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는 최저임금, 농민은 쌀 목표가격
    [농촌이야기] 농업과 농민은 천덕꾸러기가 아니다!
        2012년 06월 09일 04: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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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이야기를 하려니 무엇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다. 레디앙 독자의 다수가 좌파 성향이라는 걸 감안하면 선뜻 주제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건 좌파들이 농업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기에 더욱 그렇다.

    최근 농업계 이슈라면 당연히 한중FTA이지만, FTA는 한미 FTA를 기점으로 워낙 많은 글들이 있고 농업계에서는 피해가 얼마나 될까 이외에는 할 말이 없다. 게다가 한중FTA는 이제 1차 협상을 시작한지라 협상 내용의 분석도 할 게 없다.

    좌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라면 카길이나 몬산톤 등 다국적 기업에 대한 비판이겠지만 이 또한 신선한 내용이 더 나올 리도 없다. 간혹 환경 또는 생태에 관심이 많은 좌파들에게는 푸드마일리지, 로컬푸드, CAS 등이 좋은 소재이겠지만 이 내용들의 기초부터 풀어야 될지 아니면 새로운 소식을 중심으로 해야 할지 애매하다.

    한국의 농업에 대해 이야기하라면 농민의 숫자다. 80년대 말까지도 천만명이었던 농민은 이제 320만명으로 대폭 줄었고, 그나마 60세 이상의 농민이 65%를 넘고 있다. 초고령화된 농민들이 대한민국 5천만명의 밥상을 책임지고 있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10월에 발표되는 쌀 생산량 통계는 9시뉴스의 메인이었고 대통령들은 6월에는 모내기, 영부인은 잠사(누에)를 하는 것이 관례였고, 그 모습이 뉴스를 장식했다.

    90년대에는 농민 집회에서 애비애미 신공이 먹혔다. 농민들이 집회를 하고 전경들이 이를 막으면 나이가 지긋하신 농민 아저씨들이 전경들에게 “니들이 애비 애미도 없냐”며 밀치면 전경들은 고향의 부모님 생각에 은근슬쩍 밀려주기도 했다.

    지금은 농민 시위는 폭도로 매도되고, 쌀 생산량은 9시 뉴스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농업은 매년 국가보조금만 받아가는 쓸모없는 천덕꾸러기가 돼 버렸다.

    쌀 생산비 보장을 촉구하는 시위

    그러나 당신들은 밥이 없으면 살아가지 못한다. 운동권들은 한 때 밥을 남기는 것은 농민들에 대한 모독이라면 쌀 한톨을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농민들이 고생하는 지 아냐고 다그쳤다.

    우스갯소리로 하면 요즘 가장 쉬운 농사가 쌀농사다. 기계화율이 90%가 넘는 논농사는 볍씨 파종부터 모내기, 농약살포, 비료시비, 수확, 탈곡에서 건조까지 모두 기계가 한다. 피사리는 옛말이고 쌀 한톨에 7근의 농민의 땀이 들어간다는 일미칠근(一米七斤)도 옛말이다.

    농사짓기 좋아졌다고?? 쌀값은 10년간 변한 것이 없다. 기계화로 노동력(농업에서는 생력이라고 한다)이 줄어 생산비가 내려갔기 때문이라고?? 여전히 저곡가 정책은 유효하다.

    대한민국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72Kg이고 해마다 줄어든다. 10kg에 2만5천원이니 4인 가족이 일년에 40만원의 쌀값이 든다. 한달 평균 3만 3천원이다. 4인 가족이 배부르게 밥을 먹는데 한 달에 3만3천원이라면 정말 싼 가격이다.

    그런데도 쌀값이 비싸다고 아우성이다. 이제는 물 건너갔지만 2014년에 재협상하게 돼 있는 쌀을 조기에 개방해야 한다고 MB정부는 취임 초에 밀어붙였다가 농민들에 반대에 밀려 이젠 포기 상태이다.

    요즘 여중고등학생들의 로망이 아이디 카드를 목에 걸고 스타벅스 커피를 손에 들고 다니는 여의도 증권가의 캐리어우먼이라고 한다. 커피 한잔에 4천원만 잡고 하루에 한잔씩만 마셔도 한달이면 12만원이다.

    쌀은 목표가격이 정해져 있다. 쌀의 목표가격은 쌀의 생산비를 기준으로 기준 가격을 정해놓고 기준 이하로 내려가면 그 차액의 85%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것을 말한다.

    이를 변동직불금이라고 하며, 목표가격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17만83원(80kg기준)으로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올해 쌀값이 평균 16만원이었다면 17만83원에서 16만원을 뺀 1만83원의 85%인 8570원을 정부에서 보조해준다. 쌀 최저가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올해가 바로 쌀 목표가격을 정하는 해이다. 목표가격은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서 의결하게 돼 있다.

    정부는 쌀값 인하를 위해 목표가격을 낮추려 하고 농가들은 생산비가 올랐기 때문에 목표가격인상을 주장한다. 예전 수매가를 정하듯 목표가격을 놓고 농민들은 정부와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한다.

    한달에 커피값으로 12만원을 쓰는 당신들은 쌀 80kg의 가격이 17만원이 비싸다고 생각하는가? 도대체 얼마면 적당한 가격인가?

    아마도 10월 국회에서는 쌀 목표가격이 안건으로 상정되고 결정은 대선이 끝나고 나서야 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쌀은 ‘정치재’라고도 불린다. 대선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서 목표가격 결정을 미룰 것이다.

    6월말이면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이 있다면 농민에게는 쌀 목표가격이 있다. 최저임금이 시민들에게는 더욱 현실적이겠지만 농민들의 현실은 목표가격이다.

    지난해 이맘 때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에서 최저임금 1만원을 프로필 사진에 올렸던 좌파들이 많았고 올해에도 그럴 것이다.

    연말에 쌀 목표가격 정할 때 농민들이 원하는 23만원을 트위터와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에 올려 달라. 쌀값 23만원 된다고 해서 시민들이 쌀값에 지불하는 비용은 고작 한달에 1만원 더 오른다.

    연말에 우리 모두 다 같이 ‘쌀 목표가격 인상’을 이슈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필자소개
    전 농어촌신문 기자. 진보신당 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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