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은행 노사합의,
    비정규직 4200명 정규직 전환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직군분리제 속 차별 고착화 우려도
        2013년 10월 17일 03: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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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은행이 내년부터 계약직 사무직원(텔러, 후선업무 근무자) 4,2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17일 노사 합의했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국민은행에서 계약직 사무직원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박병권 노조위원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이날 여의도 사옥에서 ‘계약직 사무직원의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계약직 사무직원들은 별도 전형절차 없이 내부 공모만으로도 내년 1월부터 정규직원이 될 수 있다.

    다만 국민은행 정규직 체계가 현재 L1~L4 직급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여기서 L0직급을 확대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계약직 직원은 이 직급으로 편입된다.

    이건호 행장은 이번 합의에 대해 “계약직 사무직원들이 완전한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계약직과 정규직의 직무를 통합함에 따라 영업력이 강화되고 생산성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직원을 자산으로 여기고 직원과 고객의 가치를 최우선하는 ‘위대한 국민은행’ 실현의 첫 걸음”이라고 밝혔다.

    박병권 노조위원장은 “이번 정규직 전환은 대외적으로는 금융노동자의 투쟁사에 한 획을 긋는 것”이라며 “KB가족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의 진정한 한 가족으로서 일자리 걱정 없이 노동의 가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 것”이라고 의의를 평가했다.

    국민은행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정규직화는 기간제 노동자의 차별을 영속화, 고착화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무법인 ‘기린’의 황규수 노무사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정규직화는 매우 환영할만 일이지만, 직군분리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민은행이 여기서 제일 낮은 직군으로 편입시킨다는 것은 우려할 만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계약직 등 기간제 노동자가 정규직과 유사업무를 함에 있어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을 경우 기간제법으로 구제 받을 수 있는데, 직군이 분리되어있는 형태로 정규직화될 경우 완벽한 정규직이 아닌 ‘중규직’으로 또다른 차별에 처해질 수 있다.

    어느 기간제 노동자가 동일사업장에서 유사한 업무를 하는데도 정규직과 비교해 차별 등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면 기간제법으로 구제 받을 수 있지만, 지금처럼 직군분리제 속에서 정규직이 된다면 현행법상 구제의 길이 없다.

    물론 고용의 방식과 기간 등 계약직보다 나아지는 점은 있겠지만, 정규직 내에서도 직급별 위계질서, 승진 등의 진입 장벽의 문제는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이 문제에서만큼 고착화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황 노무사의 설명이다.

    그는 “이번 노사합의는 분명 계약직 직원 처우 개선과 관련해 매우 진전된 일이기는 분명하지만, 노동자들간의 보이지 않는 진입 장벽과 위계 질서 문제는 영속화될 수 있다며 “근본적으로 직군분리제를 전제로 한 정규직화는 이른바 ‘중규직’으로 전락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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