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의 적극적 대화 전술에
    한국도 적극적 대화로 대응해야
    북한의 '북미고위급 회담' 제안 배경과 전망 그리고 과제
        2013년 06월 18일 10: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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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국방위원회 16일 북․미 당국 간 고위급 회담 제의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16일 북 국방위원회는 ‘위임에 따라’ 대변인 중대담화를 발표, “조선반도의 긴장국면을 해소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이룩하기 위하여 조미 당국사이에 고위급 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회담 장소와 일시는 미국 정부에 일임하며, 북.미간 회담 의제로는 △군사적 긴장상태의 완화문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문제 △미국이 내놓은 ‘핵없는 세계건설’ 문제 등 양측이 원하는 모든 문제로 “폭넓고 진지하게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 표명

    비핵화에 대한 원론적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변함없는 의지이고 결심임을 다시금 내외에 천명한다.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우리 수령님과 우리 장군님의 유훈이며 우리 당과 국가와 천만군민이 반드시 실현하여야 할 정책적 과제”라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또한 북핵 폐기가 아닌 한반도 비핵지대화와 미국의 핵위협 종식이 한반도 비핵화임을 선언하여 자신들의 비핵화 방식과 경로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했다.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결코 《북핵폐기》만을 위한 비핵화가 아니다. 우리의 비핵화는 남조선을 포함한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이며 우리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종식시킬 것을 목표로 내세운 가장 철저한 비핵화.”라는 것이다.

    이것은 핵보유에 대한 나름의 자기 합리화이고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천명하고 유지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우리의 핵보유에 대하여 말한다면 그것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자위적이며 전략적인 선택이다.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의 당당한 지위는 그 누가 인정해주든 말든 조선반도 전역에 대한 비핵화가 실현되고 외부의 핵위협이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유지될 것이다.”

    미국 등의 반응

    미국은 대화는 할 수 있다면서도 북한이 말이 아닌 행동을 보여줘야 함을 강조했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16일, “우리는 언제나 대화를 선호해왔다. 실제 북한과 연락하는 공개된 라인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북한이 유엔 결의안을 포함해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을 준수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의) 말이 아닌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언급하는 것으로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은 16일 CBS 방송에 출연해 “북한은 진지하게 비핵화를 지키기 위한 행동을 제시해야 한다.”며 “미-북 협의를 제안한 것과 같은 ‘그럴듯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북한의 진지함을 판단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북한과는 지금까지 비공식적인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단, 협상을 하는 것만으로는 국제 사회의 혹독한 제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국 정부는 비핵화에 대한 북의 진정성과 구체적인 행동 강조.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북한의 북미 고위급회담 제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과 관련, “(미국은) 9·19 공동성명을 포함한 안보리 제재와 관련해 (북한이 비핵화 문제에 대해) 행동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안다”며 “그런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고 밝히면서,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와 구체적인 행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북의 제의에 응할까?

    대화 자체의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고위급 회담이 열리고 그것을 통해 일정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느냐가 문제이다.

    미국 당국자들이 밝히듯이 북한과 미국 간에는 뉴욕 채널 등 당국 간 대화 채널이 이미 존재하며, 협의가 지속되고 있다.

    북한이 이번 국방위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김정은 체제 이후 천명했던 입장과는 다소 상이하게 ‘비핵화는 없다’는 태도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뿐만 아니라 김정일의 유훈임을 적시하기는 했다.

    그러나 작년 2.29합의 때 북한이 할 행동으로 ‘우라늄농축활동․핵실험․장거리미사일 발사 유예(임시 중지), IAEA 사찰 허용’ 등을 약속한 것과 달리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겠다, 혹은 할 수 있다는 입장 표명이 없어 미국이 이 정도를 가지고 고위급 회담에 선뜻 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2.29합의 당시의 미국 대표 데이비

    작년 2.29합의 당시의 미국 대표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합의를 했다.

    물론 북은 이번 담화에서 “미국은 대화국면을 열기 위해 우리더러 비핵화의지의 진정성을 먼저 보이라고 떠들기 전에 우리에 대한 핵위협과 공갈을 그만두고 《제재》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도발부터 중지하여야 한다.”고 말했듯이 선 비핵화에 대응하는 선 제재 철회 등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의 철회를 (표면적으로) 계속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뉴욕 채녈 등을 통해 고위급 회담에서 북미가 상호 취할 행동의 일환으로서 구체적 행동을 논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화를 통해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즉, 뉴욕 채널 등을 통해 북의 비핵화와 관련한 태도가 단지 ‘핵없는 세계가 건설될 때까지는 한반도 비핵화도 없다’라거나 ‘미국의 비핵화와 북의 비핵화를 동시 달성하자는 이른바 핵군축 회담을 하자’는 추상적이고 거시적 주장이 아니라 구체적 행동 계획이 논의될 수 있다면 상황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이 같이 논의되어야 한다거나 한반도 비핵화의 성격에 대해 미국의 동북아 전략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니라 남한 및 한반도 주변 수역과 공역을 포함한 한반도 전구(戰區)에 미국이 핵무기를 반입하지 않는 등 이른바 ‘한반도 비핵지대화’ 정도를 주장하는 것이라면 구체적 행동에의 합의 도출을 위한 대화가 시작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의 대화 공세, 한국의 과제

    북의 일련의 대화 공세로 볼 때 미국에 대한 고위급 회담 제안 역시 얼마든지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미국이 당장은 협상의 전략상 북한의 대화에 선뜻 응하지는 않을 것이나, 언제까지 한국 정부의 입장만을 고려하고 남북대화를 북미대화의 전제로 주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북의 북․미 고위급 회담 제의는 27일 한․중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나온 것이다. 북이 제시한 의제 등으로 보아 미국과의 대화 성사보다는 중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즉, 도발과 긴장 보다는 대화와 안정을 강조하는 중국의 입장, 특히 한반도 비핵화를 분명한 목표로 해야 한다는 시진핑 등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자신들도 할 만큼은 한다. 그런데 한국, 미국 정부 등이 응하고 있지 않다’는 대중국 설득용이라는 것이다.

    상기해보면 북의 남북대화 제의가 미․중 정상회담 직전에 있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남북대화 제의에 전격 응하면서 장관급회담을 역제의 했었다. 그러나 알다시피 남북대화는 수석대표의 ‘격’을 문제로 다투다가 무산되고 말았다.

    때문에 남북이 남북대화에 대한 진정성은 없는 상태에서 중-미를 상대로 자신이 대화에 적극적임을 시위하다가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화 재개보다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단호한 입장이 천명되자 서로를 상대로 하는 대화의 유인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느냐는 분석이 있었다.

    북의 일련의 대화 공세가 북․미 간 담판을 위한 분위기 조성용이든 혹은 샅바 싸움이든, 또는 중국을 다시 자기편에 끌어들이거나 적어도 한-중-미 전략적 협력을 교란시키기 위한 것이든 북이 비핵화에 대해 최종적이나마 분명한 목표로 천명하고 대화 제의를 지속적으로 선도하는 것은 현 상황에 부응하는 북한 나름의 적극적 전술임을 부정할 수 없다.

    당장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지도부가 북한의 전술에 호응하면서도, 대놓고 한국 정부에 대화를 촉구하지는 않고, 한반도 비핵화와 북의 핵보유국 지위 불인정 등에 대한 원론적 입장 표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북이 나름대로 성의를 보이는 상황에서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거나 심지어는 한반도의 현상 변경을 한국 정부와 은밀히 합의할 가능성도 거의 없으므로 북한을 포함한 양자 회담과 다자회담에 한국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설사 북․미간에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통미봉남’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2.29 합의 때와 마찬가지로 북․미 간 합의에 당혹해하거나, 그것에 딴지나 거는 초라한 역할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핵과 장거리 로켓 등에 대한 북의 경직된 태도 때문에 설사 딴지를 걸 수 있다고 할지라도 북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강행, 올해 초 조성된 위기 국면에서 보듯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북의 진정성과 태도 변화를 요구하기 전에 남-북-미-중 4자회담의 제안 등을 통해 핵문제와 정전체제를 해결하기 위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고, 남북 대화의 이니셔티브를 쥠으로써 상황을 변화시켜내는 것이 책임 있는 정부의 할 일이다.

    최근 정부의 북에 대한 단호한(강경한) 태도에 여론의 반응이 비교적 좋다는 점에서 정부가 강경 일변도의 오판을 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의 변화를 강제하기 위해서도 이런 현상에 대한 집단적 성찰과 치밀한 논리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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