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녹취파일 원본 논란
    2013년 11월 15일 10: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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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2차 공판에서 국정원측이 핵심 증거로 제출한 녹취록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 수사관 문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문씨가 합법적으로 녹취된 파일을 그대로 문서화했다고 진술했지만, 변호인단은 녹취파일의 원본이 일부 삭제된 점을 들어 증거의 신뢰성이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일부 녹취파일 원본 없으나 5.12 회합 녹취파일 원본 있어”

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부장 김정운) 심리로 14일 수원지법 110호 법정에서 문씨는 2011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제보자 이모씨를 통해 44차례 걸쳐 47개의 녹취파일을 넘겨 받아 12개의 녹취록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녹취파일 11개는 제보자 이씨가 문씨에게 임의로 건넨 것이고, 나머지는 법원의 통신제한조치허가서(감청영장)을 받은 뒤 제보자에게 녹음을 요청해 받은 것이다.

이씨가 임의로 녹취한 11개의 녹취파일은 수집과정의 위법성 문제도 있지만, 문제는 국정원 직원 문씨가 “녹음기에 저장돼 있던 녹음 파일을 다른 장비로 옮긴 뒤에 지워, 원본은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문씨에 따르면 그는 이씨의 요구에 따라 4종류의 녹음기를 제공했는데, 그 중 초기에 제공한 녹음기는 기기 자체에 녹음이 됐기 때문에 녹음 용량 한계로 원본 파일을 계속 지운 뒤 녹음을 반복했다.

다만 가장 문제가 됐던 5.12 회합과 관련한 녹취파일 원본은 녹음기에 그대로 보관돼있고, 수정이나 편집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변호인단, “해시값(hash value) 산출과정 신뢰할 수 없어”

그러나 변호인단은 디지털 증거의 동일성을 입증하기 위해 해시값(hash value)을 통한 녹취파일 진위 여부에 대해 추궁했다.

해시값은 파일 특성을 축약한 일종의 고유번호로 전자 기록의 변조 여부를 나타낸다. 특히 사본이 조작되지 않았다면 원본과의 해시값이 동일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신뢰할 만한 참여인의 입회하에 원본 파일의 해시값을 미리 산출해놓은 경우 사본의 무결성을 증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국정원 수사관 문씨는 해시값을 산출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녹취파일을 가져온 당일 바로 하지 못했다면서도 “녹취파일을 사본으로 옮길 경우 반드시 제보자가 입회한 상태에서 해시값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국정원 제보자가 신뢰할 만한 참여인이 아니라며 객관적 증거 능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문씨는 “파일을 편집할 줄도 모르고 녹음기에는 편집·기능도 없다”며 며 녹취파일을 문서로 그대로 옮긴 녹취록을 작성할 때에도 ‘들리는 대로’ 작성했다고 밝혔다.

녹취록에 일부 “(…)” 줄임말 표시에 대해서도 변호인단의 추궁이 있었다. 국정원 직원들은 안 들리는 부분이나 중요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줄임말 표시로 대체했다는 설명이지만 변호인단은 “그대로 녹취록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따졌다. 임의대로 일부 녹취내용을 생략했다면 내용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해시값의 존재여부와 이를 산출한 과정이 얼마만큼 신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만약 국정원이 제출한 녹취파일 중 해시값이 산출됐고 원본이 존재한 5.12 회합 녹취파일이 증거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변호인단 주장처럼 조작될 가능성이 없는 상황이었던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2012년 대법원은 (2011도17658)은 녹취파일을 CD로 복사해 그 내용을 문서로 작성한 것은 원본 녹취파일의 증거 제출이 없다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같은 해 대법원은 다른 판결(2012도7461)에서 녹음 파일 등 전자매체의 증거능력에 대해서 단순히 녹음기 파일의 용량 문제로 원본을 삭제한 뒤 다시 녹음하는 과정을 반복해 작성한 녹음파일 사본과 녹취록을 증거능력으로 인정한 바 있다.

당시 대검찰청 과학수사담당관실에서 해당 녹취파일 사본과 그 녹음에 사용된 디지털 녹음기에 대해 다양한 분석방법을 통해 정밀 검사한 결과 편집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으며, 복사 과정에서 인위적인 편집이나 개작이 없다고 판시했다.

결국 통합진보당측 변호인단이 제기한 해시값과 관련해서는 복사 과정 등에서 인위적 편집과정이 있었는지 정밀감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만약 인위적 편집이 없다면 최소한 합법적으로 녹취된 5.12 회합 녹취파일은 증거로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녹취파일의 내용과 녹취록의 내용이 동일한지 여부는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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