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에 구걸하고 싶지 않습니다.
    [기고] 8월 31일 현대차 희망버스 호소문
        2013년 08월 12일 02: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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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울산공장 송전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하던 천의봉, 최병승 동지가 296일만에 내려왔습니다. 지회장인 저는 그 날도 천의봉, 최병승 두 동지가 내려오는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다시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공장 안 현대차지부 사무실에서 나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작년 10월 17일, 두 동지가 고공농성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저는 수배상태였습니다. 이번에 내려올 때는 강성용 수석부지회장도 두 동지를 맞을 수 없었습니다. 강성용 동지는 지금 울산구치소에 수감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사랑하는 두 동지가 내려오는 날 힘껏 안아주지도, 고생했다고 말 한 마디도 건네지 못한 못난 지회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현대차 비정규직 동지들만이 아니라 많은 동지들이 두 동지가 내려오는 날 울산으로 와 주셨다니 감사드립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296일만에 울산 철탑 농성을 정리하는 기자회견 모습

    296일만에 울산 철탑 농성을 정리하는 기자회견 모습

    불법파견 문제로 투쟁을 시작하고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두 분의 열사를 가슴에 품고 투쟁합니다. 이제 곧 돌아가신 지 한 달이 되는 박정식 열사는 차가운 냉동고에 계십니다. 아들의 장례도 못 치르고 계신 어머님께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10년 동안 불법파견 투쟁과정에서 두 명의 열사가 생겼고 두 명의 동지가 분신을 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비정규직이 죽어야 합니까? 분신해야 되겠습니까?

    296일을 철탑에서 투쟁했던 두 동지는 아픈 몸을 추스릴 시간도 없이 다시 정몽구 회장의 탐욕에 맞서야 하는 현실입니다. 10년간 불법을 저지른 현대차 대법원의 판결도 무시하면서 오히려 교섭자리에서 자기들의 불법행위는 감추며 선심을 쓰듯이 신규채용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차가 주장하는 2016년 3,500명 신규채용안은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의 본질을 완전히 회피하는 것입니다.

    저희들이 자연감소인원 등의 자리에 신규채용으로 정규직이 된다면 저희들이 일했던 자리는 다시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채워질 것입니다. 저희들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현대차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작년에만 9조가 넘는 이윤을 남긴 현대차가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입니다.

    저희들은 죽음, 분신, 구속, 수배, 해고, 손배·가압류의 고통을 당하지만 정말 저희들만 정규직이 되겠다고 말하지 못하는, 어찌 보면 미련한 사람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현대차에 구걸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희들의 빼앗긴 권리를 찾고 현대차가 앞으로도 불법적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말라고 싸우는 것입니다.

    2004년 노동부로부터 9,234개 공정 모두 불법파견이라는 판정을 받고 투쟁을 진행해왔습니다. 아침 출근선전전을 하면서 폭력 경비대에 피터지게 맞으면서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싸웠습니다.

    2006년에는 회사 관리자에게 맞아가면서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시키며 파업을 진행했고, 2010년엔 김밥 한 줄로 허기를 달래면서 25일간 추위와 싸워가며 1공장 CTS 점거파업을 진행하였습니다. 2012년부터 시작한 현장파업은 용역 깡패들의 폭력 속에서도 아직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측의 계속된 신규채용과 폭력으로 현장 조합원들이 흔들렸지만 다시 한번 현대차를 상대로 투쟁을 하기 위해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최병승 동지가 철탑에서 내려와 ‘296일동안 하늘에서 본 한국사회는 절망’이었다고 말했다고 들었습니다. 24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은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 10년의 현대차의 불법파견이 이제 삼성전자 서비스로, 이마트로, 여기저기로 확산되는 문제에 대해서 울분을 토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마음이 아마도 저희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모두의 마음일 거 같습니다.

    8월 24일에는 중요한 투쟁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금속노조 결의대회, KTX 민영화 반대 집회, 그리고 24명의 억울한 죽음을 발생시킨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한 범국민대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자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저희들의 투쟁에 항상 모든 마음을 써주시는 쌍용차 동지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대한문 길 건너 환구단의 재능 동지들도 보고 싶습니다. 정말 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같이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응효 조직부장과 저는 갈 수가 없습니다.

    반드시 사라져야 할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에도 함께 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 삼성전자 서비스의 비정규직 문제 등은 단순히 몇몇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지 않겠습니까! 두 사업장의 비정규직 문제를 더욱 확대시켜서 1천만의 비정규직이 사라지고 좋은 일자리가 늘어갈 수 있도록 합시다. 사용자 입맛대로 사람을 정리해고 못하도록 함께 투쟁합시다.

    철탑농성이 마무리되고 지도부가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라 현장이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10년 동안 투쟁했던 저희 조합원들을 믿습니다. 저희 동지들이 더 힘을 내서 투쟁할 계기도 필요합니다. 1차 희망버스로 많은 힘을 받았습니다. 다시 한번 범법자 정몽구를 상대로 싸울 수 있도록 힘을 주십시오.

    다시 한번 희망버스를 타고 현대차가 법을 지킬 수 있도록 함께 해 줄 것을 부탁드리겠습니다. 8월 31일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끝까지 투쟁해서 반드시 승리 하겠습니다.

    필자소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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