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축제'를 만들다
[나의 현장] 초록길도서관 세 번째 이야기
    2013년 05월 17일 03: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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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5월이면 은평구 시민사회와 주민들이 함께 하는 ‘은평 마을상상축제’가 열린다. 2004년 은평 어린이날 축제를 시작으로 해마다 ‘은평 어린이잔치한마당’을 열었고, 2009년부터 모든 세대를 아울러 문화를 통해 지역공동체를 꿈꾸는 ‘은평 마을상상축제’로 확대되었다.

어린이잔치한마당과 거점 중심의 주제별 축제로 구성되어 진행되는데, 어린이잔치한마당은 다양한 체험활동과 볼거리가 풍부해 동네주민들과 아이들이 기다리는 주요한 행사로 자리 잡고 있고 도서관 축제 등 5월 한달 동안 다양한 주제로 행사가 진행된다. 2011년부터는 갈현동에서 동네를 중심으로 ‘와글와글 골목상상’이라는 골목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는 갈현동처럼 골목축제를 역촌동에서도 개최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몇년전부터 역촌동에 작은도서관, 북카페 등 다양한 거점공간들이 생겼는데 이 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골목축제를 열어보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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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 골목축제의 모습. 이하 사진 출처는 박지현

살림의료생활협동조합, 은평구청소년문화의집 신나는애프터센터가 제안하고 청소년북카페 꿈꾸는다락방과 초록길도서관이 참여하여 초기 모임을 갖고 기획팀을 구성한 후 역촌동에 위치한 각 단체들에게 골목축제를 제안하였고 시민단체, 직능단체, 초등학교, 어린이집 등이 참가하여 참가단위가 25개 팀이 되었다.

같은 동네에서 활동하면서도 축제를 하지 않았으면 서로 만나기 힘들고 모이기 힘든 사람들이 주민센터에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골목축제’를 고민했다.

우리 동네엔 유명한 바리스타가 하는 커피집도 있었고 마술공연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도 있었고 품앗이 교육모임엔 어린이합창단도 있었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은 바이올린 연주를 잘하고 장애인복지관엔 노래를 끝내주게 잘하는 복지사가 일하고 있고 평생학습관의 라인댄스동아리엔 춤을 정말 맛깔나게 추는 할머니가 계시다. 골목축제를 하면서 알게 된 우리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다.

와글와글 골목축제가 기존에 열렸던 마을축제와 다른 점은 학교운동장 같은 닫힌 공간이 아니라 주민센터 앞 공터와 골목길, 주차장, 놀이터 등 열린공간에서 축제를 한다는 것이고 지나가던 동네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작년에 주민자치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열었던 마을축제는 초등학교에서 진행되었는데 규모면에서 크고 화려하게 진행되었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분들은 어른신들이었고 마지막엔 경로 잔치같은 분위기로 흘렀다.

열린 공간에서 길을 가다가도 축제를 만날 수 있는 곳, 우리가 걸어 다니는 삶의 공간이 축제의 공간으로 변하는 곳, 그것이 골목축제의 가장 큰 특징이다

또 다른 점을 하나 더 꼽자면 골목축제의 주체가 행정기관이나 관변단체들이 아니라 일반주민들이 중심이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참가했지만 가장 많은 참가자들은 초등학교의 학부모들과 아이들이었다.

학교의 협조를 구해 아이들에게 벼룩장터 홍보지를 돌렸고 70여 팀의 학생들이 집에서 옷가지며 책이며 가지고 나와 장터를 열었다.

나에게는 필요 없어진 물건들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것일 수 있으며 아껴쓰고 나눠쓴다는 의미도 있지만 골목축제날 열린 벼룩장터는 동네사람들을 만나는 어울림의 장이었다.

이 날 장사하며 쏠쏠한 재미를 본 분들, 저렴한 가격에 좋은 물건을 득템한 분들, 앞으로 계속 하자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제 역촌주민센터 앞에선 시골 장날처럼 매달 벼룩장터가 열릴 것이다.

이번 축제의 가장 큰 재미는 ‘꽝 없는 경품추첨’이었다. 주민센터, 신나는애프터센터, 은평시민신문, 동네놀이터의 체험부스, 초록길도서관의 프로그램에 빠짐없이 참가하여 다섯 개의 도장을 찍어오면 경품을 뽑을 수 있다.

경품은 역촌동의 상가이용권이다. 중국집의 짜장면, 동네슈퍼의 과자, 순대국밥집, 아구찜식당, 미용실의 컷트이용권 등…….

예전 같으면 동네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이 큰돈을 기부하거나 몇 몇 업체에서 크게 기부를 했을 건데 상상축제는 참여자의 십시일반 부담을 원칙으로 주민들이 만들어나가는 행사라 소액후원만을 받았다. 거창하게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울 순 없어도 동네상가들도 마을축제에 참가한다는데 의미를 둘 수 있겠다.

초록길도서관에서는 종이접기로 씨앗헬리콥터 만들기, 이면지노트 만들기, 세밀화 그리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도서관 옆 주차장에서는 주머니텃밭을 분양하는 행사를 했다. 우리 골목길사람들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초록길도서관은 이번 골목축제로 아주 큰 홍보효과를 본 셈이다.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고 즐기는 문화, 크고 화려하지 않아도 우리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고 삶의 가치를 높이는 활동은 가능하며 꼭 필요하다는 것을 5월 어느 봄날 주민 센터 앞에서, 골목길에서 와글와글 모여 축제를 열며 동네사람들과 만나며 깨닫는다.

동네에서 노니까 더 재미있다!
이웃과 함께하니 더 즐겁다!
마을, 살아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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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은평 작은 도서관 '초록길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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