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스쿠니 신사와 알링턴 묘지
        2013년 05월 21일 05: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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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보수정치계는 오래되고 깊은 ‘친미’ 성향으로 유명하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미국에 강하게 유착된 일본의 전후 역사의 결과물이다. 집권세력이 누구든 미국의 발언과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이 일본 사회와 정치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최근 아베 정부와 일본 극우파 인사들의 발언이 미국에서 상당한 반발과 비판적 반응을 받고 있다. 경제나 대외정책에서는 미국과 거의 동일한 행보를 걷는 일본이 역사문제나 주변국과의 관계, 외교정책에서는 미국의 수위를 넘는 돌발행동이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도 상황과 조건에 따라 일본의 정치군사적 우경화, 보수화를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용인하거나 부추키기도 했다.

    아베 총리와 하시모토 일본유신회 대표 등의 망언과 행보는 친미적이면서도 강한 국수주의적 지향을 갖고 있는 일본 우파들의 양면적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다. 또 이들은 과거 침략의 역사 왜곡이나 야스쿠니 참배와 같은 국수주의적 행보를 하면서도 미국의 눈치와 미국의 기준선을 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보내려고도 한다.

    최근 아베 총리는 한 인터뷰에서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를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와 유사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야스쿠니 참배를 계속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의 역사에 빗대어 자신의 행보를 정당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미국 대통령도 그 곳(알링턴 묘지)에 가고, 나도 일본 총리 자격으로 방문했다”면서 “(미국 남북전쟁 당시의) 남부군 장병이 안장됐다고 해서 알링턴 묘지에 가는 게 노예제도를 찬성하는 건 아니라고 조지타운대학의 케빈 독 교수도 지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일본 지도자로서는 아주 당연한 것으로, 다른 국가의 지도자들이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미국의 기념관, 미국의 행적에 빗대어 자신의 극우적, 국수주의적 행보를 정당화하려는 아베 총리에 대해 20일자 중국 <인민일보> 해외판에서는 청화대학 당대국제연구원 류장융 부원장의 글을 통해 강하게 비판했다.

    류 부원장은 글에서 “최근 미국 국회 연구보고서에서는 아베 총리를 ‘수정주의 역사관’을 주장하는 공인된 ‘강경민족주의자’라고 지적하고, 그의 역사문제 관련 언행에 대해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것이며 지역 관계를 파괴하는 것으로 미국의 이익에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일본의 차이와 간극를 지적하는 논법이다.

    아래는 류 부원장이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와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가 가지는 차이를 지적한 인민일보 해외판의 기사 부분이다.

    야스쿠니와 알링턴

    야스쿠니 신사(위)와 알링턴 국립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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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스쿠니신사와 알링턴국립묘지는 성질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첫째, 알링턴 국립묘지에는 최초로 미국 남북전쟁 희생자들을 안치하면서 내전으로 인한 민족의 상처를 씻었다. 그러나 야스쿠니 신사의 전신인 도쿄 초혼(招魂)사는 일본 메이지유신 내전 및 서남 전쟁으로 사망한 관군(官軍)의 영령을 제사하기 위해 세워진 곳이다.

    반군(反軍) 6000여 명의 망령은 위령(慰靈)대상으로 안치되지 못하다가 1965년에 와서야 ‘황혼(荒魂)’이 진혼(鎭魂)한다는 신도(神道)교 이론에 따라 반군 망령을 위한 작은 진령(鎭靈)사를 세웠다. 이는 일본 신도교가 ‘인망개성불(人亡皆成佛)’에 바탕을 두지 않고 엄격하게 정치적으로 구분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둘째, 알링턴 국립묘지의 주체는 무명의 전사묘 혹은 개인 묘비이며 합사(合祀)한 이른바 ‘영령’이 없다. 하지만 야스쿠니 신사는 묘지가 아닌 일본 황군의 혼령을 달래기 위해 만든 곳이며 ‘국가신도(神道)’를 고양하는 군국주의 전쟁의 정신적 기둥이다.

    일본의 역대 대외 침략전쟁에서 전사한 군인들은 ‘영새부(靈璽簿)’에 기입되며 ‘영령’으로 이곳에 합사(合祀)됐다. 1978년에는 14명의 2차 대전 A급 전범자도 이곳에 안치됐다. 이는 전쟁 피해국 국민의 감정을 더욱 상하게 하는 것이다.

    셋째, 알링턴 국립묘지는 외교 문제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며, 참관을 할 때도 음침한 군사종교시설이라는 느낌이 없다. 전쟁 후, 야스쿠니신사를 민간 종교시설로 바꾸겠다고 했었지만 여전히 정전(正殿)에 군도(軍刀)를 비치하고 일본 우익세력들은 줄곧 이를 통해 일본의 전쟁 전 국유지위를 회복하려 하고 있다.

    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일본 정치인들은 침략역사에 대해 말을 번복하면서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인민일보> 해외판 2013년 5월 20일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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