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의 정치사상사를 위해
[책소개] 『넘나듦의 정치사상』(강정인/ 후마니타스)
    2013년 07월 20일 01: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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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학문적으로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해 온 결과물이다. 하나는 우리 학문이 너무나 깊이 내면화한 서구중심주의를 타개하고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정치사상 분야에서 체계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저자 자신이 그동안 서양 정치사상 연구에만 몰입해 온 데 대한 자기 반발로 동아시아나 한국의 정치사상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저자는 서양 정치사상은 물론 현대 한국 정치나 동아시아 전통사상을 연구해 왔는데, 이는 ‘현대 한국 정치의 사상화’, ‘전통 사상의 현대화’나 ‘동서 정치사상의 비교 연구’를 수행하면서,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탈서구중심주의’를 추구해 온 과정이었다.

이 점에서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논문들은 명시적으로 서구중심주의를 논하지는 않더라도 서구중심주의의 타개 또는 탈서구중심주의의 지향이라는 일관된 목적에 따라 집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숨은 그림 찾기와 조각 그림(퍼즐 조각) 맞추기

정치사상의 고전적 텍스트를 재해석하면서 저자는 ‘숨은 그림 찾기’와 ‘퍼즐 조각 맞추기’를 통해서 종래의 해석론이 놓치고 있는 숨겨진 사상을 복원하고자 시도한다.

넘나듦

이 책에 실린 세 편의 논문을 이런 시도의 구체적 결실로 지목할 수 있다. 5장 “원시 유가 사상에 명멸했던 대동 민주주의: 급진적 회상”, 6장 “율곡 이이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대동(大同)/소강(小康)/소강(少康): 시론적 개념 분석” 및 9장 “루소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정치 참여에 대한 고찰: 시민의 정치 참여에 공적인 토론이나 논쟁이 허용되는가?”가 그것이다.

먼저 5장에서는 요(堯)/순(舜)/우(禹)의 왕위선양에 대한 <맹자>(孟子)와 <사기>(史記) 및 <서경>(書經)의 단편적인 서술들을 재조합해서 저자는 ‘대동(大同)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고안하고, 이어서 그런 대동 민주주의에 대한 사상사적 흔적을 <맹자>, <사기>,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및 <국어>(國語)에 산재한 구절들을 재해석하고 재조립해서 추적한다.

마지막으로 다산 정약용의 고립된 두 단편, 원목(原牧)과 탕론(湯論)을 잃어버린 대동 민주주의 전통에 대한 급진적 회상으로 연결시킨다.

6장의 율곡 이이의 정치사상에 대한 논문에서도 이와 비슷한 접근을 시도함으로써, 저자는 율곡이 유교 정치사상의 핵심 개념인 대동(大同)/소강(小康)/소강(少康)을 과거의 유학자들과 달리 혁신적으로 재해석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런 시도는 9장의 루소 사상에 대한 해석에서도 발견된다. 루소는 <사회계약론> 4권 1장에서 국가의 유형을 세 가지로, 곧 ① ‘이상적 국가(건강한 농민공동체)’, ②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국가’, ③ ‘부패가 심각한 상태에 이른 국가’로 제시한다.

그 결과 많은 해석론자들은 이 세 가지 범주에 매몰되어 루소의 정치사상을 해석하고자 했다. 그러나 저자는 <사회계약론>에서 루소가 서술한 많은 구절들이 이 세 가지 유형의 국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하고 ①과 ② 유형의 국가 사이에 ‘준이상적 국가(초기 로마공화정의 민회)’라는 국가유형을 설정하고, 이렇게 발견된 국가유형을 통해 종래 잘 설명되지 않던 루소의 정치사상을 합리적으로 해석하고자 했으며, 이를 통해 ‘루소의 시민들 사이에는 적극적인 토론이나 논쟁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기존의 주류적 해석론과 달리 ‘루소의 시민 사이에는 적극적인 토론이나 논쟁이 허용된다’는 반론을 성공적으로 제기한다.

그리고 이런 해석의 타당성을 루소의 최후의 정치적 저작인 <폴란드 정부에 관한 고찰>(Considerations on the Government of Poland)에서 저자의 주장을 명시적으로 뒷받침하는 구절을 찾아서 인용함으로써 입증하고 있다.

주요 내용 소개

제1부는 2004년 <서구중심주의를 넘어서>라는 책을 출간한 이후 저자의 일관된 관심인 ‘탈서구중심적 정치사상 연구를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구현하는 구체적인 연구를 수행하기에 앞서, 그에 대한 기본적인 발상과 전략을 제시한 논문 두 편을 담고 있다. 첫 번째 논문은 동아시아 학자로서 동서 비교정치사상 연구를 어떻게 수행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제안을 담고 있고, 두 번째 논문은 현대 한국에서 한국 정치사상을 어떻게 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저자 나름의 고민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제2부에서는 정치사상의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전통사상과 서양 정치사상의 비교를 시도한 두 편의 논문을 싣고 있다.

제3부에서는 원시 유가 사상과 율곡 이이의 사상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두 편의 논문이 ‘대동’ 개념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제4부는 한국 현대 정치를 정치사상적 관점에서 조명한 논문 두 편을 싣고 있다.

제5부는 프랑스의 근대사상가인 루소와 일본의 현대사상가인 마루야마 마사오의 사상을 분석한 두 편의 논문을 수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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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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