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민영화 쓰나미
    그리고 보건복지부의 궤변
    [민중건강과 사회]제4차 투자활성화대책이 가져올 재앙
        2013년 12월 24일 04: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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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월 13일 정부는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자회사 설립을 통한 영리병원 허용, 부대사업 범위 대폭 확대, 병원 인수합병, 광고 규제 완화 등 병원의 이윤추구 경쟁을, 영리약국 허용 등 광범위한 문제점들이 있다.

    투자활성화대책의 대부분이 의료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려는 자본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의료체계와 민중의 건강에는 문제를 만들 수 있는 계획들이다.

    이미 박근혜 정부는 의료관광호텔을 국회 논의도 없이, 공개 공청회 한 번 없이 통과시켰다. 그리고 지금도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민간보험회사가 환자를 유인 알선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철도노조의 파업과 철도민영화 반대 여론이 증가하는 시기에 투자활성화대책이라는 의료민영화 종합 계획을 냈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방적 의료민영화 추진 계획이다.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 정책은 평생을 생존을 위해 노동하다가, 그 노동으로 병을 얻게 되는 노동자 민중들에겐 쓰나미와 같은 재앙이다.

    “진짜 미칠 노릇입니다”

    정부는 철도와 마찬가지로 자기 정책은 의료민영화가 아니라는 변명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시민들은 의료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을 의료민영화로 부르고 있고 이것에 반대하는 것이다.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이 발표된 후 15일 저녁, 의료민영화가 네이버 검색어 1위가 되었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의료민영화에 반대한다는 서명 운동이 범람했다. 하루 1,700만 명이 방문하는 네이버의 검색어 순위는 월요일에도 내려오지 않고 밤까지 지속되었다.

    또한 아고라에서 한 네티즌이 일요일부터 시작한 서명운동은 하루 만에 목표 1만을 넘어 현재 10만 명을 넘었다. 이 네티즌은 “의료민영화 법안 통과된 거 아시죠?”, “진짜 미칠 노릇입니다”, “2010년부터 떠들썩했더군요. 왜 그때 우린 알지 못했을까요?” 라며 전 국민이 반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의 연대체인 ‘무상의료운동본부’의 서명운동도 하루만에 1만 명이 서명을 했다.

    이 일련의 사건들은 다음의 두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의료민영화가 무엇인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고, 둘째, 그 의료민영화가 영리병원 허용과 같은 의료의 ‘영리화’를 의미한다면 전 국민이 들고일어나 반대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양영순 작가의 웹툰도 다시 확산되고 있다. 이 웹툰은 필리핀에서 젊은 여성과 아이가 교통사고로 죽어가고 있는데도 돈이 없으므로 치료할 수 없다고 명랑하게 말하는 의사의 모습을 그리며, 한국 땅에서도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이익만 추구하는 자들에게 내던지려 하고 있다’는 경고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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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민영화가 아니라는 보건복지부의 궤변

    의료민영화 반대 여론이 들끓자, 보건복지부가 진화에 나섰다. 4차 투자활성화대책이 의료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영찬 복지부 차관은 영리병원 추진하지 않는다고 직접 나서서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다음 아고라에 ‘보건복지부도 의료민영화를 반대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정부는 “의료민영화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며, 건강보험을 잘 지키고 있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건강보험을 민영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국민은 병원이 영리추구를 하는 것, 돈벌이 경쟁에 내몰리면서 병원의 본분을 잃어버리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완전히 다른 것을 의료민영화라고 정의하면서 4차 투자활성화계획이 의료민영화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복지부는 해명하는 글에서 병원의 영리 자회사 설립과 인수합병 허용, 법인 약국 허용을 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세계가 부러워하는 훌륭한 의료시스템’을 위해 추진한다고 말한다. 예전엔 의료선진화라는 포장이라도 했지만 이번에 박근혜 정부는 노골적으로 ‘병원의 경영효율성·수익성이 약화’되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수익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을 위한 투자활성화대책으로 발표한 정책을 의료민영화 논란이 생기자 국민들을 위한 대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기만적이다. 이러니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말이 안통하네트’로 부르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해명은 이렇게 궤변일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을 따져 봐도 틀린 것이 많다. 건강보험을 잘 지키겠다고 하지만 건강보험 보장성은 이미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병원도, 의료비도 그대로 지키겠다고 하지만 이미 병원은 돈벌이 경쟁에 내몰리면서 과잉진료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척추전문병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고령인구가 60% 느는 동안 척추수술은 600% 증가했다.

    정부의 이번 투자활성화대책은 이러한 병원의 돈벌이 경쟁을 더 부추기고, 사실상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건강보험을 파괴하는 의료민영화 정책이다.

    영리 자회사 설립은 영리병원이 아니다?

    투자활성화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의료법인으로 하여금 부대사업이나 해외 의료수출을 목적으로 하는 자법인(자회사)을 설립할 수 있게 허용한다. 또한 병원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종류를 대폭 확대한다. 자회사의 형태는 상법 상 회사, 즉 영리법인이 가능하다.

    정부는 영리병원 허용은 아니라고 한다. 현재 병원은 의료법 상 의료인 개인,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비영리법인만 설립이 가능한데, 여기에 영리법인도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영리병원 허용이고 이번 계획은 이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영리병원을 반대해 온 이유는 병원에 영리적 목적으로 자금이 투자되고, 병원의 수익이 다시 투자자에게 배당되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번 영리 자회사 허용 방안 역시 자회사가 중간에 있다는 것만 다를 뿐이지 병원에 영리적 투자와 배당이 가능하기 때문에 영리병원과 다르지 않다.

    정부는 이미 서울대병원도 SK와 공동 출자해 헬스커넥트 같은 자회사를 만들었는데 서울대병원을 영리병원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이 주식회사에 투자한 행위가 합법적인지는 현재 논란의 대상이다.

    서울대병원은 서울대병원 설치법 상 ‘서울대학교 의학계 학생의 임상교육, 전공의의 수련과 의료 요원의 훈련, 의학계 관련 연구, 임상연구, 진료사업, 그밖에 국민보건 향상에 필요한 사업’으로 사업범위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투자활성화대책에 따라 부대사업의 범위를 대폭 확대했을 경우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진다.

    정부가 예시로 제시하는 사업에는 구매·임대, 의약품, 의료용구, 의료기기 개발 등 병원과 상시적으로 거래를 하는 사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구매물류비용은 의료기관 전체 비용의 30%이상을 차지한다. 2012년의 서울대병원을 기준으로 예를 든다면 연 2800억 규모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자산 100억 규모의 헬스커넥트와 질적으로 다르다.

    이러한 자회사의 매출을 확대하는 방법은 병원이 더 많이 지출하는 것이고 병원은 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환자로부터 더 많은 수익을 내야한다.

    병원 자회사가 의료기기 임대 사업, 화장품·건강보조식품 판매 사업 등을 운영하는 경우 병원은 환자로 하여금 더 많은 검사를 하도록 유도하고, 더 많은 화장품·건강보조식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게 될 것이다. 병원에 영리적 목적으로 자금이 투자되고, 이윤이 배당될 뿐만 아니라 병원이 더욱 극단적인 수익추구를 하도록 유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방안은 영리병원 허용방안과 동일하다.

    투자활성화대책의 수많은 문제점들

    투자활성화대책은 또한 의료법인간 합병 허용, 외국인환자 병상 확대, 병원광고 확대, 법인약국 허용, 신의료기술 평가 간소화로 조기 시장진입 허용, 신약 건강보험 등재 소요기간 단축 등 병원, 제약회사, 의료기기 회사의 수익 창출과 관련한 내용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들 역시 영리 자회사 허용과 마찬가지로 민중의 건강을 지켜야 할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들고, 민중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의료법인간 합병은 병원의 영리화와 분리되지 않는다. 현행법 상 병원들은 경영난이 와도 재산을 국가나 지자체에 귀속시킬 수밖에 없다. 따라서 투자비용을 조금이라도 회수하기 위해 파산 때까지 운영해 임금체납, 의료서비스 질 저하가 발생한다. 정부는 다른 의료법인이 합병하게 되면 이런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정부가 의료 인프라 공급 과정을 방임하면서 발생한 문제다. 유럽 국가들처럼 지역 주민의 구성과 숫자에 따라 실제 얼마나 의료인, 병원이 필요한지 예측하고 자원 배분을 통제하지 않을 결과가 지금의 의료양극화다. 문제 개선은 의료공급체계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는 것밖에 없다.

    게다가 병원을 사고 팔 수 있게 되면 경영진들은 병원을 비싼 가격에 팔 수 있게 노동자를 쥐어짜고 환자들의 호주머니를 털 것이다. 수익을 많이 내서 자산을 축적한 병원이 양심적으로 진료하는 주변 병원을 인수해 영리화를 부추길 위험도 있다. 이미 유디치과와 같은 네트워크 병원이 수익을 위해 고가의 시술을 강권하는 등 의료상업화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는 의료관광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지하철, 명동과 같은 주요 도심지에 병원 광고를 허용할 예정이다. 외국어로만 광고 문구를 표기한다고 하지만 어느 병원인지는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다. 광고비용은 고스란히 의료비에 전가 될 것이다.

    또한 신의료기기, 신약의 출시기간을 줄인다고 하는데 이것은 국민의 안전에도 위협이고, 의료비만 높이는 계획이다. 신의료기술이라 각광받던 로봇수술의 경우 병원이 경쟁적으로 로봇 수술 기계를 도입하면서 고가의 로봇 수술을 환자에게 강권했고 의료비가 올랐다. 그러나 현재는 의료사고 등이 발생하면서 로봇수술이 치료 효과도 별로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

    신중하지 못한 신의료기기, 신약의 도입은 오직 제약자본, 의료기기 자본만 배불리는 방안이다. 법인약국도 재벌들이 약국 체인점 사업에 진출하도록 허가하는 것에 불과하다.

    재벌에게 바치는 ‘말이 안통하네트’의 선물

    투자활성화대책은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1주년 기념으로 재벌에게 주는 선물이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기 전부터 경제신문에서는 우회적 의료채권을 통해 병원에 투자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했다. 금융자본은 한국 병원의 수익성을 평가하기 위한 독자적인 신용평가 방식도 이미 개발해 놓았다.

    실제로 투자활성화대책은 영리 자회사를 통해서 병원에 우회적으로 투자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런 투자가 가능한 기업은 초국적 금융자본이나 재벌이 될 것이다. 작년 송도경제자유구역에서 영리병원 설립이 추진되었는데 그 주요 투자자는 다이와 증권이라는 초국적 금융자본과 한국 제1의 재벌 삼성이었다.

    또한 병원에 약과 의료기기, 물품을 공급하는 관련 산업은 병원과 합작회사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이런 의료 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것도 재벌들이다.

    삼성은 제약, 의료기기를 미래 대표적 신산업으로 선정하고 국내 1위 의료기기업체인 메디슨을 인수했고, 제약회사도 설립했다. 이 뿐만 아니라 병원 건설, 유통까지도 삼성 계열사가 참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합작회사를 만든 SK는 병원의 전산 시스템(EMR), 약국관리프로그램 등을 파는 유비케어, SK제약을 계열사로 소유하고 있다.

    이런 재벌들이 이번 대책을 통해서 병원과 공동 출자하는 자회사를 만들게 되면 실질적으로 병원에 투자할 수 있게 되고 병원이 더욱 영리적으로 운영하도록 압박할 수 있게 된다. 이번 투자활성화 대책은 철저히 산업 발전의 논리에 맞춰서 의료제도를 개선하는 계획이고, 이 수혜자는 재벌들이 될 것이다.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철도·의료민영화 반대 투쟁을 만들자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노조의 파업이 시민들의 지지 속에서 이어지고 있다. ‘안녕들 하십니까’의 선풍적 인기는 박근혜 정부의 막무가내 식 정치에 피로감이 많이 쌓였고, 비판적 여론도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는 민영화냐 아니냐를 가지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바라보는 핵심은 건강을. 의료체계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만든다는 사실이다. 수서발 KTX 자회사를 만드는 철도 역시 이 점에서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것을 민영화라고 부르며 반대하고, 박근혜 정부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답은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폭력 침탈과 노조원들의 연행이었다.

    몰상식한 폭력적 탄압에는 더 큰 투쟁으로 화답하는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은 더 광범위한 투쟁과 매일 저녁 촛불집회 및 시민들과의 연대투쟁, 28일 백만 시민 행동의 날 투쟁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투쟁에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시민들과 노동자들도 함께 해야 한다. 박근혜 퇴진을 선언한 상황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누구보다 능동적인 ‘시민’이 되어야 한다. 특히 병원의 영리화를 누구보다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는 병원노동자, 의료인들이 적극적으로 시민들과 연대할 수 있는 투쟁을 모색하고 만들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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