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할수록 더 심해지는
의료비 부담…해법은 어디에?
국가의 재원 책임을 통한 의료급여 대상자 확대 필요
    2013년 07월 12일 01: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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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할수록 더 많이 아프고, 더 일찍 죽는다는 건강불평등의 현실은 우리나라에서도 수 년 전부터 다양한 통계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가난할수록 건강하지 못하다는 사실이 단지 하나의 상식은 아니다. 이것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건강불평등의 심화는 그 자체로 민중의 건강이 파괴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평균 수명과 영유아 사망률 등 한 사회의 일반적 건강 지표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건강불평등은 건강을 결정하는 다양한 사회적 요인들인 노동조건, 환경, 교육, 영양 등을 악화시키는 현 사회체제의 문제가 반영되는 것이다.

한국의 의료보장제도는 건강보험, 의료급여, 긴급의료비지원 등으로 구성된다.

의료급여는 최저생계비 이하의 저소득층이 대부분인 기초생활수급권자를 대상으로 의료비를 국가가 보장하는 제도다. 2011년 현재 수급자는 약 160만 명(전체 인구의 약 3%)이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 건강보험이 존재하지만 보장성은 약 64%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의료급여의 보장성은 86~91% 수준이다.

의료급여는 정부의 조세를 재원으로 사용한다. 이렇게 자산조사를 통해 필요가 있는 대상자에게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공공부조제도로 분류한다.

최근 박근혜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개별급여체계로 전면 개편할 계획을 밝혔다. 이 글에서 자세히 설명할 수 없으나 이 계획은 한계가 많고, 수급당사자를 배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 중 의료급여에 대해서 정부는 구체적 개편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건강보험과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만 밝히고 있다. 정부가 가난한 이들의 의료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보다 구체적인 의료급여 확충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사진은 빈곤사회연대

사진은 빈곤사회연대

가난할수록 더 심해지는 의료비 부담

저소득층은 의료의 필요는 큰 반면 사회경제적 장애로 인해서 의료이용과 충족률은 오히려 떨어진다(inverse care law).

지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에서도 고소득층에 비해 저소득층의 전체 소비 대비 의료부담 비중이 더 크게 증가했다. 이는 의료의 특성상 소득이 낮다고 소득에 맞춰 의료비를 지출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의료보장제도가 의료비에 대한 개인적 부담을 충분히 덜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의료급여제도는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보완해주지 못하고 있다. 우선 의료급여 대상자가 너무 적다. 정부의 빈곤정책 대상자인 중위소득의 50% 이하의 빈곤층은 전체인구의 12% 수준이지만 의료급여 수급자는 3% 수준이다.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낮은 것도 문제라서 소득의 10% 이상을 의료비에 지출하는 의료비 과부담 가구가 전 국민의 15.9%에 이른다. 특히 빈곤층의 의료비부담이 더욱 크다. 비용부담으로 인해 치료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 가구의 비율은 전체 12.07%인데, 의료급여 수급가구 중 치료 포기 경험 비율은 24.13%, 차상위계층은 26.88%다.

이러한 통계는 의료급여가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적 소득이 적기 때문에 치료를 포기한다는 것, 의료급여를 적용받지 못하는 차상위계층은 더 심한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의료급여 1종이라고 하더라도, 본인부담금이 있고 비급여 의료는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에 실제 의료비 보장률은 90% 수준이다. 특히 입원 진료의 경우 비급여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의료급여 수급권자라고 하더라도 소득이 낮을수록 더 입원 진료를 이용하지 못하는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다. 본인부담금 적용 후 2008년부터 2010년 사이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입내원일수 증가율은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낮아졌다.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으로 인한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의료급여의 수급 대상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불필요한 비급여 행위는 차단하고 필수적 의료는 급여화해서 의료급여의 보장수준도 더 높여야 한다.

차상위계층의 의료비는 건강보험의 몫?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의료급여 수급 대상자를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이나 재원 마련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의 급여 확대 계획에서도 선택진료비(특진비), 차액병실료, 간병비와 같은 3대 비급여 문제에 대해서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의료급여와 관련해서는 사회보장위원회를 통해 개별급여 체계 도입, 의료급여와 건강보험의 연계 강화, 차상위계층 중 의료 욕구가 있는 희귀난치성 질환, 만성질환자에게 의료급여를 제공하겠다는 계획만 제시했다.

구체적 계획이 나와야 알겠지만, 현재 계획에서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현재 차상위계층의 의료비 대부분은 건강보험이 부담하고 있는데, 의료급여와 건강보험의 연계 강화라는 명목으로 차상위계층의 경우 보험료와 본인부담금 일부만 지원하는 현재 방식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 방식은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되기 시작했다. 지난 2004년부터 차상위계층 중 만성질환 및 희귀난치성질환자, 18세 미만 아동에 대해 2종 의료급여를 실시하면서 의료급여 대상자가 확대된 바 있다. 이를 통해 차상위계층의 의료비 본인 부담은 건강보험의 보장을 받을 때보다 더 줄었다. 본인부담이 절반으로 줄게 된 것이다.

그러나 재정문제를 이유로 2008년에 차상위계층을 다시 건강보험으로 편입시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차상위계층의 본인부담금이 확대되지는 않았다. 정부에서 보험료와 의료급여 2종의 보장률과 건강보험의 보장률의 차액분을 부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의료비의 64% 수준의 보장은 국가의 책임에서 건강보험공단의 부담으로 이전되었다.

19대 국회에서 차상위 계층에 의료급여를 다시 적용하고, 국가가 의료비를 책임지자는 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정부는 재원이 없고, 실제 차상위계층에 주어지는 혜택은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국가가 책임지는 의료급여 확대가 필요

정부 일각에서는 전국민 건강보험이라는 취지에서 차상위계층도 건강보험에 편입시켜서 정부는 보험료만 대신 내주는 방식으로 보조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실제 여러 지자체에서는 저소득층 건강보험 가입자의 보험료를 대납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건강보험 보장성이 낮은 현재 상황에서 보험료만 내주는 것으로는 저소득층이 필요할 때 적절한 의료 이용을 하도록 만들 수 없다.

따라서 공공부조 성격의 의료보장에 대해서는 국가책임을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 의료급여를 확대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의료급여의 원리가 취약계층이라고 인정받을 만한 자격조건을 가진 대상에게 선별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차상위계층도 의료급여로 보장을 해야한다. 재원 부담에 대해서도 국가가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복지제도 간의 연계를 강화한다는 것은 혜택이 중복되지 않고, 사각지대를 줄이자는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의료의 경우 건강보험의 사각지대를 의료급여가 보완하는 것이 그 핵심일 것이다.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해 자격 탈락이 되는 저소득층, 건강보험료를 내기도 힘들 만큼 생계문제를 가진 저소득층 등에게 의료급여가 제공되어야 한다. 건강보험은 진료비 상한제, 비급여 진료 통제 등을 통해 아파서 가난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의료급여 수준으로 보장성을 강화해서 의료급여와 통합을 추구할 수 있다. 진정한 연계는 건강보험 가입자, 의료급여 수급권자 모두 건강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연대해서 보다 나은 보건의료체계를 위해 투쟁할 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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