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들 이야기
    '협력업체' 직원이 아니라 '삼성' 직원임을 삼성이 인증
        2013년 11월 19일 04: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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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9일은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과 건당수수료라는 악질적인 임금제도 때문에 “배고파서 못살았다”며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고 최종범 조합원이 자결한 지 20일이 되는 날이다. 지금도 여전히 삼성은 자신들과 무관하다면서 돈 몇 푼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최종범 조합원이 목숨을 끊은 다음날인 11월 1일은 삼성전자 44주년 창립기념일이었다. 지난 44년 동안 삼성전자의 임직원 수는 20명에서 20만 명으로, 연 매출액은 3700만원에서 200조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엔 순이익만 29조원이었고, 올해는 34조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세계 100대 억만장자 순위’에 이건희 회장은 11월 4일 기준 12조 4000억원으로 97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올해 주식배당금만으로 699억7000여만원을, 부인 홍라희는 151억6300여만원을, 아들 이재용 부회장은 117억6500여만원을 챙겨가게 된다. 이들 세 가족의 삼성전자 배당금은 총 968억9900여만원으로 1000억원에 육박하게 된다.

    삼성전자의 3/4분기 영업이익은 10조1600억원이었고, 올해 32조에 이르는 순이익을 낼 예정이지만, “서비스는 역시 삼성입니다”라는 명함을 내밀고 삼성전자 제품을 수리하는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으로 내일이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죽을 만큼 힘들게 일하는데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면서 세상에 눈을 떴다. 이들은 ‘삼성의 또 하나의 가족’이 아니라 삼성에서 버림받은 가족이었고, 삼성의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악질적인 건당 수수료 제도가 자신들의 고통의 원인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노동자들뿐만이 아니라 아내와 아이들, 가족들도 삼성이 얼마나 나쁜 회사인지 알게 됐다. 삼성전자서비스 서울, 경기, 충남 등의 서비스센터에서 10년 이상 일해 온 엔지니어의 아내들이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남들에게는 매일 삼성전자서비스 옷을 입고 삼성제품을 수리하는 어엿한 삼성의 직원처럼 보이지만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으로 가계부조차 쓰기 어려워 “배고파서 못살았던” 이야기들을 나누는 자리가 열렸다.

    19일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열사 대책위원회가 주최하여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들의 이야기’ 증언대회가 국회의원회관 202호실에서 열렸다.

    삼성 스스로 자기 회사 직원임을 인정한 물증

    이 증언대회에서 삼성전자서비스가 서비스 노동자들을 표창하면서, 도급업체나 협력업체가 아닌 ‘당사의 우수 엔지니어’로 칭하고 인증서를 준 것이 공개되기도 했다. 자기 회사의 직원이라는 것을 삼성 스스로 인정한 증거인 셈이다.

    131119-인증서(수정)

    자기 회사의 우수 엔지니어임을 인증한 삼성전자서비스의 인증서 사진

     증언에 나선 부인들의 한결같은 얘기는 “(남편이) 삼성전자서비스 옷을 입고 일을 했기 때문에 삼성 직원인 줄 알았다”는 것이었다. 협력업체 소속이라는 건 시간이 많이 흐르거나 최근 노동조합을 만들면서 알게 됐다. 부인은 그나마 낫고 다른 가족들은 아직도 삼성 직원인 줄 아는 집안도 많다고 한다.

    “시어머니 경우 삼성 로고 찍힌 옷 입으니 삼성 정직원인 줄 안다. 월급 많아서 너네는 떼돈을 벌거야, 너네가 헤퍼서 못사는 거야라고 얘기하셨다. 이해를 못하시다 이제는 이해 하신다. 20년 일했지만 자산은 없다. 서울 시내 4천만원 짜리 전세가 없다 생각하겠지만 전세가 4천만원에 대출이 2천만원 껴있다. 보험 대출, 다 마이너스다. 천 만원 가까이 된다. 은행 마이너스 통장에 1400정도 있다. 자산이 마이너스다.”

    “성수기 때는 늘 새벽에 들어올 정도로 초과노동이 심하고 비수기 때도 9시전에 들어온 적이 없다…월급이 늘 매달 고정수입이 아니라 불규칙하다. 다음달 월급 얼마 탈지를 본인도 모른다. 일 많이 했어? 몇 건 했어? 물어봐도 본인도 모른다. 그 월급 타야지만 그다음 계획을 할 수가 있다.”는 불안정한 노동에 대한 얘기는 부인들의 공통된 증언이었다. 아이들 학원도 제대로 못 보낸다는 것도 공통된 얘기였다.

    또 한 부인은 “일을 하고 수리비를 받는데, 고객이 나중에 주겠다고 해서 못받았는데 고객이 수리비를 입금하지 않으면 그 액수를 엔지니어의 월급에서 차감한다. 고객에게 못 받은 돈을 엔지니어 월급에서 차감하는 건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현실은 아이들의 생활과 삶에도 깊은 아픈 흔적을 남기기도 했다.

    “아이들이 이제 11살, 8살, 6살이다. 한번도 휴가를 간 적이 없다. 아이들이 아빠랑 놀러가고, 남자아이들이다보니 활동성 많다. 그런데 큰 아이가 왜 아빠는 여름에 휴가 못가냐고 물어본다. 돈벌어야 한다고 말하고 웃고 넘어갔다.”

    협력업체 사장의 발언과 행태는 노동자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을 짓밟고 있다.

    “남편에게 들은건데, 아침 조회시간에 사장이 여름에 에어컨 실외기 달 때 떨어질수도 있는데. 떨어질때 잘 떨어지라고, 너희들이 죽게되면 폐기물 처리비가 나가니까 떨어지더라도 잘 떨어지라고…정말 최소한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마지막 남은 자존심 지키기 위해 노조 만들고 나온 것 같다”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자존을 지키는 것이 노조 결성의 이유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은 착취와 이윤의 관리에 능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관리는  한 명의 노동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는 고통이고 재앙이고 삶의 위협이 되기도 한다.

    “아이 키우면서 너무 힘들어서 그냥 위장 이혼을 하자고 한 적도 있다. 모자 가정이 되면 돈이 나온다고. 견디다견디다 정말 두손 두발 들고 너무 힘들어서 이혼을 했었다. 생활고 때문에 이혼하고 떨어져 살다가 지금은 재결합을 한 상태다. 지금도 가끔 너무 속상해서 하는 얘기가 위장이혼을 하고, 내가 애들을 데리고 있겠다는 말도 한다. 그러면 지원 많이 해준다더라. 신랑은 안된다고 한다.”

    부인들은 이제 남편들이 왜 노동조합을 만들었는지 이해를 한다고 한다. 아니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서야 조금이라도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진전된다고도 했다.

    “모르는 사람들이 얘기했을 때 쟤네는 월급 많이 받고 정규직 되겠다고 저러고 있다고 하는데, 저희는 정말 이게 정규직을 바라고 나 떼돈 달라고 하는 게 아니다. 정말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갖고 싶다는 거예요. 사람으로서. 삼성에서 좀 발 벗고 노조를 인정하고 나서서 타협점 찾아서 해결을 해줬으면 좋겠다”

    “노조만 좀 인정해주고 불법도급만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가 우선 살 수 있을 것 같다. 한달에 평일에 저녁 먹은 게 열손가락에 안든다. 노조 만들고는 일주일에 한 두 번은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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