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에너지도 악마가 될 수 있어
[에정칼럼]태국 재생에너지 개발정책과 로이엣 바이오매스 발전소 사례
    2013년 07월 02일 10: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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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의 시대, ‘착한 에너지’가 뜨고 있다. 석유정점을 지나 점차 고갈되고 있는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기후변화로 인해 파괴되는 생태계와 환경, 인류의 삶을 개선시켜줄 수 있는 대안으로 재생에너지 – 태양열, 소수력, 풍력, 바이오매스 등 – 가 ‘착한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동남아시아 메콩 지역의 경제 강국으로 떠오르는 태국 역시 급속한 에너지 수요 증가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태국 에너지 정책의 기반이 되는 2007년 에너지산업법은 에너지 안보 확보, 재생에너지 개발 및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 이산화탄소 절감 등을 목표로 내세우며 재생에너지 개발계획(Renewable Energy Development Plan, 2008-2022)을 발표하였다.

이 계획은 화석연료 수입을 줄이고 태국내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을 증대시킴으로써 태국 에너지 안보의 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으로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계획은 2012년에 개정되어 2022년까지 총에너지 소비의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25%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구체적인 목표로 삼았다.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태국 정부의 노력은 민간발전회사에 대한 지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태국의 전력생산 구조는 태국전력공사(EGAT, Energy Generating Authority of Thailand)가 47%를 차지하고 있고, 민간발전이 48%, 나머지 5%는 수입전력으로 채우고 있다.

특히 민간발전회사 중 90메가와트(MW) 이하의 전력을 생산하는 SPP(Small Power Producer)와 10메가와트 미만의 전력을 생산하는 VSPP(Very Small Power Producer)에 투자 안전성을 높이고 소규모의 발전이 가능하도록 발전차액지원제도(Feed in Tariff)를 제공하고 있으며 세금 감면, 저금리 대출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규모가 작은 VSPP 발전소는 환경영향평가 의무에서도 제외되고 있다.

태국에서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착한 에너지’로 재생에너지 중 바이오매스 에너지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바이오매스 에너지는 벼를 도정하고 남은 왕겨나 설탕을 만들고 남은 사탕수수대, 종이를 만들고 남은 나무조각들, 옥수수대 등을 태워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전환시켜 만들어진 에너지를 일컫는다.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태국은 지금까지 폐기물로 취급되어 왔던 왕겨와 같은 바이오매스를 활용한다는 점, 그리고 전기까지 생산한다는 장점으로 인해 바이오매스 발전소가 증가 추세에 있다. 현재 태국에는 88개의 바이오매스 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그동안 폐기물로 버려져온 바이오매스를 활용하여 전기를 생산한다는 아이디어는 환영할 만한 것이다. 그러나 민간전력회사들이 발전소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에 더 주목해야 한다. 태국에서는 큰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는 바이오매스 발전소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주민들과의 갈등을 일으킨 사례들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태국 동북부 이산지역의 로이엣 부아솜마이(Buasommai) 바이오매스 발전소이다. 1992년부터 도정공장을 운영하고 있던 부아솜마이 그룹은 2002년 도정공장 옆에 들어선 태국의 대표적인 민간발전회사인 EGCO 그룹의 로이엣 그린 바이오매스 발전소(9.95 메가와트)를 보고, 2004년 6.4메가와트 바이오매스 발전소와 2009년 9.9메가와트 발전소를 가동시키기 시작했다.

문제는 2004년 부아솜마이의 첫 바이오매스 발전소가 가동되면서 발생하였다. 공장굴뚝에 전기 집진기를 설치한 로이엣 그린 발전소와는 달리, 부아솜마이의 공장 굴뚝에서는 검은 연기가 솟구쳤다. 그리고 그 재는 근처 마을로 날아와 검은 비가 되어 내렸다.

마을 방향으로 바람이 부는 10월부터 1월까지 4개월 동안은 지붕이, 마당이, 밖에 널어둔 옷가지, 논이 모두 검게 변했고, 문과 창문을 닫아도 안으로 들어오는 작고 가벼운 재는 마을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했다. 천식, 피부질환이 생기고 몇몇 주민은 눈에 들어간 재 때문에 한 쪽 눈이 실명되기도 했다.

발전소에서 날아오는 재와 먼지 때문에 벼와 과일 생산량도 줄고 빗물도 받아 사용할 수가 없어 물도 구입해야 해서 주민들은 경제적인 타격도 입었다. 착한 에너지가 ‘악마’가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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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7일 부아솜마이 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검은 매연 @유예지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문제제기에 부아솜마이 발전소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발전소 건설 전에도 주민들은 어떠한 정보도 듣지 못했다. EGCO 그룹이 건설 전 주민대표들을 데리고 다른 지역에서 자신들이 운영하고 있는 발전소 견학을 하고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주민들의 동의를 얻은 것과는 정반대였다.

그러나 오랫동안 싸워온 주민들은 포기하지 않고 부아솜마이 발전소를 비롯해 중앙정부, 도청, 지역구 의원 등에 다양한 루트로 문제제기를 했다.

작년 11월 로이엣 도청 앞에서 주민, 학생들, 선생님들 800여명이 모여 집회를 열고 성명서를 전달하여 현재는 마을주민대표, 도청과 구청 소속의 정부 관계자로 구성된 위원회가 한 달에 한 번 부아솜마이 발전소를 방문하여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그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 3

2012년 11월 13일 로이엣 도청 앞 주민집회에서 초등학교 학생들이 “발전소는 더 부유해지고, 사람들은 고통받는데, 정부는 뭐하고 있는 건가요?“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Chairan

주민들의 대대적인 집회의 성과라 할 수 있는 모니터링 활동이 중요한 분기점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그리고 언제까지 주민들의 힘겨운 투쟁에 ‘반응’하기만 할 것인가?

로이엣 주민들과 어린 학생들이, 다른 지역의 주민들이 또 다른 피해를 입지 않도록 태국정부는 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민간사업자들의 이익, 정부의 이익만이 아니라 태국 국민들의 권리도 적극 보호해야 한다.

‘착한 에너지’ 아이디어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모두가 ‘착한 에너지’라 불리는 재생에너지도 악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 하에 태국 정부는 재생에너지와 작은 규모의 발전소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의무화해야하며, 굴뚝에 설치해야 할 집진기의 기술표준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비상임연구원, 태국 쭐라롱콘대학 국제개발학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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