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더한 현실의 '감시사회'
[미드로 보는 세상] '미래'가 아닌 '오늘'의 이야기...드라마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2013년 10월 28일 04: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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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등의 정보기관이 지난 대선기간에 댓글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선거에 개입했는지 여부가 몇 달째 정국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그 사이에 기초연금 공약 수정을 포함한 복지관련 공약 수정논란, NLL대화록 및 사초폐기 공방,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등 굵직한 이슈들이 등장하는 와중에도 ‘국정원’과 관련한 논란은 잠잠해지기는커녕 연일 새로운 사실들이 등장하며 확산되어 가는 조짐이다.

어찌보면 ‘정보기관’이라는 명칭과 조직의 속성이 주는 비밀스러움이 의혹을 더 확산시키는데 일조하는 듯 하기도 하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같은 시기 국제사회에서도 정보기관들의 활동이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한 정보기관원의 양심고백과 망명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전직 CIA 기술자 이자 NSA와 계약한 민간업체 직원인 ‘스노든’이라는 29살의 젊은 청년이 영국의 ‘가디언’지 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NSA의 ‘프리즘(PRISM)’이라는 감시프로그램으로 수십억명의 개인정보 및 기업들의 IT서버 등을 감시했고 이를 통해 막대한 감시와 도감청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폭로해 버린 것이다.

‘스노든’의 폭로는 그 파장이 매우 컸는데 NSA라는 기관이 설립되고 소위 ‘애슬론’이라는 프로그램이 미국에서 운영되면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대량의 도감청/감시 의혹이 현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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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영화속 한 장면이 아니다. 실제 스노든은 미남이다…>

최근에는 미국이 NSA를 통해서 독일의 메르켈 총리의 핸드폰을 야당총수였던 시절부터 무려 10년간이나 감청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는가 하면 35개국의 각국의 정상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도감청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를 했다고 하며 타국의 정상들도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최우방 동맹을 자처하는 한국도 예외는 아닌데 탐사보도전문매체인 뉴스타파가 밝힌 바에 의하면 미국의 각국 정상 도감청 목록에는 한국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를 당황케 하고 있다.

작금에 와서는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세계의 이야기임이 드러나 잠시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지만 인터넷과 각종 통신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한 광범위한 감시프로그램의 존재는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쓰여 왔다.

대표적인 영화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다. 제법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도 회자될 정도로 당시에는 충격적인 소재였고 이른 시일 내에 영화속처럼 모든 것이 감시당하는 그런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부쩍 안겨주었던 영화다.

그 외의 각종 미드에서는 사실 첩보를 소재로 하는 작품들에서 일상적으로 이용되는 소재였다. 인공위성과 각종 사설카메라, CCTV등을 통한 감시와 추적은 첩보물, 수사물 미드들의 전매특허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오늘 소개할 미드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는 기존에 드라마 속의 소품으로 쓰이던 감시프로그램들이 아예 드라마의 핵심소재이자 주제가 된 드라마라 할 수 있다.

미드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Person of Interest)’는 2011년 9월 22일부터 현재까지 CBS에서 방영중인 드라마로 괜찮은 시청률과 ‘스노든의 폭로’라는 우연한 사건의 시의성을 타고 현재 시즌3가 절찬리에 방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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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시기를 잘 만났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드라마의 제작은 영화 ‘미션 임파서블’과 첩보물 미드의 원조 ‘엘리어스’의 제작자 ‘J.J에이브람스’와 영화 ‘다크나이트’, ‘메멘토’의 작가 ‘조나단 놀란’이 맡았다. 일단 제작자들의 면면을 보았을때는 소위 ‘떡밥’이 장난 아니겠구나 하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오히려 배우들이다. 일단 주인공 겪인 ‘존 리즈’ 역의 ‘짐 카비젤’은 드라마 내내 ‘수트 입은 남자’라고 지칭될 정도로 멋진 정장을 입고 종횡무진 활약하는데 특유의 낮게 깔린 목소리와 무심한 듯한 태도들이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해냈다.

미드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의 내용은 이렇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정부는 테러집단의 음모들을 사전에 막기 위해 모 보안회사를 통해 대량의 감시체제를 만들어냈다. 이 감시체제는 소위 ‘머신(Maschine)’이라고 불리는데 앞서 언급한 NSA의 ‘애슬론’이나 스노든이 폭로한 ‘프리즘 프로그램’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머신’은 미국내에 유통되는 거의 모든 정보와 개인/단체들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도청하면서 데이터를 분석해 테러집단의 계획을 미리 알아내는데 쓰인다. 테러집단들의 계획을 미리 알아내는 무시무시한 이 컴퓨터는 하지만 테러가 아닌 일반적인 살인이나 범죄는 스스로 분석대상에서 제외시킨다.

주인공들은 이 감시 프로그램이자 국가가 지키지 않는 사람들. 그러니까 테러와는 관계가 없지만 살인, 강도 등의 범죄의 피해 또는 가해자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지키거나 감시하며 미리 제압하거나 하며 뉴욕시의 ‘다크 나이트’ 역할을 해나간다는 것이다.

사실 여기까지 써놓고 보면 소재도 이미 많은 미드에서 써먹었던 것이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공식도 전형적이어서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주인공들에게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과거가 있고 그 과거들이 에피소드 중간에 플래시백으로 보여진다. 연속해서 일어나는 사건의 뒤에서 이 모든 것을 조종하는 거대한 음모세력이 존재하고 이와 맞서기 위해 적당한 정의감과 현실감각을 갖춘 이들이 팀을 꾸려 점점 거대한 음모세력의 본체로 다가간다는 이야기이다.

이미 너무나 익숙해서 1시즌을 채 버티기도 힘든 것처럼 보이는 이 미드가 3시즌까지 오게 된 것은 온전히 2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터져버린 ‘스노든의 폭로’라는 외부효과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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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대선에서 야권이 패배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가 그 정도로 흥행했을까?>

그런데 이 뻔한 소재의 뻔한 공식을 차용한 드라마가 가만히 보다보면 꽤 재미가 있으며 잘 만들었다는 느낌까지 들게 한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러한데 먼저 캐릭터들이 아주 매력이 넘친다는 것이다. 요즘 세간의 인기를 얻고 있는 GD와 정형돈 커플 ‘형용돈즁’보다 매력적으로 느껴질 만큼 주인공 겪인 존 리즈와 헤럴드 핀치는 별다른 감정의 드러냄 없이도 꽤 매력적이고 인상적인 파트너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주인공들이 드라마 내내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낮게 깔리는 목소리와 무심하게 툭툭 던지는 짧은 대사와 행동들만으로 캐릭터들의 매력을 한껏 살려낸 점은 아주 훌륭하다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영상미인데 ‘우리는 모든 것을 다 보고 있다!’는 식의 완전무결한 감시체제를 소재로 다루다보니 각종 CCTV를 비롯한 감시카메라 영상이 매우 많이 나오는데 이 입자가 거친 느낌의 감시영상들을 편집을 이용해서 드라마에 아주 잘 활용하고 있다. 마치 시청자가 주인공 또는 다른 인물들을 감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배치한 영상들과 화려한 편집들은 이 드라마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라는 미드는 우연히 외부효과의 덕을 조금 보았을지는 모르지만 ‘스노든의 폭로’라는 외부효과가 없었더라도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들이 많은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것이다.

차가운 기계와 컴퓨터들이 난무하는 건조한 드라마지만 에피소드가 진행되다보면 묘하게 울컥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주인공들이 굉장히 외로운 존재들이라는 것을 묘한 느낌의 감시영상들을 통해서 전달할 때이다. 주인공들을 지켜보는 것은 지인들의 따뜻한 시선이 아니라 차갑고 또 이제는 음험한 것이 되어버린 도처에 무수히 깔린 감시 카메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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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내가 당신의 감시자이고 당신이 나의 감시자가 되는 세상>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다보면 각종 CCTV나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들이 선정적인 제목을 달고 게시물로 종종 올라온다. 이제는 대부분의 차들에 블랙박스가 달리고 CCTV는 그 개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스레 타인들의 일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스마트 폰에 달려있는 카메라를 통한 일상적인 동영상과 사진촬영도 예외가 아니다.

이 모든 것이 어쩌면 우리 스스로를 거대한 감시프로그램 속에 가두게 만드는 것들은 아닐까? 이제 어디 어둑한 골목어귀에서 누군가들이 사람들을 미행하고 감시하던 시절은 점점 옛날이 되어가고 있다. 누군가를 감시하기 위한 변장도 필요 없고 특별히 훈련된 어떤 요원들도 필요 없는 시대다.

이제 세계는 세계 그 자체로 우리를 감시하고 추적하고 있다.

필자소개
청년유니온에서 정책기획팀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경제민주화2030연대와 비례대표제 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술, 담배, 그리고 미드와 영화를 좋아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가장 좋아하는 평범한 청년이다. 대부분의 사업계획이나 아이디어를 미드나 만화에서 발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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