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공단, 북의 제안과 남의 역제안
        2013년 07월 04일 04: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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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판문점 채널 통해 ‘방북 허용’ 입장 전달

    북한은 3일 오후 5시께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개성공단 담당 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명의로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와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 측에 보내는 전통문을 전달했다.

    북한은 이 문건에서 “장마철 공단 설비·자재 피해와 관련해 기업 관계자들의 긴급대책 수립을 위한 공단 방문을 허용하겠다.”면서 “방문 날짜를 알려주면 통행·통신 등 필요한 보장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또 개성공업지구 관리위 관계자들도 함께 방문해도 된다는 뜻을 밝히며 방문 기간 필요한 협의들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이번 전통문은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 측에 전달됐으며, 우리 측이 판문점 연락채널 정상화 여부를 묻자, 북측은 “맞다”는 동의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당국간 회담에 응한다는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한국 정부의 역제안 등 주요 행위자의 반응

    미국 당국은 긍정적인 반응인 듯 하면서도 한국 정부에 일임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 당국자는 3일(현지시간) “늘 그랬듯 미국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앞으로도 역내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북한 문제에 대해 긴밀하게 조율할 것”이라며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에 문의해 달라”고 했다.

    개성공단 사태가 개선 조짐을 보이는 데 대해서는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 분위기 형성 측면에서 환영할 수 있지만,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 측의 뒤에 서겠다는 자세를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 정부 측은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역제안했다. 정부는 4일 오전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북한 측 중앙특구지도총국장 앞으로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이같이 제안했다고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이 밝혔다.

    그는 “이번 제의는 이 같은 문제가 남북 당국간 대화를 통해서만 풀어갈 수 있다는 일관된 입장에 따른 것”이라면서 “이번 실무회담에서 개성공단 시설 및 장비점검 문제와 함께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 문제,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문제 등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로 3일 통일부 당국자가 “당국간 회담 제의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당국 채널을 통해 입장을 보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고 말해 북한의 태도를 과거보다 진전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에 비해, 4일 오전 청와대 관계자는 “무분별하고 무원칙한 대북 정책은 없을 것이라는 것 하나만은 확실하다.”고 밝혀서 내부 이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환영하며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 문창섭 공동위원장은 북의 제안에 대해 “기업들이 결국 간판을 내려야 하나 고민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이런 소식이 전해져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문 공동위원장은 “기업들이 재기하려면 공단의 설비라도 보전해야 하기 때문에 유지보수 인력의 방북은 필수”라고 강조했고, 정기섭 비대위 기획분과위원장도 “기업의 재산손실은 결국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손실인데 그걸 줄이기 위해서라도 유지보수 인력의 방북은 이유 없이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상 가동할 때의 개성공단 자료 사진

    정상 가동할 때의 개성공단 자료 사진

    남북 당국간 회담이 이뤄질까?

    개성공단을 둘러싸고 그동안 한국 정부는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안한 반면, 북측은 기업인에 대한 방북을 허용하면서도 당국간 회담에는 명시적으로 응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5월 28일 조평통은 기업가들의 방북 허용을 촉구하면서도 남북당국간 실무대화 요구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이때 신변안전 등이 걱정되면 개성공업지구 남측 관리위도 같이 오면 될 것이라고 해 관련 실무회담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으나, 한국 정부측은 정식 제안이 아니라고 부정적 반응을 보인 바 있다.

    6월 초에는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포함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간 회담을 북이 선제적으로 제안했으나, 결과적으로 이른바 ‘격’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 끝에 ‘남북당국회담’ 자체가 무산되어버렸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이번 북의 제안과 남의 역제안이 개성공단 잠정 중단상태를 해결할 돌파구가 될 지 단언할 수는 없다.

    북측은 개성공단 관련 당국회담에 대한 6월 이전의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남 당국도 실제로 문제를 풀 생각은 없이 대화의 원칙을 지킬 것이라는 이미지 고수에 집착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이 판문점 연락관이라는 당국 차원의 루트를 통해 문건을 정식 전달하면서도 그 전달 대상으로 기업협회와 함께 우리 측 관리위를 포함시킨 데 비해, 한국 정부는 북한 측 중앙특구지도총국장 앞으로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 명의의 통지문을 전해 접촉의 파트너가 다른 것이 사실이다.

    남측이 ‘남북협력지구지원단(남)’과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북)’이라는 개성공단 관련 남북 당국간의 실무 회담을 제안한데 비해, 북은 기업가와 함께, 일종의 남북 공동기구이자 반관반민 기구라고 할 수 있는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의 남측을 접촉 대상으로 삼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회담 자체가 성사되지 않고 장마철을 맞아 설비․자재의 유지․보수를 위한 기업인의 방북도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북의 제안은 3일 오전 개성공단 기계전자부품 소재 기업인들이 “남북 당국의 분명한 조치가 없을 시 개성공단 내 설비를 국내외로 이전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달래기용 혹은 자신들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남측 당국이 경직되어 문제가 안 풀린다는 면피성, 알리바이용 제안으로 그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한국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신뢰가 부족한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경직된 원칙이요 남북관계를 풀려는 의지도 없으면서 반북 정서에나 편승하려 한다는 비판적 시각을 스스로 입증함과 함께, 자국민인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고통에 대해 북한 당국보다도 오히려 무신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7.4공동성명 41주년

    마침 오늘은 7.4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41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원칙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실천되지 않는 현실이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민족대단결의 대장정을 다시 시작하고, 갈등이 첨예화된 현실을 타개하고 평화를 구조화하는 적극적 노력이 요구된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미-중 양강 시대, 일본의 우경화가 노골화되는 현 시점에 평화를 지키고 민족의 활로를 개척해 가는 ‘자주’라고 할 수 있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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