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보 강력계 형사를 만나다
    [타인의 삶] 다섯번째 인터뷰 - 34살 1년차 형사 강철중씨
        2013년 05월 13일 10: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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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공공의 적>이나 <와일드 카드>, <살인의 추억> 등 액션 스릴러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인공의 직업은 ‘형사’다. 하루가 멀다하고 하는 잠복근무, 덕지덕지 깎지 않아 지저분한 수염, 조직 폭력배와 견주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험악한 인상, 우리가 떠올리는 이미지는 보통 이럴 것이다.

    이번에 만난 [타인의 삶] 다섯 번째 인터뷰 주인공은 흔치 않게 면접에서만 3번 탈락하고 힘들게 경찰공무원에 합격해 3년만에 서울의 한 경찰서 강력계 형사를 지원해 이제 1년차가 된 34살의 강철중(가명)씨이다.

    절차상의 문제로 뽀얀 피부, 잘 깎인 수염, 선한 눈매를 공개할 수 없어 아쉽지만 인터뷰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강력계 형사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부드러운 사람인 것을 알 수 있다.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를 허락해주신 XX경찰서 강력3팀 팀장님과 강철중씨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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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중: (조서실에 들어오며) 조서실에서 제가 타이핑 안 하고 기자님이 그러고 앉아있으니 괜히 긴장되고 어색하다.

    장여진: 편히 제가 묻는 말에만 대답하시면 된다.

    강철중: 아… 네…

    장여진: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어렸을 때부터 형사가 꿈…면접에서만 3번 탈락해 포기할 뻔 하기도

    강철중: 나이는 34살이고 경찰이 된지 이제 4년이 됐다. 형사로 일한 지는 1년이 조금 안 됐다. 대학에서 행정학 전공해서 주변 친구들은 일반 공무원인 경우가 많고 저는 어렸을 때부터 꿈인 경찰이 되고 싶어 2년 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쳐 경찰이 됐다.

    어렸을 때 희망직업 같은 거 썼던 거 아직도 갖고 있는데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서점 주인이었고 그 다음부터 경찰이라 돼 있었다.

    그런데 필기도 합격하고 체력 시험도 다 됐는데 정작 면접에서만 3번 떨어졌다. 면접에서 떨어지면 정말 답 없다고 하는데 마지막 면접 때 이번에 또 떨어지면 아닌가보다 하는 심정으로 응했다.

    그런데 그 때 면접관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있냐고 해서 ‘솔직히 면접만 3번째다. 다른 사람들은 다 안 될 거라고 재도전하지 말라고 했지만 꼭 경찰이 되고 싶어서 왔다. 뽑아주면 열심히 하겠다’고 하니 웃더라. 그리고 합격했다.

    장여진: 경찰공무원이 되고 나서 처음 어떤 일부터 시작하는지?

    강철중: 현재는 8개월인가 하는데 나 때는 6개월 동안 청주에 중앙경찰학교에서 신임 순경 교육을 받았다. 그러고 나서 일선 경찰서로 배치되는데 우선 2년간 기동대에서 근무하다 현재 XX경찰서 OO지구대에 배치 받아 1년간 일하다 작년 7월에 형사과를 지원해 오게 됐다.

    장여진: 순경에서 형사로 가는 것은 일종의 승진인가?

    강철중: 군대 계급으로 설명하면 편한데 여성분들은 잘 몰라서…일단 군대는 11개 계급이 있고 계급 이동 없이 부서만 바뀌는 형태이다. 마찬가지로 지구대 순경과 강력계 형사는 부서만 다를 뿐이다. 지구대에서는 제복을 입고 형사는 사복을 입는 차이만 있다.

    경찰서 내에 정보과, 보안과 등 여러 부서가 있는데 우선 원하는 사람의 신청을 받아 이동하게 되는데 저같은 경우는 원래 꿈이 형사였기 때문에 형사과로 지원했다.

    장여진: 경쟁률이 꽤 셀 것 같은데.

    강철중: 나도 경쟁률이 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웃음) 여기도 3D 부서라 그런지. 정보과도 3D고.(웃음)

    4일에 1번 꼴로 연속 26시간 근무…”그래도 누군가는 해야죠”

    장여진: 일반적인 근무 형태가 어떠한가?

    강철중: 내가 있는 경찰서는 다른 경찰서에 비해 인원 배치가 적은 곳이다. 그러다보니 강력팀도 4개팀으로 돌아간다. 강남이나 송파경찰서 같은 경우는 강력팀만 7~8개 정도이다. 그러다보니 당직을 서야 하는 날이 다른 경찰서보다 더 많다.

    아침 9시에서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근무하는 당직을 끝내면 다시 아침 11시까지 잡무라는 근무를 하고 퇴근한다.(연속 26시간) 그리고 다음 날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근무하고, 또 그 다음 날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근무하고는 것을 반복한다.

    경찰2

    원래는 앞에 피의자나 목격자 등에게 진술을 받아야 하는데 인터뷰 때문에 입장이 바뀌니 많이 어색해했다

    장여진: 그렇게 일하고 야근, 심야 수당 등 제대로 다 나오는 것인가?

    강철중: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근무 시간 양도 많을 뿐더러 시간외 근로도 많은 편이다. 다른 일반 공무원과 비교해도 많은 편이다. 그리고 공무원은 원래 시간외 근로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총한도가 정해져 있는데 직급별로도 수당이 다르다. 사실 정확히 잘 모른다. 나만 그런가 했는데 다른 선배 형사들 보더라도 자기 임금 체계 잘 모른다. 그냥 돈이 들어왔는가 보다 한다.(웃음)

    장여진: 빈번한 당직이나 야근에 불만은 없나?

    강철중: 누군가는 반드시 밤에 지켜야 하는 거니깐 당직 제도는 필요하다. 사건이 들어오고 처리하는데 이것 저것 서류 처리하는데 시간이 꽤 많이 걸린다. 누군가는 해야 하니깐 별다른 불만은 없다.

    장여진: 대략적인 근무만족도는 어떠한가?

    강철중: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같은 경우는 경찰 중에서도 형사를 하고 싶어해서…다만 솔직히 진짜 피곤하긴 하다.(웃음) 처음에는 몰랐는데 하다보니 정말 힘들긴 하더라.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니깐 (만족도는) 좀 괜찮은 것 같다.

    죽을 것 같이 힘들었던 시위진압, “3시간 동안 울린 목탁 소리”
    서로 생각의 차이일 뿐, 옳고 그른 건 없어…상대방 편에서 생각하려고 노력

    장여진: 기동대 시절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경찰이라고 했을 때 국민이 가지는 편견이 좀 있는 편이다. 그런데 시위를 진압하는 기동대라고 하면 특히 더 국민 질타를 받는 경우가 많다.

    강철중: 시위하는 분들도 억울한 게 있을 것이고, 우리도 그 분들 내용을 반대하는 게 아닌데 우리가 그 분들을 막다보니깐 화풀이를 좀 많이 하시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억울한 부분도 있고.

    장여진: 가장 기억에 남는 시위는 있나?

    강철중: 내가 기동대로 근무할 때가 2008년 촛불시위도 끝났을 때고, 한미FTA 반대 시위가 있기 직전이다. 특별히 큰 시위가 있던 게 아니다. 쌍용자동차 파업 때도 앞 기수들이 나갔었고. 좀 운이 좋았다.

    장여진: 사람들이 다 아는 큰 시위 말고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강철중: 무슨 집회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당시 내가 제일 앞에서 방패를 들고 서있었을 때였다. 그런데 어떤 분이 내 앞에서 목탁을 두드리셨다. 처음에는 목탁 소리가 맑고 경쾌하니깐 괜찮았는데 3시간이 지나고 나니깐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정말 죽을 것 같이 못 버티겠더라. 가끔 영화 보면 소리로 공격하는 장면 같은 거 나오는데 정말 소리로 날 죽이겠다 싶었다. 그래서 윗선에 말해서 앞줄이랑 뒷줄 좀 바꿔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장여진: 시위 진압 도중 다치거나 그런 적은 없었나?

    강철중: 팔이 부러지거나 그렇게 다친 적은 없다. 긁히고 멍드는 거는 늘상 있는 거고.

    장여진: 궁금한 게 있다. 시위가 있으면 꼭 반드시 기동대가 나가야 하는 것인가?

    강철중: 집회신고를 한 정당하고 합법적인 집회라면 그 집회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우리의 기본적인 목적이다. 하지만 만약 불법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한다면 강하게 차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동대에 있을 때에도 항상 그렇게 교육을 받았다. 기본은 합법적 집회를 보장하는 것이다.

    장여진: 용산 철거 사태 때 등 과도하거나 무리한 진압에 대한 국민 질타가 많았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강철중: 제가 쉽게 이야기 하긴 어려운 부분 같다.(땀 닦음)

    장여진: 아니면 단순히 경찰이라는 이유로 편견을 가진 사람도 많다. 예전에 나도 경찰이나 될까 라는 이야기를 했다가 선배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화를 낸 적도 있다. 그만큼 안 좋은 편견이 많은데.

    강철중: 제가 대학 다닐 때 학생시위가 많지 않은 편이었는데, 운동권 선배나 친구들이 경찰하겠다고 하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런데 저는 그게 다 그 사람들의 생각이고 자기 생각을 표출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히 기분 나쁘지 않았다. 생각의 차이지 않나. 이게 옳다 그르다는 아닌 것 같다.

    제가 지구대에서 주취자들을 많이 만날 때 보면 술 먹고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 많이 했다. 나도 술 많이 마시니깐.(웃음) 다만 그 도가 너무 지나친 게 문제인 거고. 특히 여성분들이 혼자 술 취해서 비틀거리면 위험하니깐 신고 들어오면 우리가 출동하는 거고. 근데 또 우리도 술 먹으면 비틀거릴 거고 어디 앉아서 쉬지 않겠나. 그럼 신고가 들어갈 것이고. 그래서 난 계속 상대방 쪽의 입장에서 생각하려 한다. 물론 쉽지 않다. 그렇게 할 것이다.

    학교 다닐 때 운동권이었던 친구들도 그렇다. 그 친구들이 말하는 문제가 다 일리가 있었다. 등록금 문제도 그렇고. 하지만 당시 한참 취업 문제에 직면한 다른 쪽 친구들의 이야기도 일리가 있었다. 자기 앞에 당장 취업이 중요하니깐. 그래서 어디에도 옳다, 그르다고 하지 않는다.

    범인 검거도 좋지만 지구대에서 근무할 때 보람찬 일 더 많아

    장여진: 지구대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많이 했나?

    강철중: 지구대는 주로 예방활동을 많이 한다. 형사과는 범인 검거 활동이 주요 활동이지만 지구대는 예방활동을 위해 주로 순찰을 많이 돌고,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는 대부분 주취자이다.

    장여진: 술 취한 사람들 다루기 정말 힘들텐데.

    강철중: 일단 술이 들어가면 대화가 잘 안 된다. 나 같은 경우는 아직 기술이 많이 부족하다. 근데 오래 하셨던 선배분들은 술 취한 사람들과 대화를 참 잘한다. 그런 거 보면 의욕만 갖고는 안 되는구나 싶고. 그래서 선배와 후배가 2인1조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지구대에 있을 때 보람된 일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예전에 순찰차를 타고 순찰을 도는데 어떤 할머니께서 누가 보아도 길을 잃어버리신 것 같았다. 그래서 지구대로 모셔와 집을 찾아드리려고 했는데 치매 기운이 있으셔서 아무것도 기억을 못하셨다. 그런데 교회 이름 하나를 말씀하시더라.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우리 관내에 있는 교회가 아니여서 혹시 몰라 인터넷을 검색해봤더니 그 교회 블로그가 있더라. 그리고 거기에 할머니가 노래 부르는 사진이 있으셨고. 그래서 한남동에 있는 교회까지 모셔가서 따님에게 데려다드렸는데 그때가 참 보람됐다. 범인을 검거하는 것도 좋지만 지구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보람이다.

    버스 훔쳐 집에 간 중학생 검거한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큰 사건
    강간미수범 못 잡은 게 가장 아쉬워…아직도 범행 현장 둘러봐

    장여진: 강력팀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

    강철중: 발생한 사건을 취급하기도 하지만 저희가 직접 인지해서 수사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장여진: 인지 사건은 어떤 경우인가?

    강철중: 공갈 사건도 있고. 가령 예를 들어 금은방에 장물이 들어올텐데 그 주인이 장물이라는 걸 알았다면 어디로 전화하겠느냐. 마치 영업사원처럼 관내 곳곳에 명함을 뿌린다. 일반 사기업도 총무과 이런 데 아니면 대부분 영업일텐데 형사도 약간 영업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웃음)

    장여진: 강력팀에 와서 처음 많은 사건은 무엇이었나?

    강철중: 사건의 경중은 있는 건 아니지만 (쑥스러워 하며) 오토바이를 훔쳐 타고다닌 절도범을 검거한 것이 첫 사건이었다. 번호판을 바꿔 타가면서 도주하던 범인이었는데, 강력계 처음 와서 선배들이 일부러 쉬운 일을 맡겨 주셔서 처음으로 범인을 검거하게 됐다.

    장여진: 그럼 맡았던 사건 중 가장 큰 사건은 무엇이었나?

    강철중: 개인적으로 나에게 컸던 사건도 있었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사건도 있었다. 사회적 이슈가 됐던 사건은 연예인과 관련된 것이고 아직 사건이 종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다.

    장여진: 아쉽지만…알겠다.

    강철중: 개인적으로 나에게 컸던 사건은 중학생이 버스를 훔친 사건이다. 당시 중학생이 원래 다른 것을 훔치려했는데 차비가 없어 집에 갈 생각에 버스를 훔쳤다. 그 학생을 잡기 위해 잠복도 했고.

    장여진: 피의자가 미성년자인 경우가 많은가?

    강철중: CCTV 확인하면서 미성년자인 경우를 확인할 때가 있다. 미성년자가 피의자일 때는 반드시 법정대리인과 함께 조서를 꾸미고 교육적 차원에서 작성하는 카드도 있고, 아직 어린 친구들이다보니 불안해하기 때문에 좀 더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장여진: 강력 사건을 맡은 경우는 없었나?

    강철중: (주춤하며) 사실 아직 살인 사건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다른 팀에서는 엊그제 살인미수범을 잡았는데 저는 그런 경험도 없다.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피해자가 없었던 것이기 때문에.

    장여진: 강력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건은 무엇인가?

    강철중: 침입 절도죄다. 쇠창살을 뜯고 집안에 침입해 귀금속이나 현금을 들고 도망가는 사건이다. 나도 경찰이 되고 나서야 ‘아 이렇게 절도 사건이 많구나’, ‘아 정말 술 취한 사람이 많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웃음)

    또한 가출한 친구들도 예전에는 몰랐는데 정말 많다. 절도 같은 경우는 생활가 밀접하게 관계되어있고, 절도범이 피해자를 대면하는 순간 강도로 돌변할 수도 있고 그러다보면 다치는 사람도 발생하니 절도범을 대상으로 하는 사건을 많이 다룬다.

    장여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강철중: 강간미수 사건이다. 꼭 잡고 싶었는데 아직까지 못 잡았다. 피해자한테는 꼭 잡아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했는데 말뿐인 위로가 된 것 같아서 아직도 미안하다. 피해자가 제 전화번호를 저장해서 카카오톡에 프로필 사진이 뜨는데 그 친구 프로필 사진 보면서 잘 지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많이 미안하다. 순찰하다보면 범행 현장에 꼭 들러보기도 한다.

    경찰4

    조서실 한켠에 놓여있 간이침대. 당직이나 야근할 때 종종 여기서 잔다

    경찰답지 않은 외모로 ‘수상한 사람’으로 신고도 당해

    장여진: 일하다가 재밌는 에피스도도 있을 것 같은데.

    강철중: 자신을 목격자로 주장하며 먼저 경찰서로 찾아온 분이 계셨는데 거짓말 안 하고 2시간 동안 정말 자기 이야기만 했다. 이것만 대답해 달라고 말을 끊고 들어가도 왜 자기 말을 끊냐고 따지는 게 아니라 정말 꿋꿋히 자기 이야기만 했다. 난 또 경찰이다 보니 목격자 증언이라고 그걸 다 받아 적어서 절차상 증언한 게 맞냐고 그걸 보여줬더니 또 그게 아니라고 다시 일일이 쓰시더라.

    솔직히 내가 생각하기에 제일 무서운 사람은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다. 상대방 이야기 안 듣고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 체격이 크고 그런 게 무서운 게 아니라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제일 무섭다.

    장여진: 웃지 못할 그런 일은 없었나.

    강철중: 사람들이 경찰서에 왔다고 신분증 보여줘도 가짜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이 참 많다.

    예전에도 목격자를 찾기 위해 범행 현장 근처에 있는 한 가정집에 방문해서 신분증 보여주고 경찰이라고 한 뒤 이것저것 묻고 나왔는데, 그 분이 바로 112에 신고하셨더라. (웃음)

    나도 무전기가 있으니 112에 신고된 게 막 들리더라. 어디어디 집에서 경찰을 사칭한 수상한 사람이 있다고. 그래서 내가 그 무전 듣자마자 아까 내가 형사 활동 한 거라고 대답해주니 다시 지구대에서 신고자에게 형사가 맞다고 확인해주셨다.

    장여진: 형사답지 않은 외모 때문인가, 아니면 보통 다른 경찰들도 많이 겪는 것인가?

    강철중: 요즘 세상이 하도 어수선하다보니 안 믿는 경우가 많다. 거기다 나 같은 경우 강력팀 형사라고 하니 더더욱 그렇다. 좀 우락부락하고 무섭게 생기고 해야 하는데…더 안 믿으시더라(웃음)

    언론의 부정적 보도 행태 안타까워…네티즌 수사대는 “대단”

    장여진: 어느 큰 이슈가 있는 사건일 경우 국민적 관심이 너무 지대하다보면 그만큼 수사에 방해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강철중: 당연히 국민적으로 이슈가 있는 사건은 3-4시간만에 끝날 게 더욱 길어지게 된다. 여기저기 전화도 많이 오고. 우리도 사람인데 조사하다보면 힘들어 좀 쉬었다가 해야 하는데 그런 시간 조차 없으지니 힘들다.

    장여진: 이른바 ‘네티즌 수사대’들이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경우도 참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강철중: 그 분들 보면 정말 정보를 빨리 올린다. 대단한 것 같다. 물론 그 의도가 누군가를 마녀사냥할 목적으로 한다면 그렇지 않지만,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제기할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다음에 참고할 수도 있고. 다만 댓글 같은 거에 얼토당토 하지 않는 부분들도 꽤 많지만 뭐 다 자기 생각을 표출할 자유가 있는 거니깐. (웃음)

    장여진: 영화나 특히 언론에서 한국의 경찰 수사력을 굉장히 낮게 평가하거나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좀 억울하지 않나.

    강철중: 영화야 뭐 영화일 뿐이니깐 상관없지만 언론은 같은 내용이라도 제목에서 확 달라져버리는 게 많으니깐. 경찰이 굉장히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칭찬 받을 일도 많이 하는데 그런 것보다 실수하고 잘못한 일만 많이 보도되니깐 안타깝기도 하다. 뭐 구독률이나 시청률 때문에 그런 건가 싶기도 하지만 속상할 때가 있다.

    내가 알기로는 객관적인 경찰의 치안활동에 대한 지표만 보자면 한국이 그 어떤 나라보다 앞선다고 알고 있다. 흔히 다들 그렇게 말하지 않나. 새벽에 사람들이 마음 놓고 돌아다니는 나라가 한국 밖에 없다고.

    물론 경찰이 잘못한 부분을 언론이 짚어가면서 제대로 잡아주는 역할은 할 수 있는 것 같다. 경찰들도 일일이 대응할 수 없는 노릇이고. 그저 내가 제대로 수사하고 누군가의 외압을 받더라도 내 소신대로 수사를 진행했다면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일단 인터넷을 거의 안하니 신경 쓸 새도 없다. (웃음)

    한국 공권력 약하지 않아…미국은 총기 때문

    장여진: 경찰에 대한 국민적 편견이나 사회적 질타가 있는가 하면, 반면에 경찰이 범인 검거 시 권한이 너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영화 <와일드 카드>를 보면 주인공인 양동근이 결국 연쇄살인범에게 총을 쏘지 않고 머리에 던지는 장면도 그런 지적 중 하나를 반영한 것이고.

    강철중: 미국을 보면 우리보다 더 과감하게 체포하고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걸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미국 경찰이 과격할 수밖에 없는 건 총기 문제 때문인 거고, 총기 문화에 대한 사회, 문화적, 역사적 여건을 충분히 반영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한국이 미국보다 공권력이 약하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한국보다 경찰 권한이 더 적은 다른 나라가 있을 테지만 그 나라가 선진국이 아니라서, 지적 수준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그 나라만의 특수한 역사나 문화, 사회적인 부분들을 반영했을 것처럼 말이다.

    영화 <부당거래>가 제일 형사처럼 나와…결말은 마음에 안 들어

    장여진: 형사가 주인공인 영화 중 ‘아 정말 형사 같다’는 느낌을 받은 영화는 무엇인가?

    강철중: <부당거래>이다. 진짜 싶긴 했다. 그냥 다들 연기를 잘해서인지 검사도 정말 검사 같고 형사도 정말 형사 같았다. 그런데 결말이 좀 그렇다. 다른 영화 <거북이 달린다> 같은 것도 진짜 형사 같다.

    장여진: 아,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은 영화는?

    강철중: <부당거래>다.(웃음) 감독이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려 했던 것 같은데 경찰은 죽고 검사인 류승범만 다시 잘 되는 결말. 어떤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은데 내가 경찰이라서 그런지 좀 안타깝다.

    장여진: 검경 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강철중: 내가 내 상관한테 수사를 지휘받는 건 당연한데 옆에 회사 상무가 지시한다는 느낌이다. 우리는 안전행정부 소속이고 검찰은 법무부 소속인데 우리가 그 쪽 지휘를 받으니 더욱 그런 기분이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범죄에 대한 법제도, 시대에 따라 바껴야 해

    장여진: 최근 벌어지는 여러 강력범죄들로 인해 어느 한쪽에서는 사형제도를 주장하거나 법 형량을 높이는 쪽으로 법 질서를 강화하자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범죄 예방활동과 범죄자들의 교화활동에 더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강철중: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선택은 못 하겠다. 다만 제 생각에는 법 형량이 조금 높아져야 하지 않나 싶은 것들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좀 과하지 않냐는 것도 있고. 법이 처음 제정됐을 때 분명 그 이유가 있었을 것인데 마찬가지로 시대가 변하는 만큼 그걸 반영해서 바뀌어야 할 것들이 있는 게 아닐까 한다.

    장여진: 특히 성폭력 범죄에 대해 신상공개를 하거나 화학적 거세를 추진한다 하거나 국민 여론이 좀 더 강경한 처벌을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강철중: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구제제도가 분명 확립되고 있는 추세이다. 가해자 처벌 부분도 강화되고 있지만 동시에 가해자에 대한 교육, 교화 부분 또한 더 노력하고 있다. 여성청소년계에서도 특히 그 부분을 다루는 제도가 더 많고. 우리도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 여성들을 위해 상담 시스템과 연계하고 경찰 스스로 모금을 벌이는 등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분명한 건 나름대로 제도는 이전보다 점점 발전하고 있다.

    장여진: 가해자 형량 문제와 별도로 가해자 인권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얼마전에도 경찰 후송 차량에서 피의자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 한 명이 정직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강철중: 가해자건 피해자이건 인권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다만 조금 더 명확한 매뉴얼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 실제 일하다보면 선배들은 이런 저런 경험을 해봐서 그런지 그런 부분에 대해 굉장히 대처를 잘한다. 저 같은 경우도 범인 검거하러 갈 때 의욕만 앞서다보니깐 좀 급하게 하려 하는데 선배들은 피의자, 경찰 안전 문제에 굉장히 신경 많이 쓴다.

    근무 재해 관련 절차 잘 몰라…”다쳤을 때 책임지고 치료해줬으면”

    장여진: 개선됐으면 하는 경찰 시스템이나 근무 여건은?

    강철중: 복지를 좀 잘해줬으면 좋겠다. 현재 위험수당은 한달에 2만원인가 하고 야간수당은 1시간에 2천원 정도하는 것 같다.

    장여진: 대략 임금이 어떻게 되는건가?

    강철중: 기본급으로 치면 나 정도 근속의 경장이면 170만원 정도이다. 여기에 각종 수당들이 붙는 건데 나는 당직이나 야근을 많이 하기 때문에 같은 동기들에 비해 실수령액이 100만원 가까이 더 받는다. 현재 280~300정도이다.

    장여진: 차라리 100만원 덜 받고 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강철중: 그렇긴 하다. (웃음)

    장여진: 근무상 재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상받나? 가령 팔 부러지면 어떻게 보상 처리되는가.

    강철중: 그냥 일반 병원 가서 내 보험으로 알아서 처리할 것 같다. 경찰병원이 전국에 딱 한 군데 있는 것으로 안다.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쪽에 하나 있는데 거기까지 언제가나. 공무원 복지포인트로 실비 보험 가입된 게 있으니 그걸로 처리하면 될 것 같다.

    장여진: 보험이 안 되는 분야도 있을 거고 100% 다 받는 것도 아닌데.

    강철중: 공무상재해처리라는 게 있는데 그 절차에 대해 잘 모르겠다. 선배 형사들도 잘 모르고.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내가 바라는게 있다면 그저 밤을 새고 일하는 만큼 보상이 제대로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너 3백만원 받잖아. 할 만 하네”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밤 새고 일한 날이 많다는 의미이다.

    아까 말했듯 경찰병원이 한 곳 밖에 없다. 지방에도 경찰병원이 있었으면 좋겠고, 다른 건 안 되더라도 경찰이 일 하다 다칠 때는 확실히 책임지고 치료해줬음 좋겠다.

    경찰5

    비가 샜는지 얼룩덜룩한 조서실 내부

    그리고 동사무소나 구청 같은데 가보면 엄청 좋은데 지구대나 경찰서는 굉장히 열악하다. 여기 좀 봐라. (조서실 내부를 가르키며) 흉흉하지 않나. (웃음) 경찰서나 지구대도 동사무소만큼 민원인들이 많이 왔다 갔다 하는 곳인데 내외부 다 칙칙하니 더 흉흉한 느낌이다. 주차장도 별로 없고. 경찰직과 관련해서 지원이 많이 소홀한 것 같다.

    장여진: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 있나?

    강철중: 우리를 좀 편하게 생각하고 믿고 의지해주었으면 한다. 범죄자들은 우리가 반드시 잡을테니깐 좀 무서워했음 좋겠다. (웃음)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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