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전횡 견제할 수 있는
작지만 소중한 힘, 공무원노조
[진보정치 현장] 공무원과 공무원노조, 그리고 단체장과 지방의원
    2013년 08월 27일 03: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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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일, 고용노동부가 공무원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또’ 반려했습니다. 노조 설립이 사실상 ‘허가제’임을, 그리고 적어도 공무원노조 설립 신고는 주무부처 장관의 결재 범위를 벗어나 절대 권력의 ‘윤허’가 있어야 가능함을 드러냈습니다.

공무원노조 각 지부의 사정에 따라 그 형편이 다르겠지만, 지방의원으로 활동하다보면 공무원노조와 관련하여 씨름할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그 씨름은 공무원노조와 단체장만의 샅바싸움이 아니라 공무원노조와 공무원, 그리고 단체장과 의원이 뒤엉킨 정치로 귀결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설립 신고 반려에 대한 기자회견 사진(사진은 공무원노조)

설립 신고 반려에 대한 기자회견 사진(사진은 공무원노조)

대구 서구의회 올해 첫 정례회에서도 공무원노조와 공무원, 그리고 단체장과 의원 간의 정치적 다툼이 있었습니다. 이번 정례회 안건 중 하나인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직원체육대회 예산 2500만원이 쟁점이 되었죠.

추경예산은 당초 예산 편성 당시 예상치 못했던 사업 예산이나 해당 시기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긴급하게 반영해야 할 사업 예산, 또는 사업량 조정에 따른 예산 변동분이나 당초 세입 예산 미확보에 따른 누락분을 반영하는 재정행위입니다. 직원체육대회 예산은 추경예산으로 편성할 성질의 것이 아닌 것이죠.

여기에다 대구 서구청은 직원 사기 진작을 위해 한 해는 전체 직원체육대회, 한 해는 부서별 단합행사를 치러왔고, 그에 따라 작년에 직원체육대회를 하였고, 올 해는 부서별 단합행사를 절반의 부서가 이미 시행한 상태인데, 단체장이 공무원들의 여론을 수렴하거나 공무원노조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그간의 관례 내지는 공무원노조와 단체장, 공무원들과 단체장, 공무원노조와 공무원 사이의 묵시적 합의를 묵살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죠.

또 이 행사가 직원 사기 진작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지만, 휴일에 쉬고 싶은 직원들을 반강제적으로 참석하도록 종용하거든요.

상급자 접대에 눈치 봐야하고, 특히 단체장 수발에 직간접적으로 몸과 마음을 써야 하는 노동이지요. 뿐인가요. 울며 겨자 먹기로 분위기 맞추는 술잔을 반강제적으로 들어야 하고, 심한 경우 행사 마치고 술자리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죠. 아이를 양육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더욱 죽을 맛이구요.

특히 이 예산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장이 한번이라도 더 공무원들에게 얼굴 내밀고, 악수 한 번 더 하고, 술자리 한 번이라도 더 하기 위한 선거운동용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죠. 제가 생각하기에도 아마…

상임위원회에서 이 예산 전액을 삭감하여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넘어왔는데, 이때부터 이제 본격적으로 정치행위가 시작되죠.

단체장 엄명에 따라 반드시 예결특위에서 살려내라는 주문을 받은 부서장은 예결특위 위원 한명 한명의 성향에 따라 누구를 공략하고 누구를 방어할 것인지 판단합니다. 가결시키기 위한 숫자 싸움에 따라 집중적으로 공략할 대상도 찾고, 그 대상에 맞는 공격거리도 찾아내죠.

공무원들도 움직입니다. 단체장이 반드시 살리라는 엄명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는 공무원들에게 전해지고, 그 이야기를 들은 공무원들은 두 세 사람씩 모여 뒷담화를 나눕니다. 그 뒷담화가 흘러 흘러 의원들도 듣게 되고,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형성됩니다.

그런데 이 때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단체장의 일방적인 체육대회 강행에 부정적인 여론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의원들 중에 표면적으로 그 뜻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건 단체장과 의원의 관계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단체장의 엄명을 받은 부서장과 의원의 관계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단체장의 의견을 지지하는 의원과의 관계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인간관계 내지는 인간관계로 포장된 정치적 거래가 기준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공무원노조도 등장합니다. 근무평정과 인사의 올가미가 두려운 공무원들은 뒷담화로 자신들의 의견을 공론화시키지만, 노조는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하잖아요.

노조의 공식적인 의견 표명은 비록 그 영향력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중요한 한 흐름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 시점에서는 정치적 다툼이 이데올로기 싸움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노조를 둘러싼 이데올로기 싸움이죠.

단체장은 쉽게 이야기하죠. 소수의 사람들이 반대를 위해 반대한다. 의원들도 동조합니다. 대구경북에서 독점적인 정치적 지위를 누리는 당이 노조에 대해 갖는 일반적인 시각인 거죠. 물론 이탈자도 있습니다. 노조가 저렇게 반대하는데 강행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분들도 계시죠.

노조에서는 소수의 반대라는 단체장의 공격에 도대체 직원들과 의사소통은 제대로 하는 것이냐고 반박하고, 그렇게 자신 있으면 설문조사라도 해보자고 시비합니다.

저도 나서야겠죠. 이 예산이 상임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되자 스물 대여섯 명의 공무원들과 노조에 의견을 물었죠. 그랬더니 한결같이 삭감 잘 했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특히 여직원들의 불만은 신경질적인 정도였습니다.

예결특위에서 살아날 거라는 이야기를 들고 저에게 문자로 절대 안 됩니다라고 하신 분들도 여럿이었고, 심지어 다른 경로로 저에게 꼭 막아달라는 하소연도 있었죠. 예결특위 자리에서 강력히 주장했으나, 사실 결정은 회의 이전에 되어 있던 것이라, 상임위원회에서 전액 삭감한 예산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전 항의의 뜻으로 계수조정 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죠.

그런 후에도 공무원들의 뒷담화와 노조의 불만은 계속 저에게 들려 왔고, 마지막으로 본회의장에서 역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몇몇 의원들에게 부탁도 하고, 노조가 의장을 면담하기도 하고, 본회의장 입구에서 공무원노조가 피켓 시위도 하였지만, 결과는…… 생각하시는 대로입니다.

본회의장에서 예산이 확정된 직후 마지막으로 자유발언을 하였지요. 예산 확정은 집행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직원 체육대회의 경우 구성원간의 합의를 일방적으로 무너뜨렸고, 정작 당사자들의 여론을 듣지 않았으니 예산 집행 전에 반드시 직원들에게 의사를 물어야 한다고 했죠.

그리고 만약 행사를 하자는 의견이 많다면 체육대회를 할지, 등산을 할지, 문화행사를 할지, 그 구체적 추진 방식도 담당부서에서 기안하고 단체장이 결재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렬과 직급을 배려하여 직원들이 참여하는 준비팀을 구성해서 그 준비팀에서 일체 결정토록 하자고 제안하였습니다.

끝으로 그렇게 추진하는 행사 당일에 단체장을 비롯한 국․실․과장들은 따로 등산을 하던가 하고, 체육대회는 6급 이하 직원들끼리의 행사로 치러서 높으신 양반들 수발하는 행사가 되지 않도록 하자고 했죠. 그렇게 할 리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요. 왜냐고요? 내년에 선거잖아요. ^^

공무원노조의 주장이 항상 옳지 않을 수 있습니다. 노조가 갖는 어쩔 수 없는 조합주의, 당연히 있죠. 그러나 공무원들이 뒷담화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무원노조는 눈에 보이는 모습을 넘어서는 정치적 의미를 실체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그 실체적 의미가 단체장과 의원들과 다툼을 하는 것이죠. 우리 또한 그 정치 다툼에 적극 참여하기 위해 있는 것이구요.

한 가지 말씀드릴 건, 공무원노조와 뒷담화를 하는 공무원들을 우리 스스로 분리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죠. 국가기관이든, 지방자치단체든, 그 자체로 우리를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할 때도 있지만, 그 구성원인 뒷담화하는 공무원들이 억압 자체는 아니거든요. 공무원노조는 지지하면서 뒷담화하는 공무원들을 국가기구와 동일시해서 불편한 시선을 줄 이유는 없잖아요.

다들 아시겠지만…… 공무원이라면 괜히 시비하고 싶다는 친구가 있어서 사족으로 말씀드립니다. ^^

필자소개
장태수
노동당 대구시 서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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