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의 경제적 분석
    [책소개] 『경제이론으로 본 민주주의』(앤서니 다운스/ 후마니타스)
        2013년 09월 15일 01: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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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운스는 ‘합리적 행위자’라는 경제학의 가정을 정치학에 적용해 민주주의에서 정당정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집권당을 포함한) 정당 및 유권자의 행위와 그 결과는 무엇인지와 같은 복잡한 문제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예측한다.

    불과 20대 중반 청년의 박사 학위논문이었던 이 책은 그 독창적인 연구 방법과 내용 때문에 그 뒤 저명한 학자들이 이 책의 의의를 다룬 책을 따로 집필할 만큼 중요한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당론 분야, 고전 중의 고전

    <경제 이론으로 본 민주주의>(1957)는 사회과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책 가운데 하나이다. 오른쪽 그림은 지난 50년간 선거 관련 고전들의 인용 횟수를 보여 주는데, 다른 어떤 책들보다도 다운스의 이 책이 압도적인 지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치학자 이안 버지는 “이렇게 오랫동안 널리 인용되는 책으로는 거의 유일”하다고 했고, 시간이 지나도 그 여세는 줄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경제이론

    경제 이론으로 본 정치학, 합리적 선택 이론의 태두

    최근 정치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방법론이자,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이론은 단연 ‘합리적 선택 이론’일 것이다. 행위자들이 가진 사적 동기를 바탕으로 합리적 분석이 가능하다는 아이디어 그 자체야말로 앤서니 다운스가 후대에 끼친 가장 중요한 영향이라 말할 수 있다.

    현대 정치학의 대가 게이브리얼 알몬드는 다운스의 책을 처음 접했을 때의 인상을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내가 그 이론[합리적 선택 이론]을 처음 접했던 것은 1956년이었던 것 같다.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원이었던 케네스 애로Kenneth Arrow가 어느 날 다운스의 박사 학위논문 <경제 이론으로 본 민주주의> 한 부를 내게 주었는데 그 원고를 아직도 갖고 있다. 그 논문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대단히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논문은 이익집단과 정당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정치학 분야에 도입하고 발전시킨 정치 모델을 이론의 수준으로 높여 놓았다. …… 다운스가 해냈던 것, 그리고 다운스의 멘토였던 애로가 그에게 기대했던 것은 수학적 계산을 통해 그런 관점을 정식화하는 것이었다.”

    다운스가 보는 투표, 정당, 민주주의

    경제 이론으로 민주주의를 분석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경제학에서 말하는 인간의 합리성, 즉 ‘자기 이익의 공리’를 모형의 가정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합리성이란 개인이 주어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율적 수단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그에 따르면, 합리적 정당은 집권을 통해 정치적 이익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치적 지지를 극대화하려고 한다. 합리적 유권자는 효용의 극대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당을 선택한다.

    다운스는 ‘바람직한’ 정당 혹은 ‘바람직한’ 유권자의 모습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조건이 갖추어질 때, 그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논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모형은 ‘규범적’(normative)인 것이 아니라 실증적(positive)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자기 이익의 공리에 충실한 ‘합리적’ 시민과 재선되고자 하는 정당(정치인)들의 사익 추구적 선택이 가져올 사회적 결과일 뿐이다. 이는 민주주의가 공공선을 추구하는 시민-정치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통치와 그를 통한 사회적 정의의 실현이라고 보는 고전적 민주주의의 이상과 크게 다르다.

    정당에 대한 다운스의 정의 또한 차갑다. 그에 따르면 정당은 “정당한 절차에 따라 실시되는 선거를 통해 공직을 얻음으로써 통치 기구를 통제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팀(team)이자 연합체(coalition)”이다. 정당은 오직 득표 극대화만을 추구한다.

    그러나 그는 정당에 부정적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것은 정당 간 경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이기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사회 전체 혹은 유권자 일반의 이익에 부합하게 움직이도록 강제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운스는 민주주의나 정당에 대한 낭만적인 정의 없이도 작동 가능한 ‘정당 민주주의’를 보여 준다. 즉, 정당들이 특별한 사회적 기능(사회적 후생의 증진)을 동기로 움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왜, 그리고 어떻게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게 되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그래서 스탠리 켈리는 이 책의 소개 글에서 다운스가 “민주주의 국가들의 정당정치를 이해 가능한 방식으로 다룸으로써, 민주주의 국가에서 통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라는 문제를 규명”하려 했으며, “정당정치를 중심에 놓고 민주주의를 사고한다는 점에서 다른 정치학자들과 매우 다른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다룬다.”고 말한다.

    다운스의 모형에서 정당과 유권자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불확실성, 정보 비용, 사회적 노동 분업 등이다. 흥미로운 그의 주장들을 살펴보자.

    경제이론-1

    [요약]

    1장

    합리적 행동이라 할 때 그것은, 행위자가 의식적으로 선택한 정치적 혹은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설계된 행동만을 의미한다. 우리 모형에서 정부는 다음의 세 조건 아래에서 자신의 목적을 추구한다. ① 반대당의 존재가 허용되는 민주주의 정치체제이고, ② 다양한 정도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환경이며, ③ 합리적 투표자로 구성된 유권자 집단이 있다.(41)

    2장|정부, 민주주의 정부, 정당에 대한 정의

    정부는 일정 지역 내에서 자신의 결정을 다른 기구나 개인에게 강제할 수 있는, 사회적 노동 분업 내에서 특정의 전문화된 기능을 가진 행위자로 정의된다. 민주주의 정부는 두 개 이상의 정당이 모든 성인의 표를 둘러싸고 경쟁하는 보통 선거를 통해, 주기적으로 선택되는 정부를 의미한다.

    정당은 선거를 통해 공직을 얻음으로써 통치 기구의 통제권을 추구하는 개인들의 팀이다. 사회적 노동 분업 안에서 차지하는 정당의 기능은 정부 정책을 수립하고, 집권할 때마다 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구성원들의 동기는 공직에 취임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수입, 명성, 권력에 대한 사적인 욕망이다. 따라서 정당이 수행하는 사회적 기능이란, 그들의 관점에서 볼 때는 사적인 야심을 달성하게 하는 수단이다. 이런 진술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런 현상은 사회적 노동 분업의 모든 분야에서 발견된다. 왜냐하면 인간의 행위는 주로 자기 이익을 위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64)

    3장|유권자에게 비용 없이 완전 정보가 제공되는 세계에서 합리적 시민은 어떻게 투표 결정을 하는가?

    1. 유권자는 현 정부의 활동으로부터 (추세치를 통해 조정하고) 얻은 일련의 효용 소득을 [이번 선거주기에] 반대당이 집권했다면 얻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는 일련의 효용 소득과 비교함으로써, 정당 간 현재 효용 격차를 구한다. 이런 효용 격차가 여러 경쟁하는 정당들 사이에서 그의 선호를 결정한다.

    2. 양당제에서 유권자는 그가 선호하는 정당에 투표한다. 다당제에서 유권자는 다른 유권자들의 선호를 평가한 후 다음과 같이 행동한다.

    ① 유권자는 그가 가장 선호하는 정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상당 정도 있을 때, 그 정당에 표를 던진다.

    ② 유권자는 그가 가장 선호하는 정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때, 그가 가장 싫어하는 정당의 승리를 저지하기 위해 승리의 가능성이 상당한 다른 정당에 투표한다.

    ③ 만약 유권자가 미래 지향적인 투표를 하는 유권자라면, 그는 미래에 자신에게 제시될 대안을 좋게 만들기 위해 현재는 승리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정당에 지지를 보낼 수 있다.

    3. 최소한 하나의 반대당이 현 집권당과 동일하게 가장 높은 선호 순위를 갖기 때문에 유권자가 선호를 정할 수 없다면, 그는 다음과 같이 행동할 것이다.

    ① 만약 두 정당이 서로 다른 강령과 정책을 갖고 있음에도 우열을 가리지 못해 교착상태에 있다면 그는 기권한다.

    ② 만약 두 정당이 똑같은 강령과 정책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교착상태에 있다면, 그는 집권당의 수행률을 이전에 집권했던 정당들의 수행률과 비교한다. 그리하여 집권당이 잘했다면 그는 집권당에 투표한다. 집권당이 잘못했다면 집권당에 반대하는 투표를 한다. 그리고 집권당의 수행률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라면 기권한다.

    4장|정부의 사적 동기는 ‘득표의 극대화’라는 가정

    “전통적으로 경제 이론에서는, 정부의 사회적 기능과 정부의 사적인 동기 모두 사회적 효용 또는 사회적 후생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가정한다. 우리의 가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점에서 이 관점과 다르다. ① 우리 모형에서 정부의 사회적 기능은 정부의 사적 동기와 같지 않다. ② 우리는 정부의 사적 동기만을 다루는데, 정부의 사적 동기는 [사회적] 효용 또는 후생의 극대화가 아니라 득표의 극대화에 있다. ③ 정부는 통치 기구에 대한 통제권을 놓고 경쟁하는 정당들 가운데 하나이다.”(87)

    5장|불확실성의 의미

    “불확실성은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지식이 결핍되어 있음을 가리킨다. 그것은 정치적 결정 과정의 어떤 부분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 불확실성은 확신의 수준을 떨어뜨림으로써 정당과 유권자 모두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6장|불확실성은 정부 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불확실성 때문에 유권자들은 투표 결정에서 그들이 갖는 확신의 다양한 정도에 따라 여러 집단으로 나뉜다. 덜 확신하고 있는 사람은 추가 정보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불확실성의 조건은, 틀린 사실이 아닐지라도 편향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타인들을 설득하도록 이끈다…… 설득의 가능성이라는 조건은 정당, 이익집단, 특혜 추구자들 사이에서 지도력을 쟁취하기 위한 경쟁을 낳는다…… 결과적으로 불확실성은 합리적 정부로 하여금 어떤 유권자를 다른 유권자보다 중요하게 취급하게 만든다. 그런 식으로 불확실성은, 보통선거가 보장하려 했던 영향력의 평등성이라는 조건을 변화시킨다. 즉, 민주주의 정부가 모든 사람을 정치적으로 평등한 것처럼 다루는 것은 비합리적이 된다.”(148)

    7장|공직 획득을 목표로 하는 정당은 왜 이데올로기를 발전시키는가

    “우리의 기본 가정은, 정당은 더 나은 사회로의 발전보다 공직 획득 그 자체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본다는 데 있다. 사실이 그러하다면 정치 이데올로기의 존재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왜 거의 모든 민주주의 정당들은 어떤 특정의 통치 철학으로부터 자신의 정책을 도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까?

    우리의 대답은, 불확실성 때문에 정당들은 공직 획득을 위한 투쟁의 무기로서 이데올로기를 발전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데올로기는 정당들이 어떤 성격을 어떻게 발전시키게 될 것인지를 구체화하는 데 있어 특수한 기능을 부여받는다……

    이런 견해에 따라 우리 또한 이데올로기를 권력에 이르는 수단으로 다룬다. 그러나 우리의 모형에서 정당은 특정 계급이나 집단의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정당은 공직 자체를 추구하는 자율적인 팀이며,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런 집단의 지지를 이용한다.”(150~151)

    8장|정당 이데올로기의 정태적인 양상과 동태적인 양상

    “양당제에서 두 정당의 정책들은 매우 모호해지며, 정당들은 매우 비슷해지며, 이에 따라 유권자들은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럼에도 모호성을 조장하는 것은 양당제에서 각 정당들에게 합리적인 방침이다. …… 한 국가의 정치발전에서 기본적인 결정 요인은 정치적 척도상의 유권자 분포이다. 한 국가가 양당제가 될 것인가, 아니면 다당제가 될 것인가, 민주주의가 안정된 정부를 낳을 것인가, 혹은 불안한 정부를 낳을 것인가, 신생 정당이 기존 정당을 계속적으로 교체하게 될 것인가, 혹은 단지 미미한 역할에 머무를 것인가의 상당 부분은 이 요인에 달려 있다.”(217)

    9장|다당제하에서 합리적으로 정부를 선택하는 것의 어려움

    “일부 정치체제에서, 어떤 한 정당이 단독으로 유권자 투표의 과반수를 얻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정부가 피통치자의 동의, 즉 유권자들의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하므로 연립정부가 구성되는 것이다. … 유권자들이 비례대표제하에서 의회를 선출하고, 그런 뒤 의회가 과반수 투표를 통해 정부를 선택하는 모형에서, 각 유권자의 투표는 어느 한 정당의 정책만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당이 참여하고 있는 전체 연립정부를 지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한 정당에 대한 투표의 의미는 그 당이 어느 연립정부에 들어갈지에 따라 달라지며, 이는 또다시 다른 유권자들이 어떻게 투표할지에 따라 결정된다.

    결과적으로, 각 유권자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를 추측하고 나서야 투표 결정을 내리게 된다. 따라서 (아직까지 해결책이 발견되지 않은) 추측 변이의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각 유권자는 기권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어떤 시점에서 추측하기를 중단한 후 투표하거나, 그래도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것이 더 쉽다는 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어떤 유권자들은 합리적으로 정부를 선택하는 것의 어려움 때문에 선거를 그저 선호의 표현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데, 이는 우리 모형에서는 비합리적인 것이다.”(247-248)

    10장|득표 극대화 정부는 파레토 최적에 도달할 수 없다

    “득표 극대화 정부는, 어떤 의사 결정자들에게는 강제적 비용을 부과하고 다른 의사 결정자들에게는 보조금을 통한 편익을 얻을 수 있게 해 이런 한계 균형을 망가뜨린다. …… 이와 같이 한계 균형을 교란하는 것의 결과 중 하나는, 합리적 정부가 자신의 자원을 최저 보상에서 최고 보상으로 재배분하지 않으면서 매우 다양한 효용 보상률을 지닌 계획들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항상 가능한 파레토최적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에 실제로는 도달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런 모든 결과들은 유권자들의 한계효용 소득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투표 소득에 근거해 보상을 동등하게 하고자 하는 정부의 갈망 때문이다. 정부는 그런 바람을 실행하기 위해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으나 사적 의사 결정자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따라서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효용 균형은 득표 균형에 의해 밀려날 수밖에 없다.”(303)

    11장|불확실성이 존재하며 비용을 지불해야만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의사 결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의사 결정은 시간 및 여타의 희소 자원을 소비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그 과정에 얼마만큼의 자원을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경제적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사실 때문에 의사 결정자는 취득 가능한 총정보 중에서 오직 일부만을 선별해 결정을 내린다……복잡한 사회에서 한 시민이 사용하는 정보는 대개 타인에 의해 수집되고, 전달되고, 분석된다. 정보를 사용하는 시민이 자신의 관점에서 의사 결정을 할 때 그 정보가 진정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정보를 전달한] 타인들이 자신과 동일한 선별 원칙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하거나, 그들의 선별 원칙이 자신의 것과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야 한다……각 시민은 경제학의 기본 법칙인 한계비용-한계 보상 원칙을 활용해 얼마만큼의 정보를 취득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존재하는 모든 자료를 검토하지 않기 위해, 의사 결정자는 중요한 특정 영역의 지식에만 관심을 집중하게 해주는 정보 원천을 찾는다.”(307)

    12장|합리적인 시민은 어떻게 정보 비용을 줄이는가

    “복잡한 사회에서 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의 몇 가지 단계를 타인에게 위임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정보를 취득하고 분석하는 것의 대부분은 의사 결정자 자신이 아니라, 전문적인 대리인이 수행한다. 시민들은 그런 대리인들을 활용함으로써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똑같은 양의 자료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동등하게 효율적으로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실, 사회적 노동 분업과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인간들 사이에서도 정치 정보의 수준은 다를 것이다. 따라서 민주주의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권력의 불평등한 분배는 사회 그 자체에 내재해 있다. 이런 사실은 심지어 정치적 평등이 민주주의의 가장 기초적인 윤리적 전제라고 하더라도 그렇다.”(349-350)

    13장|사회적 노동 분업은 정치적 영향력의 차이를 낳는다

    “전문화된[사회적 노동분업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모든 일반 시민들은 자연히 다른 영역보다는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는 두 가지 효과를 나타낸다. ① 그의 소득이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 영역의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정보로부터 얻는 보상이 크다. ② 그는 전문 영역에 이미 친숙하기 때문에, 그 영역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이 낮다. 따라서 사회적 노동 분업 자체의 속성상, 각 영역에서 합리적으로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모든 사람이 정부 활동에 대한 관심, 지능, 재산 수준, 그리고 소득 모두에서 동등하더라도 동일한 결론이 도출된다. 앞의 분석을 통해 실제로 많은 사람이 각 영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이득을 얻을 수 있음에도 왜 소수만이 그렇게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378-379)

    14장|왜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에 비해 기권율이 높은가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에 비해 대체로 기권율이 높다고 추정할 만한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첫째, 투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에 비해 어렵다. 따라서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이 투표로부터 받는 보상이 동일하더라도, 저소득층의 투표율은 낮다. 둘째, 정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저소득층에게 더 어렵다. 그러므로 그들 중 대다수는 정보가 부족하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이들이 불확실한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불확실성은 투표로부터 얻는 보상을 감소시킨다. 따라서 투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어렵다 하더라도 저소득층의 투표율은 더 낮을 것이다.

    기권하는 시민은 투표하는 시민에 비해 더 적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사회에서 저소득층은 그들의 수에 비해 정치권력을 더 적게, 고소득층은 더 많이 갖는 경향이 있다. 정치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제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정치권력의 분포가 저소득층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편중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 한 번 보게 된다.”(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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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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