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 사진전,
니콘은 일방 취소를 철회하라
    2012년 06월 18일 03: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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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홍 사진전 소개 엽서

오는 6월 26일부터 신주쿠 니콘 살롱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안세홍 사진전 『겹겹 ∼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전 일본군 ‘위안부’의 여성들』을 취소한 니콘의 입장에 대해 한국의 사진가들은 예정된 날짜에 개최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사진가 안세홍의 전시에 대한 일방적인 취소 통고는 지금까지 니콘이 지향해 온 사진 문화에도 걸맞지 않으며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신뢰 관계에도 어긋납니다. 또한 이 사진전의 취소에 대한 ‘사정상의 판단’이라는 모호한 설명도 작가 뿐 아니라 사진을 사랑하는 일반 시민들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의 사진가들은 이 사진전 취소에 대해 항의하며, 다음과 같은 이유로 안세홍의 사진전이 정상적으로 개최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첫 번째로 ‘표현의 자유’입니다. 카메라가 특정인에게만 판매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사진도 무한한 표현의 자유를 갖습니다. 우리는 카메라를 통해 사진을 찍고 이것을 자신의 양심에 따라 타인에게 보여줍니다. 니콘은 그러한 카메라 메이커로서의 사명을 인식하고, 니콘 살롱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옹호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귀사 니콘 살롱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사진 문화의 보급과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사진 전시장” “많은 사진가와 사진애호가 여러분에게 사진 활동의 장소를 제공해 왔습니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안세홍 사진전을 취소한 것은 스스로 지켜왔던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 됩니다.

두 번째로 ‘신뢰’의 문제입니다. 사회는 신뢰 관계를 갖고 움직입니다. 그것이 없다면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혼돈이 초래될 것입니다. 이는 정치 경제 사회 뿐 아니라 문화예술에도 적용됩니다. 신뢰에 상처가 생기는 것은 금전적으로 계산할 수 없습니다. 귀사의 니콘 살롱은 일본에서도 저명한 사진가들이 심사위원을 맡아 전시 작가를 선정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이는 니콘이 그들에게 책임을 부여한 것이고 작가는 심사위원을 통해 귀사와 신뢰 관계를 갖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 취소 과정에서 어떤 심사위원도 그런 통고를 받은 바 없다 들었습니다. 그것이 외부의 압력에 의해 결정되었다면 니콘은 안세홍 작가와의 신뢰 뿐 아니라 전 세계 니콘 사용자와의 신뢰도 저버리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세번째로 ‘역사적 기록’에 대한 문제입니다. 니콘은 전후 획기적인 SLR을 개발해 전 세계 사진인들의 환호를 받았으며, 사진가들은 그 카메라로 반세기에 걸쳐 역사를 기록해 왔습니다. 베트남전에서의 탁월한 기록들 대부분이 니콘에서 나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피해와 가해의 문제를 떠나, 종군 위안부 여성의 문제는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안세홍 작가는 니콘 카메라로, 2001년부터 오랜 기간 중국을 오가며 종군 위안부 여성들의 삶을 기록했습니다. 그런 사진을 거부하는 것은 니콘 스스로가 역사적인 기록성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니콘은 안세홍의 사진전 취소를 철회하고 예정된 날짜에 개최할 것을 요구합니다. 한국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니콘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으며 동시에 위안부 여성에 대한 깊은 고통을 느끼고 있음을 상기해 주기 바랍니다. 표현의 자유와 사진계의 신뢰, 그리고 역사 기록이 모두 니콘의 존재 의미라는 점 또한 상기해주시기 바랍니다.

니콘이 그저 카메라 브랜드의 하나가 아니라, 사진사의 명맥과 사진 문화를 주도해 온 사진 역사의 일부라는 믿음이 저버려지지 않도록. 한국의 사진가들은 이번 전시의 취소와 관련해 니콘의 방침을 주목하고 이에 대응하겠습니다.

이상엽/사진가

* 안세홍 사진전 『겹겹 ∼ 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전 일본군 ‘위안부’의 여성들』을 예정된 2012년 6월 26일 개최할 것을 니콘에 요구하는 한국 사진가들의 성명서입니다. 이에 동의하시는 사진가분들은 제게 메일을 주시기 바랍니다. inpho@naver.com

필자소개
이상엽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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