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량 느는데
폭염 '위협'과 절전 '협박'만 되풀이
[에정칼럼] 구체적인 에너지수요관리 방법을 모색해야
    2013년 08월 21일 09:09 오전

Print Friendly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 뉴스를 통해 생중계된다. 폭염 경보가 내려지고 전력수급위기를 알리는 경고등이 켜진다. 전력거래소는 전력예비율 등락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한다.

공공기관에서는 냉방장치와 실내조명의 전원을 내리고 공무원들은 땀을 흘리며 비상근무를 감행한다. 언론은 전력거래소와 공공기관 비상 절전 근무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며 국민들에게 절전을 호소한다.

그렇게 숨 막히는 절정을 지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전력난을 극복한 국민의 승리”라는 언론보도가 터져 나온다. 이렇게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된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현실은 계속된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다루지 않은 진실도 여전히 존재한다. 6월부터 지난 12일까지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으로 10명이 생명을 잃었다. 그리고 폭염은 적어도 향후 30년간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FP통신은 영국 물리학협회(IOP)가 발간하는 과학저널 ‘환경연구통신’을 인용해 폭염의 빈도는 잦아지고 강도는 더 극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염의 원인은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에 따른 지구 온난화이며, 배출량이 준다고 해도 당분간 온난화 현상을 개선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2010년 온실가스 배출량 전년대비 10% 급등

그런데 2010년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도에 비해 10% 가까이 급등했다. 이러한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2가지를 지적했다.

폭염과 한파로 인해 냉난방 전기 수요가 증가하면서 화력발전소에서 이산화탄소 총 배출량 증가분의 42%를 추가 배출했고, 제철 시설과 자동차 생산 증가 등으로 철강업에서 총 배출량 증가분의 32%를 추가 배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폭염->에너지소비 증가->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지구 온난화 심화->폭염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드라마는 해피엔딩이었을지 모르지만, 현실은 ‘새드엔딩’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출처는

출처는 <더워지는 지구, 그 원인과 대책>

현실에서의 비극적인 결말을 막기 위해 에너지 소비, 특히 전력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은 이제 정부도 알고, 전력당국도 알고, 산업체도 알고, 국민들도 안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얼마나 줄여야 할지에 대한 방법으로 들어가면 각 주체의 의견은 달라진다.

정부 및 전력당국은 내년에 발전소가 늘어나기 전까지 단기적인 전력수급 위기만 넘기면 된다는 식이다. 장기적으로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한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민간 석탄화력발전소를 증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요관리정책은 대기업 돈 퍼주기?

단기적인 전력수요관리 정책들도 절전을 계약한 대기업들, 특히 전력사용량이 많은 철강산업에 보조금을 퍼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력수요관리를 위한 전력부하관리 지원금 총액 3063억원 중 83%에 달하는 2573억원이 철강, 시멘트, 제련 등 산업에 편중돼 있다. 지난 2008~2011년까지 기업별 순위로는 현대제철이 343억원으로 1위를 차지하는 등 대기업이 상위권을 독점하고 있다.

일본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전력소비를 전년 대비 11~18% 줄였다. 전력사용 용량에 따른 수요처별 절감목표 제시와 설득, 업종별 세부적인 전력소비 절감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한 기업 활동 위축 및 손실이 지적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경제가 전력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한국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인지는 의문이다.

한국 GDP대비 전력소비, 선진국보다 최대 2배 많아

한국은 GDP 대비 전력소비량이 일본보다 많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전력가격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이 GDP 1달러를 생산하는 데 전력을 271Wh를 쓰는 반면 한국은 364Wh를 사용한다. 한국은 또한 독일(215Wh), 미국(319Wh), 영국(175Wh), 이탈리아(199Wh) 등 주요선진국보다 GDP 대비 최대 2배 가량 전력을 많이 소비하고 있다. 한국은 전력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전력다소비형’ 사회라고 할 수 있다.

폭염 등 기후변화로 인한 ‘위협’과 전력수급위기로 인한 절전 ‘협박’ 시대를 벗어나기 위해 한국은 에너지 저소비형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수요관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에너지 수요관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위해서 각 주체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지 등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를 한 적이 없다. 특히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핵심과제인 왜곡된 에너지가격 체계와 세제를 개편하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산업부문, 수요관리의 핵심

2011년 기준 국내 산업부문이 전체 에너지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62%, 전체 전력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3%에 이른다. 산업부문의 에너지 및 전력소비를 어떻게 줄여나갈지가 향후 에너지 수요 관리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유류보다 싼 전기요금으로 인해 산업설비를 전기로 돌리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핵심문제를 내버려둔 채 국민들에게 절전을 호소하는 기만행위를 이제는 그만할 때가 되었다.

이제는 구체적인 에너지 수요관리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산업, 상업, 수송, 공공, 가정 각 부문별로 명확한 책임을 확인하고 수요관리 목표와 적용 가능한 정책, 실천 가능한 실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내에 수립될 예정인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수요관리에 대한 분명한 방향과 비전이 명시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비상임연구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