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원은 석고대죄할 죄인,
    이석기 사건 검찰로 넘겨야 돼
    [기자눈깔] 민주당, 이번에도 국정원 개혁 못하나
        2013년 09월 04일 11:38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4일 국회는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킬 전망이다.

    지난 8월 28일 이석기 의원 자택과 의원실이 압수수색을 당한 직후 국정원이 조금씩 흘리던 녹취록의 실체는 국민들의 판단에 맡기기에는 흘리는 쪽이나 해명하는 쪽이나 점점 궁색해지고 있다.

    ‘이렇게 위험한 놈들이야’이라고 주장하는 국정원의 녹취록의 내용은 특히 이석기 의원 혐의에서만큼은 내란음모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다수 전망인데도, 국정원은 레드 컴플렉스를 자극하며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다.

    왜곡과 날조, 과장됐다는 통합진보당의 해명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왜 정세 교육이 경기도당 당원들에 한정됐는지, 그 모임조차도 참여를 원하는 다수 당원이 아니라 특정 당원들만의 모임이었는지, 보안을 왜 그렇게 강조했는지 의문점이 많다. 강연 내용이 평화 실현을 위한 취지라고 강조했던 이석기 의원의 발언도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구축하자는 내용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결국 남은 것은 ‘종북’이다. 혹은 ‘빨갱이’들의 집단이라는 멍에다.

    이는 국정원의 ‘신의 한 수’가 먹혔다는 것이기도 하다. 2012년 대선 시기, 야권 후보들에 대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비난 댓글을 달았던 국정원이 ‘국회의원 간첩’사건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의당의 심상정 원내대표는 “국정원의 국기문란 사건 국면전환용”이라며 검찰에 수사를 넘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호선 대표도 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원 해체후 해외정보부를 만들고 수사는 검찰과 경찰이 맡아야 한다”며 “국정원의 국내정보수집 파트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화들짝 놀란 민주당은 ‘이건 이거고 그건 그거고’의 전략으로 국정원 개혁은 멈추지 않되,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해서는 철저한 규명을 촉구하는 것으로 자신의 입장을 정리했다.

    민주당은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국정원 사찰 문제로 새누리당으로부터 국정원 국내파트 폐지 요구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2007년 7월 당시 노무현 정부는 “국내파트 구조조정을 고심했지만 국익 위해 사용할 것”이라며 결국 국정원 제도 개혁을 이뤄내지 못했다. 그때의 실패가 현재의 국정원을 이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적어도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현재의 천호선 정의당 대표와 민주당은 현 사태에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3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 지도부의 맹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더 심각한 문제는 국정원 스스로도 자인한 ‘정당사찰’ 문제다. 명백한 국내정치 개입이자 이 과정에서 ‘프락치 매수 공작’까지 했음이 확인됐다”며 “제2야당에 대해서도 수년간 사찰해왔는데 오히려 제1야당은 가만히 두었겠는가”라며 민주당의 지금의 태도가 후에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오늘 오전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는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며 이 의원과 통합진보당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체포동의안 내용을 다 읽고나니 “두둔할 이유는 없다는 점이 분명히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에 대한 비난만 난무할 뿐, 불법적인 정당사찰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없다. 국정원의 개혁을 말하면서도 자신의 발목을 언제 잡을지 모르는 정당사찰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고 난 뒤에야 국정원 개혁이라는 투쟁을 진행할 모양인 것 같다.

    하지만 바로 지금부터 정당사찰과 불법적인 국정원 수사행태에 비난하지 못한다면,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했던 과오를 되풀이하게 하게 될지도 모른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