 자체가 다르다. 정규직은 이벤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이 주요 업무이다. 그래서 동일 노동인데도 누구는 비정규직이고 누구는 정규직이고 이런 상황은 아니다.

부모님은 잘 계신지 안부 묻는 유저들, “애미 애비가…”
운영자에게 욕설하는 유저 많지만 제재 조치 전혀 없어

장여진: 게임 유저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것들은 보통 어떤 내용들인가?

영자: 자기 아이템을 상점에 팔았거나 없애놓고 다시 복구해달라는 경우가 많다. 그럼 보통 서비스 차원에서 해준다.

말이 안 되는 것도 있는데, 게임 상에서 상대 유저랑 전투를 벌이다가 실력이 부족해서 져놓고선 고의적으로 자기를 괴롭히고 있다고 중재해달라는 경우이다. 그러니깐 계속 같은 유저랑 10번 전투를 해서 10번 죽임을 당했는데 그걸로 운영자에게 따지는 거다. 게임을 이상하게 만들어서 자기 캐릭터가 죽었다. 그럼 우리는 위로해줘야 한다. ‘굉장히 속상하셨겠네요. 저도 게임 하는 사람 입장으로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분쟁에 개입할 수 없으니 양해를 부탁합니다.’ 이런 식으로.

자기 손가락 컨트롤 못해서 죽은 건데 우리가 뭘 어떻게 하겠나. 우리가 개입해서 상대 유저에게 ‘이 유저 죽이지 말아주세요’라고 할 수도 없지 않나 (웃음)

장여진: 그러면 그런 불만 처리는 달래주는 것으로 해결하는 건가?

영자: 그렇다. 어쨌든 답변을 해줘야 하니깐. 다만 말로 싸울 때 게임 상에서 욕을 한다거나 성희롱 발언을 하는 유저는 실제로 제재 조치한다. 우리가 채팅한 내역을 확인해서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다면 접속 1일 차단 등의 조치를 한다.

장여진: 최악의 유저 유형은?

영자: 서비스 불만이 아니라 그냥 게임에서 PVP(Player VS Player) 하다가 자기가 져 놓고선 우리에게 화풀이 하는 사람이다. 하루에 1번씩 불만 접수를 한다. 불만 내용도 전투 과정에서 게임 규칙 등에 불만이 있으니 이렇게 저렇게 개선해달라가 아니라, ‘운영자 죽어라’, ‘길 가다 쳐 맞아 죽어라’ 등의 온통 욕만 보내는 경우이다. 우리 부모님 안부도 많이 물어보신다. 애미, 애비 이러면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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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런 불만 내용 보고 정말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무조건 죄송하다 이렇게 해야 하니깐.

운영자에게 욕설 자제 해달라고 답변해주고 싶어도 위에서는 무조건 죄송하다는 말만 쓰라고 한다. 운영자가 자극 받는 거 보고 싶어서 욕하는 거니깐 그냥 기계처럼 똑같은 답장만 보내면 제 풀에 죽을 꺼라는 거다.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실제로 내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받지 않나. 피가 거꾸로 솟을 것 같은데. 그나마 다행인 건 화면상에서 벌어지는 일이니깐 내가 숨 돌릴 시간을 찾을 수 있다는 거다. 만약 그런 욕설을 유선 전화로 했다면 정말 내가 그 유저를 찾아갈 뻔했다.

장여진: 다산 콜센터의 경우도 상담원에게 계속 욕설 한다면 나중에 블랙리스트에 올려 형사 고발도 하는데, 최소한 운영자에게 욕한다면 접속 1일 금지 등의 제재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영자: 그렇긴 한데 한국사회는 서비스직이 무조건 굽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장여진: 그래도 참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

영자: 우리가 감정노동에 시달린다는 걸 회사가 잘 모르는 것 같다. 서비스 지원은 운영팀만 하다 보니 다른 팀은 우리가 뭐 하는지 잘 모른다. 왜냐하면 고객이 보낸 문의나, 상담 내역 등도 다른 팀에게 보여주는 것도 개인정보보호 위반이니깐 그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는 거고. 그러다보니 이 정도일 줄은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

장여진: 그런 최악의 유저 사례 비율이 어느 정도인가?

영자: 정말 많다. 요즘에 LOL이라는 게임이 정말 유명하다. 옛날에 스타크래프트처럼 거의 게임 시장을 다 장악하는 게임인데, 그 게임이 욕 많이 하기로 유명하다. 유저끼리의 싸움도 많은데 정말 쌍욕을 하면서 싸운다. 그런 분위기가 팽배하다보니 운영자들에게 끼치는 악영향도 있는 것 같다. 옛날에는 게임을 해도 욕하면서 싸우는 일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에는 게임 하면서 욕하면서 싸우는 경우가 많고, 거기서 화 난 사람들이 우리에게 신고하거나 화풀이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빨리 처리 안 해준다고 욕하기도 하고.

장여진: 게임 유저에게 들었던 말 중 가장 모욕적이었던 말은?

영자: 너 월급 100만원이나 받냐, 이 게임은 너 때문에 망할 꺼다 라는 말이다.

게임 선호도 문제여서 내가 해결해줄 수 없는 문제인데도 당장 내일이라도 반영시키라고 억지 부르면서 ‘시급 받는 알바 주제에 네가 뭘 아냐’, ‘게임을 알기나 아냐’고 매도할 때이다. 그 때 일하면서 처음으로 울었었다. 실제로 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내가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나 해서. 지금은 아무리 쌍욕해도 까딱 안한다. 부모님 욕할 때는 좀 욱하긴 해도.

“그들에게 게임은 삶의 터전, 그래서 운영자 괴롭히고 좋아하기도 하는 것”

장여진: 운영자이기 때문에 좋은 일은 없나?

영자: 운영자가 유저들의 불만을 처리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 게임을 대표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게임 ‘와우’ 유저들 사이에서 와우 운영자가 어떻게 보면 스타이다.

운영자들은 단순히 전화나 메일로만 상담해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게임 상에 나타날 때가 있다. 그러면 유저들이 운영자가 나타났다고 엄청 몰려와서 되게 좋아해준다. 보고 싶었다고 말해주는 유저들도 있고. 마치 맨날 정치인 욕해도 실제로 마주치면 ‘우와!’ 하는 것처럼. (웃음)

우리는 그저 유저들이 느끼는 불만을 처리해줬는데 고마워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누구 운영자님 받으세요’라는 편지랑 같이 과일 같은 거 보내주는 유저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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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여진: 기억에 남는 CS처리는?

영자: 우울증 비슷하게 앓고 있는 유저가 있었다. 직접 본 건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우리한테 보내는 문의 내용이 모두 ‘영자님, 저 우울해서 살고 싶지 않아요’ 이런 거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나는 사람들과 소통도 안 하고 게임만 한다. 그래서 이것조차 없으면 정말 죽을 것 같다’는 거다.

그래서 그 유저만 보면 너무 마음이 아파서 정말 진심을 다해서 ‘우리 게임을 좋아해주는 건 감사하지만 게임 말고도 세상에는 좋은 것들이 많다. 먼저 다가가면 사람들이 마음을 열 것이다’라는 식으로 답장을 보내다가 정말 마음이 아파 울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또 그 유저가 답장으로 ‘진심으로 답해줘서 고맙다’고 와서 그거 보고 또 울었다.

이외에도 게임 질문이 아니라 자기 개인 사연 보내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그 때 울고 웃었던 적이 많다. 연애 상담, 군대 문제, 인생 상담 같은 게 많았는데 그런 거 보면서 게임 안에서도 사람 사는 맛 같은 걸 느꼈다.

장여진: 정말 재밌던 일은 없었나?

영자: 게임을 같이 하는 어떤 커플이 있었는데, 게임 내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운영자에게 주례를 서달라고 했다. (웃음)

자기들 캐릭터에도 정장 비슷한 복장 입혀주고, 결혼식처럼 복도도 만들어주고 운영자가 유저들에게 몇 일, 몇 시에 결혼식 하니깐 와달라고 공지도 하고 다른 서버 운영자들도 접속해서 축하해달라고.

장여진: 정말 했나?

영자: 정말 했다. (웃음) 결혼식 날 다른 서브 운영자들이랑 다 같이 박수도 쳐주고.

장여진: 박수는 자판으로 ‘짝짝짝’ 쳐준다는 건가? (웃음)

영자: 그렇다. 그러면 화면에 ‘장여진님이 박수를 칩니다’ 이런 게 막 올라온다. (웃음)

가끔 저런 식의 문의가 올라오면 우리가 일종의 이벤트로 기획해주는 거다. 유저들에게 추억꺼리를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정말 진심으로 기뻐해주면서 해준다. (웃음)

어떻게 보면 운영자의 일은 굉장히 감성적인 일이다. 유저들에게 그 게임은 자기의 삶의 터전이다. 지금 우리가 이곳에서 커피 마시고 대화하는 게 삶의 터전이지만 그들에게는 정말 게임이 삶이기 때문에 운영자를 괴롭히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하는 것 같다.

업무지식 위해 하루 3시간 직접 게임…신분 숨기고 정모 나가기도

장여진: 서버 운영자를 하려면 그 게임에 대해 정말 많이 알아야 하는데 따로 게임을 해야 하나?

영자: 당연하다. 팀장이 내 캐릭터가 몇 레벨인지, 몇 시간 했는지 확인해서 게임 시간이 적으면 뭐라고 한다.

장여진: 게임 시간도 일종의 근태 관리에 들어간다는 건가?

영자: 말하자면 그렇다. 자기가 담당하는 게임을 잘 알아야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여진: 그러면 근무시간에 게임을 하는 건가?

영자: 원칙적으로 근무시간에 게임할 수는 있기는 하지만 근무시간에는 문의 처리 일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잘 하지 못한다. 그래서 퇴근하고 집에 가서 한다.

장여진: 퇴근 후? 얼마나 자주 하는가?

영자: 하루에 최소 3시간 정도 한다.

장여진: 결국 9시부터 6시까지 근무하고 퇴근 후 집에서 야근하는 것과 같은데, 자기 생활은 어떻게 하나?

영자: 못하는 거지 뭐. 우리야 9시 출근 6시간 퇴근이니깐 그나마 퇴근 후 3시간 하는 거지, 문제는 3교대 하는 계약직들이다.

장여진: 그렇게 게임하는 것이 솔직히 재밌나?

영자: 재밌기는 한데 이게 일이 되니깐 재미가 없다. 어느 정도 의무감으로 하다 보니 그렇다.

장여진: 운영자가 자기 개인 캐릭터로 게임 하다보면 웃지 못 할 일도 있을 것 같은데.

영자: 일단 운영자가 게임할 때 필요한 원칙이 있다. 누가 내 캐릭터 괴롭힌다고 운영자의 권한을 이용하지 말 것 등등. 우리 회사에서는 없는 사례이긴 하지만 다른 회사의 경우 운영자가 자기 캐릭터에 몰래 좋은 아이템 넣다가 걸린 사례도 있다.

나 같은 경우 게임 하면서 길드 정모에 몇 번 나간 적 있다. 그런데 길드 유저들은 내가 운영자인지 모르니깐 내 앞에서 운영자 욕을 막 할 때가 있다. 내 욕. (웃음)

실제로 내 운영자 이름을 거론하면서 ‘걔 웃기지 않냐?’, ‘일처리 이상하게 하지 않냐?’, 이런 식으로 내 욕을 엄청 하더라.

장여진: 표정 관리 어떻게 했나.

영자: 그냥 모른 척 해야지. (웃음) 화나지도 않았고 그냥 다 이해했다. 어떻게 보면 그 친구들이 했던 말들은 사실은 좋은데 괜히 툴툴거린 거였다. 일종의 츤데레.(웃음)

이런 게 참 재밌다. 같이 게임하는 게임 상의 친구들은 내가 운영자인 줄 모르고, 내 친구들이 보내는 불만 처리를 내가 처리하는 등의 이중생활의 묘미가 있다.

장여진: 운영자가 일하다가 신상 털린 적은 없나?

영자: 내가 일한 곳은 없었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SNS 등에서 자신이 무슨 게임 서버 운영자임을 밝히지 말라고 교육하기도 한다.

유저들이 불만 처리에 불만을 갖고 회사로 직접 찾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는 방문고객 대응팀에서 대응한다.

장여진: 얼마나 방문 고객이 많기에 따로 대응팀이 있나?

영자: 찾아오는 유저들이 정말 많다. 메일이나 전화로 해결이 안 되니깐 왜 처리 안 해주냐고 온다. 사실 와도 안 되는 일인데도 온다. 제주도에서 온 사람도 있었다.

게임 상 친구에게 좋은 무기를 빌려줬는데 그 친구가 실수로 없애버렸다든지, 사기 치고 안 줬다든지, 그런 거 돌려달라고 오는 사람이 많다.

이외에도 길드에서 발생한 문제를 회사가 개입해서 해결해달라는 것도 많다. 단순히 우리 게임이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등의 의견을 피력하려고 오는 사람도 있다.

특히 회사는 그런 방문고객을 위해 방문고객 대응팀에 경호원을 배치하기도 한다. 우리 회사는 그런 경우가 없었지만 소위 ‘조폭’이 많이 한다는 모 게임회사 경우 진짜 사시미 칼 들고 찾아가서 협박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회사에서는 그런 일은 없었다.

장여진: 게임 회사, 이런 건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 있나?

영자: 사실 유저들이 바뀌는 걸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회사에서는 운영자들이 유저들의 불만을 직접 해결하기 때문에 당신들이 개발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보이지 않게 우리가 상처를 많이 받고 있는데 그런 걸 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심한 버그가 발생할 때가 있다. 아이템을 상점에 팔 때 회사에서 1원을 지급하는 게 버그가 발생해 1만원을 지급하면 게임 내 경제가 무너지고 회사에도 타격을 준다. 이런 버그가 발생하면 운영자들이 일일이 잘못 지급된 돈을 회수해야 한다.

그런데 개발자들은 운영자들이 좀 고생해서 회수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수정은 나중에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운영자들은 그걸 회수하려면 야근해야 한다. 운영자들의 고생을 유저들은 모르더라도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알아줘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장여진: 욕설하는 유저들에 대해 제재 조치는 안 바라나?

영자: 이미 내가 게임 업계 생리에 찌들어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실 극성인 유저들이 사실 돈을 많이 쓰는 유저이다. 스스로가 VIP이니까 그만큼 대접 해달라는 거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장여진: 앞으로 게임 운영자에서 더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영자: 항상 생각했던 거지만 온 가족이 즐기는 게임을 만드는 게 꿈이다.

장여진: 게임 운영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영자: 우리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즐기면서 일을 했으면 좋겠다. 물론 운영자들이 감정노동도 많이 하고 그럴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사실,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많다. 힘들 때도 있지만 유저들과의 사이에서 발생한 즐거운 에피소드들을 누리면서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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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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