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하임의 사회운동적 '세대'론
    [책소개] 『세대 문제』(카를 만하임/ 책세상)
        2013년 07월 06일 12: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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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운동론적 세대론

    세대 차이, 세대 갈등, 세대 전쟁…. ‘세대 문제’는 유사 이래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인류와 함께해온 ‘오래된’ 문제이다. 고대 그리스의 신전 기둥에도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고 하지 않는가.

    또한 세대 문제는 오늘 한국 사회의 주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세대를 둘러싼 수많은 명명과 담론이 명멸해왔으며, 지난 18대 대선 결과를 놓고도 이른바 2030세대와 5060세대가 첨예한 대결 양상을 보였다.

    ‘88만원 세대’로 대변되는 청년 문제는 해소될 줄을 모르며, 최근에는 ‘일베’ 현상에서 보듯 청년 세대 안에 존재하는 극단적 이념 대립이 이슈로 불거지기도 했다.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작 세대에 대한 연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처음으로 세대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질문을 던지고 체계적인 이론 틀을 제시한 이가 바로 지식사회학의 창시자 카를 만하임이다.

    그는《세대 문제》에서 이전 세대의 세대론, 즉 실증주의적(생물학적) 세대론과 낭만주의적(역사적) 세대론의 한계를 비판하고, 사회운동론의 관점에서 세대론을 재구성했다.

    만하임에 따르면, 단선적인 역사관과 양적 시간관에 따라 ‘젊은 세대는 진보이고 나이 든 세대는 보수’라는 개념을 도출한 실증주의적 세대론으로는 세대 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또 낭만주의적 세대론은 질적 시간을 고려해 동일 세대가 경험한 사건의 영향을 중시함으로써 이런 한계를 넘어서려고 했으나 사회적 요소를 배제함으로써 동일 세대 안에 진보와 보수가 공존하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런 비판 위에서 만하임은 실증주의적인 수직적 세대론과 낭만주의적인 수평적 세대론을 결합해 독창적인 구조적·사회운동론적 세대론을 제시했다.

    그는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서 세대를 고찰하고 세대운동을 계급운동과 비교하며, 동일 세대 안에 서로 다른 세대 단위가 존재함을 역설한다. 그의 논의를 통해 수평적인 세대 이해가 가능해졌으며, 동시대 동일 세대 안에 존재하는 갈등을 분석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대의 사회운동 조직화를 위한 이론과 실천의 방향이 정립되었다.

    이전 세대론의 한계를 지적하고 운동론의 관점에서 세대론을 재구성한 만하임의《세대 문제》는 우리 시대 세대 논의의 출발점이자 경유점이다.

    청년세대는 진보이고 나이 든 세대는 보수인가?

    20세 초반 만하임은 반유대주의와 범게르만주의를 옹호하는 독일 청년들의 호전적 민족주의, 그리고 러시아혁명을 필두로 일어난 다양한 이질적 이데올로기 운동이라는 역사적 현실에 직면해 ‘청년이 기성세대보다 진보적이다’ ‘동일 세대는 동일 목소리를 낸다’는 통념을 근본적으로 회의하게 된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나이 세대 중 일부는 보수적이고 일부는 진보적이라면 그들은 동일 세대인가 아닌가? 이러한 문제의식 위에서 만하임은 실증주의적 세대론과 낭만주의적 세대론을 비판,종합해 사회운동론적 세대론을 정립한다.

    실증주의적·생물학적 세대론 비판

    실증주의적 세대론은 ‘삶과 죽음, 명확하게 측정 가능한 수명, 세대와 세대 간 일정한 간격들’이라는 생물학적 요소와 ‘양적 시간’, 그리고 역사가 항상 진보한다는 단선적 역사관에 따라 세대를 실증주의적인 방식으로 이해함으로써 ‘젊은 세대는 진보적이고 나이 든 세대는 보수적’이라는 결론을 도출한다.

    만하임은 역사사회학의 범주인 ‘진보적/보수적’이라는 개념과 형식사회학의 범주인 ‘신新/구舊’ 개념을 혼동한 결과 이러한 도식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하며, 이러한 방법론으로는 세대 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현실 세계에서 이미 ‘청년은 진보, 기성세대는 보수’라는 등식이 깨졌으며, 청년이 어떤 성향을 띠게 될지는 사회구조와 청년의 반응에 달려 있다는 것이 만하임의 주장이다.

    세대문제

    낭만주의적·역사주의적 세대론 비판

    낭만주의적 세대론은 실증주의자들의 양적 시간 개념과 역사관을 부정하고, ‘주관적으로 경험 가능한 시간’ ‘질적 시간’에 입각해 사유한다. 동일 세대가 경험한 사건과 그 사건의 영향을 중시하는 낭만주의자들에 따르면, 동일 사건을 동시대에 같이 경험한 세대는 비슷한 태도를 취하게 된다.

    만하임은 낭만주의적 세대론의 정점으로 독일의 예술사가 핀더G. M. W. Pinder의 ‘동시대의 비동시성’을 드는데, 핀더의 ‘엔텔레키’ 개념으로써 동시대의 비동시성을 발전시켜 각 세대가 고유한 질적 통일성을 지니고 있음을 설명한다. 낭만주의적 세대론에 따르면 보수적 세대와 진보적 세대라는 구분은 나이가 아닌 ‘경험의 공통성’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이처럼 낭만주의적 세대론은 공시적 개념에 집중해 동일 세대는 왜 비슷한 태도를 보이는가라는 세대론의 난제를 설명해냈지만, 동일 세대 안에 진보적인 목소리와 보수적인 목소리가 공존한다는 현실의 문제, 즉 집단에 따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만하임은 그 이유가 사회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사회학적 관점에서 세대론을 연구하려면 사회적 요소, 그중에서도 ‘집단’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와 ‘집단’에 주목해 구조적·사회운동론적 세대론 제시

    당대의 현실 앞에서 ‘동일 세대 내의 서로 다른 세대 단위, 서로 다른 목소리’라는 현상에 주목한 만하임은 실증주의의 생물학적 요소와 양적 시간, 그리고 낭만주의의 주관적 경험과 질적 시간을 결합해 구조적, 사회운동론적 세대론을 제시했다.

    그는 생물학적 요소의 연역성을 부정하고 그것을 ‘사회적 상호작용’과 연관시킨다. 같은 시대에 태어났다고 해서 같은 세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 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거쳐 하나의 세대로서 의미를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경험적 요소의 보편성 역시 거부하고 같은 세대의 경험이 특수한 측면에 제한됨을 이야기한다. 같은 세대라 해도 자신이 놓인 ‘사회 내 위치 관계’에 따라 같은 사건을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만하임은 이처럼 양적 시간과 ‘사회적 위치의 특수성’, 그리고 질적 시간과 ‘사회 내 위치 관계’를 변증법적으로 통합해 특정한 시대의 세대 문제를 규명할 수 있는 구조적·사회적 세대론을 발전시킨다.

    그의 논의는 세대에 대한 이해를 수직적 이해에서 수평적 이해로 전환시킴으로써 나이에 따른 세대차이가 아니라 동일 세대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또 동시대에 서로 다른 세대단위가 존재함을 밝힘으로써 통시적인 세대갈등을 넘어 공시적인 세대갈등, 즉 동시대의 동일 세대 내 갈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1980년대에도 사회 한편에는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는 집단이 존재했다. 또한 2013년 현재 청년들 가운데 일부는 보수적인 청년으로, 다른 일부는 진보적인 청년으로서 동시대의 역사를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동일 시대를 단 하나의 슬로건으로 ‘진보’ 또는 ‘보수’라고 단정하는 것은 섣부른 이론적 시도가 될 것이다. 동시대의 비동시성을 세대 간의 문제로 이해한 것이 아니라 동일 세대 내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본 만하임을 통해 우리는 ‘동일 시대’, ‘동일 세대’, ‘서로 다른 목소리’라는 세대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얻게 된다.”<옮긴이 해제에서>

    세대를 사회운동론으로 재구성하다

    만하임의 세대론은 세대를 사회운동론의 관점에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이전의 세대 논의가 과거 사실에 대한 정태적 분석이었다면, 만하임의 논의는 당대의 변화하는 세대를 포함시켰을 뿐만 아니라 세대의 사회운동 조직화를 위한 이론적 근거이자 실천적 방향을 제시하는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역자에 따르면 ‘세대위치’ ‘실제 세대’ ‘세대단위’ ‘구체 집단’ ‘선구자’ 등의 개념은 “문제를 겪고 있는 세대를 포섭하는 이론적 장치가 될 수 있다. 예컨대 ‘88만원 세대’처럼 스펙 쌓기, 취업난, 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희망을 상실한 세대를 세대전쟁에 배치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만하임은 계급운동론의 구성과 비교하면서 세대운동론을 전개한다. 그는 프롤레타리아 운동에 적용되는 즉자적 계급 대신 세대위치, 대자적 계급 대신 실제 세대, 대중조직 대신 세대단위, 전위정당 대신 구체 집단, 지식인 계급이라는 용어 대신 선구자라는 용어를 사용해 세대운동론을 구성하고 있다.

    노동자와 비교되는 ‘세대위치’는 같은 시대에 태어나 역사적으로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세대’는 노동자로서 노동의 현실이 왜 문제인지 깨닫고 활동할 준비가 되어 있는 대자적 계급과 비교되는데, 동일 세대를 살아가는 역사적·사회적 공동 운명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노동운동에 더 깊이 개입하는 대중운동조직과 비교되는 ‘세대 단위’는 실제 세대보다 더 깊이 세대운동에 관여하는 세대로, 동일 세대 내에 하나의 세대 단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세대 단위가 존재한다. 따라서 동일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도 다른 세대 단위마다 다르게 해석하고 다르게 행동하게 된다.

    이것이 만하임이 세대 문제를 바라보는 독자성이자 독특성이다. 동일 세대 내에 서로 다른 세대 단위 및 서로 다른 사고와 행위를 하는 세대 집단이 있음을 밝힌 만하임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동일 사건을 진보적 또는 개혁적으로 사고하는 세대 단위와 보수적 또는 역행적으로 해석하는 세대 단위가 존재한다는 것, 나아가 이런 세대 단위가 또 다른 정치적 집단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주체로 나선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계급운동의 전위조직과 비교되는 ‘구체 집단’은 세대단위를 통합시키면서 통일적 목소리를 내게 하며, 지식인 집단은 ‘선구자’로서 세대운동에 자양분을 제공한다. 만하임에 따르면, 세대운동의 선구자는 동일 세대가 아니라 주로 이전 세대 지식인 계층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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