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버스터의 역사, 과거와 현재
    미국 한 여성의원, 11시간의 필리버스터 통해 낙태 관련 법안 통과 저지
        2013년 06월 27일 03: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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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의 민주당 소속 한 여성 의원이 무려 11시간이나 물 한 잔 마시지 않고 기대지도 앉지도 못한 채, 선 상태로 마라톤 연설을 진행하는 필리버스터를 통해 낙태 관련 법안을 저지하는 데 성공해 화제가 됐다.

    민주당 소속의 웬디 데이비스 텍사스주 상원의원은 이날 의회 특별회기 마지막 날 공화당측이 임신 20주 이후 낙태 금지, 낙태 유도제 제한, 외과 병원에서만 낙태수술, 병원시설 개선 의무화 등의 법안을 처리하려 하자 이를 반대하기 위해 11시간 동안 연설을 진행했다.

    의회 규정상 필리버스터에 나서는 의원이 주제에 벗어나는 연설을 한다는 지적을 3차례 받을 경우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키기 위한 투표를 벌일 수 있으며, 다수파인 공화당 의원들이 이를 통해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키고, 새 낙태관련 법안에 대해 표결에 들어갔지만 투표시점이 마감시한을 넘겨 진행한 것으로 확인돼 무효가 됐다.

    결국 웬디 의원의 11시간 동안의 외로운 연설이 새 낙태법안 처리 저지에 커다란 도움이 됐던 것.

    Wendy Davis filibuster

    웬디 의원의 필리버스터 모습

    필리버스터와 고의적인 회의 지연

    합법적인 의사진행 저지 방안인 필리버스터는 한국의 경우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 당시 이정희 대표가 회의 진행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변형된 필리버스터를 통해 장장 이틀 동안 전국위원회를 진행시켰던 사건이 떠올려질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필리버스터에 나서는 경우는 야당이나 소수당 내지는 발언권이 약한 사람들이 다수당에 저항하기 위해 사용되는 최후의 수단으로, 당시 통합진보당 당권파측의 필리버스터는 단순히 ‘회의 방해’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당시 이정희 의장의 경우 필리버스터라고 부르기보다는 ‘고의적인 회의 지연’이라는 말이 더욱 올바른 표현이 아닐까 싶다.

    물론 필리버스터의 방법에는 오랜 시간 마이크를 붙잡는 것 이외에도, 반복적인 유회나 산회, 규정이나 회의 규칙에 대한 반복적인 발언, 신상발언 남발, 형식적 절차에 대한 이행 요구 등 또한 포함되어 있다.

    지난 23일 진보신당 재창당 대회에서 일부 대의원들이 형식상의 회의 규칙등을 과도하게 요구했던 것 등도 엄격히 말하면 필리버스터에 속한다.

    다만 통합진보당 사태의 경우 당권파가 소수파가 아니었다는 점, 회의 진행을 해야 할 의장이 고의적으로 회의를 지연시켰다는 점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역사적으로 가장 긴 필리버스터, 24시간 18분 동안의 연설

    역사적으로 가장 길었던 연설은 1957년 미 의회에 상정된 민권법안을 반대하던 스트롬 서먼드 상원의원의 연설로, 필리버스터 사상 최장 기록인 24시간 18분을 기록했다.

    필리버스터는 16세기 ‘해적’ 또는 ‘약탈자’를 의미하는 에스파냐어에서 유래한 말로 당초 서인도의 스페인 식민지와 함선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다 1854년 미국 상원에서 캔자스, 네브래스카 주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을 막기 위해 반대파 의원들이 의사진행을 방해하면서부터 정치적인 용어로 사용됐다.

    그렇다면 최초의 필리버스터는 누가 했던 것일까?

    2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는 필리버스터 역사를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설명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로마 시대 소(小)카토(BC 95~46)라는 한 변호사가 해가 질 때까지 법안 통과에 반대해 투표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한다.

    영국에서 가장 길었던 연설은 1828년 헨리 의원의 법률 개혁에 대한 것이었고, 필리버스터는 아니었다. 그러다 1880년대부터 아일랜드 민족주의자인 찰스 스튜어트 파넬 의원이 주도해 의회 내에 필리버스터 규칙을 관습처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필리버스터는 미국이나 유럽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필리핀 세나토 상원의원은 1963년 마르코스 상원 의장 선거를 저지하기 위해 18시간 동안 연설하고 결국 들 것에 실려나기도 했다.

    미국 드라마 <웨스트 윙>에서 자폐증을 앓고 있는 손자를 위해 하루종일 연단에서 물 한잔 마시지 않고 서서 요리책을 읽던 노년의 정치인 이야기는 단순히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장면이 아니다.

    실제로 미국 상원에서는 전화번호부를 읽고, 샐러드 드레싱에 대한 요리법, 최상의 튀긴 굴에 대해 논하기도 했다.

    김대중 발언

    1960년대 당시 김대중 의원의 발언 모습

    한국의 필리버스터의 역사

    한국에서는 1973년까지는 필리버스터가 가능했으나 1973년 국회법을 개정해 이를 폐지했다.

    그러다 2012년 5월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하여 무제한 토론을 하려는 경우 재적의원 3분의 1이상이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고, 의장은 해당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실시한다는 조항을 신설해 필리버스터를 허용했다.

    1인당 1회에 한정해 토론할 수 있고, 재적인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으로 무제한 토론의 종결동의를 의장에게 제출할 수 있다.

    한국에서 가장 길었던 연설은 1969년 8월 29일 박한상 신민당 의원이 3선 개헌을 막으려고 10시간 15분동안 법사위원회에서 질의한 사건이다.

    이외에도 연설 시간을 떠나 흔히 잘 알려진 유명한 필리버스터는 1964년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준연 의원 구속동의안을 저지하기 위해 5시간 19분동안 연설한 사례이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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