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이 노동자의 분할 재생산
    [비판과 비평]대학의 위기와 구조조정: 진보주의적 대안 비판 ①
        2013년 05월 10일 05: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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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종석씨의 이번 ‘비판과 비평’은 대학과 대중교육의 문제를 다룬다. [대중교육 : 역사·이론·쟁점](공감, 2005)에 대한 독서노트인 동시에 교육정책과 이슈에 대한 도발적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입시과잉’과 학벌사회라는 한국의 최대 쟁점에 대해 육체노동, 지식노동, 관리노동의 분할이라는 자본의 전략이라는 맥락에서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진보진영의 정책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비판적 평가를 내린다. 또한 최근 한국사회에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글 내용이 길어서 2회에 나누어 게재한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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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든 시민이 교육전문가인 사회

    한국 사회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문제를 꼽으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교육문제를 든다. 더불어 모든 사람들은 교육에 대해서만은 한마디씩 할 말을 가지고 있다.

    온 나라가 교육에 열광하는 사회이자 모두가 교육에 대해서만은 불만을 토로하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강남아줌마도, 서울대 학생도, 고3 교실에서 잠만 자는 학생도, 심지어 초등 저학년 학생들도 교육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 그런 사회이다.

    어느 누구 하나 만족하는 이는 없으면서도 모든 이들이 열정을 느끼고, 헌신적이며, 또한 좌절하는 분야가 바로 교육이다.

    그러다 보니 선거철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교육문제는 언제나 가장 큰 이슈가 되어왔다.

    2013년의 대한민국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18대 대선을 앞두고도 반값 등록금이 주요한 이슈가 되었고, 늘 그렇지만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갖가지 대안이 제시되었다.

    박근혜 당선자는 교과서 밖에서 문제를 출제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사교육을 잠재우겠다고 호언장담을 했고, 어떤 시민단체는 ‘선행금지법’을 만들어 사교육 시장을 억제하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진보진영이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어떤 이들은 고교평준화를 위해 각종 특목고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고 또 일부에서는 대학마저 평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구 국가들을 예로 들면서 고등교육도 공교육 체계로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여러 이견에도 불구하고 진보진영에서는 입시경쟁과 학벌체제를 없애는 주요 방안으로 국립대학통합네트워크안에 합의하고 있는 듯하다. 국립대를 하나의 대학체제로 통합하고 주요 사립대를 이 통합 틀 내부로 결합하여 평준화시킴으로써 학벌을 해체하자는 것이 이 안의 핵심적인 주장이다.

    그러나 인민주의자들의 선동이든, 진보진영의 국립대학통합네트워크 안이든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문제점은 현재의 대학위기를 학벌과 입시경쟁으로만 단순화시켜 본다는 점이다. 학벌체제가 사회적 특권을 장악함으로써 입시과열이 나타나고 각종 교육문제가 유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입장은 전후 경제구조의 변동과 대중대학의 위기라는 보편적인 문제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유별나게 나타나는 학벌체제나 입시경쟁은 대학자체의 위기와 구조조정이라는 보편적 과정의 특수한 사례인 것이다.

    대중교육

    이 글은 [대중교육 : 역사·이론·쟁점](공감, 2005)에 대한 독서노트이다. 이 텍스트는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학벌문제나 입시경쟁을 한국만의 특수한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20세기 법인자본의 등장과 그 변모과정에서 대중대학의 성격이 어떻게 바뀌었나를 고찰한다.

    이 글은 [대중교육]의 핵심 내용을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현재 진보진영에서 제출하고 있는 국립대학통합네트워크 안의 한계를 비판한다. 더불어 현재 한국 사회에서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의 한계를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대안적인 접근에 대한 간단한 소묘를 제시하고자 한다.

    2. 법인기업과 대중대학

    현대의 대중대학의 출현은 19세기말 20세기 초에 진행된 2찬 산업혁명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 화학, 전자를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과학기술적 지식과 산업적 활동의 관계가 한층 고도화된다. 이는 생산과정에서 지식에 대한 요구가 한층 고조되었음을 의미한다.

    1차 산업혁명은 과학적 지식에 토대를 두기보다 숙련공의 경험에 토대를 두고 있었던 반면 2차 산업혁명은 근본적으로 과학기술적 지식과 결합된 것이다.

    더불어 19세기 말 자본주의는 개인기업에서 법인기업으로 헤게모니가 이전된다. 법인기업은 대규모의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규모가 커졌을 뿐만 아니라 생산과정 내에서 기계화가 급속하게 진전된다. 또한 기업구조에서 총무, 인사, 마케팅과 같은 관리기능을 담당하는 스텝이 한층 보강된다. 법인기업들은 생산의 전후과정을 통합하고 라인과 스텝을 통합됨으로써 거대한 기업으로 변모한 것이다.

    법인기업의 변모는 노동과정을 극적으로 변화시킨다. 기계가 숙련노동을 대체한다. 생산과정은 기계들 간의 분업으로 변모하고 노동자들은 기계를 보조하는 반숙련 노동으로 전락한다. 복잡한 생산과정을 기계가 담당함으로써 생산과정에 대한 노동자들의 적응력이 한층 쉬워진다.

    기계의 배치와 이를 다루는 역할은 대학을 졸업한 엔지니어가 담당한다. 반면 육체노동자는 기계를 보조하는 반숙련 노동자가 된다. 생산과정에서 지식노동과 육체노동이 분할되고, 지식노동자는 관리자의 위치로 상승하게 된 것이다.

    또한 비숙련공을 훈련시키던 숙련공의 역할은 주변화되고 엔지니어의 교육은 대학에서 맡게 된다. 또한 스텝으로 결합된 중간관리층은 상경계열이나 사회과학계열을 졸업한 대학생들이 담당함으로써 지식노동과 육체노동의 분할, 위계는 강화된다. 육체노동자들은 노동과정에 대한 통제력뿐만 아니라 지식마저 제거됨으로써 자본에 실질적으로 포섭된 것이다.

    20세기 일반화된 대중대학은 이와 같은 법인자본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발전한다. 전통적인 교양교육, 고전교육이 점차 인문관련 학과로 축소되고 공학/자연과학과 상경계열 인원이 확대되는 것도 이와 같은 법인자본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더불어 현대적인 대중대학은 시민들 내부의 계급적 신분적 격차를 배제하고 오로지 능력에 따라 선발함으로써 노동자계급의 아이들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특히 전후 호황은 지식노동에 대한 법인자본의 확대된 요구와 노동자계급 학생들의 고등교육 열망이 쉽게 조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법인자본은 더 많은 엔지니어와 중간 관리층이 필요했고, 베이비붐 세대의 노동자계급 아이들은 고등교육기관에 진학함으로써 계층상승의 길을 개척할 수 있었던 것이다. 노동자계급이 자식들도 지식노동자로 진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노동자계급 아이들에 대한 고등교육의 개방은 자유주의자들이 옹호하던 기회의 균등의 원리를 보여주는 가장 큰 수단이었으며, 열린사회의 증표가 되었다.

    그러나 중등교육을 마친 모든 아이들이 대학을 간 것은 아니다. 중등교육기관으로의 진입은 비교적 쉬웠지만 고등교육으로의 진입은 엄격한 성과주의에 기초하고 있었다.

    학업성적에 따라 고등교육 진입기회를 제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학력격차가 나타났으며, 이런 학력격차는 다시 노동과정 내에서의 지식노동자와 육체노동자와의 분할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작용하게 된다. 더불어 성과주의는 선별효과를 낳았다. 고등교육으로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한정하고, 경쟁구도 속에서 승리한 자에게 사회적 자원을 배분함으로써 교육체계는 자연스럽게 경쟁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고 노동자계급 내부의 분할을 완성하는 것이다.

    결국 대중대학은 한편으로 모든 시민들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한 점에서 기회의 균등을 실현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엄격한 성과주의에 따른 학력격차를 만들어 냄으로써 노동자계급을 분할하고 자본의 재생산 과정에 지식노동자를 포섭하게 된 것이다.

    3. 대학의 위기와 구조조정

    그러나 대중대학의 성장은 지속되지 못한다. 1970년대 이후 장기불황과 경제위기는 법인자본의 성장에 근본적인 제동을 걸었다. 이윤율의 하락은 자본 파업을 초래했고, 기업의 규모 확장은 신규투자가 아니라 인수합병을 통한 자산 가치 추구로 나타났다. 금융부분은 과잉 팽창했지만 이는 산업자본의 저투자를 대체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고용시장도 근본적으로 변화한다. 기업들은 생산과 유통을 관리하는 핵심적인 노동층만 정규직으로 포섭하고 그 외 노동력은 비정규직으로 대체한다.

    법인자본 또한 거대한 기업구조에서 점차 네트워크형으로 변화하고, 핵심적인 생산 공정 외에 다른 분야는 아웃소싱 한다. 생산과정에서조차 사내하청, 파트타임 고용 등을 확대함으로써 시장의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한다. 노동시장의 분절이 보다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기업들은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노동자들만 안정된 일자리와 높은 급여를 제공함으로써 선택적으로 포섭하는 반면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불안정 고용상태로 전락시켜 버린다.

    생산과정의 변화는 지식노동의 수요를 변화시킨다. 지식노동에 대한 수요가 대폭 줄어든 것이다. 투자가 지체됨으로써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고, 관리직 스텝의 기용 또한 제한적으로만 이뤄진다. 사무자동화로 인해 은행업무 등에서도 신규 채용은 급속하게 감소한다.

    대중대학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이와 같이 상황에서 유래한다. 대규모로 확대된 대학 정원에 비해 법인기업에서 요구하는 지식노동자는 점차 축소된 것이다. 이름 있는 주요 대학 졸업자들은 여전히 안정된 직장에 취직하게 되지만 대부분의 대학졸업자들은 저임금 노동시장에 편입하게 된다. 이는 대학간 격차의 심화로 나타난다.

    대학 강의실의 한 장면

    대학 강의실의 한 장면

    주요대학 출신자들은 여전히 지식노동자로서 노동시장에 진입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졸업자들은 육체노동자와 특별히 다르지 않은 지위에 속하게 되고, 고교졸업자와의 임금격차도 줄어들게 된다.

    반면 학력에 따라 노동시장 진입이 결정되자 학력에 대한 대중들의 수요는 더 증대하며, 이는 고등교육 진학률의 확대와 대학정원 확대로 나타난다.

    과잉학력이 일반화되는 것이다. 다수의 대학은 점차 법인기업들이 요구하는 지식노동자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교양인을 배출하는 교양대학으로 전락한다. 쉽게 말해 기초적인 교양교육이나 담당하면서 대학졸업장을 남발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경제위기에 따라 대학의 구조조정도 일정에 오른다. 자본과 정부는 대학을 수월성의 범주에 따라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선택적으로 재정을 지원한다.

    대학에 대한 평가는 교수의 연구업적 등과 같은 정성적 평가보다 도서관의 장서, 논문인용지수, 학생과 교수 비율 등 정량적 평가가 압도한다.

    한국의 경우 입학성적이 평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정부와 기업은 이와 같은 평가에 따라 대학에 대한 지원을 차등화 한다. 재정위기로 인해 그나마도 제한된 자원을 특정 대학들에 집중시킴으로써 주요 대학을 선택적으로 발전시킨다. 기업의 연구 지원금도 주요 대학에 집중된다.

    더불어 ‘과소교육’이 일반화 된다. 학부과정 1년, 2년은 교양 중심으로 교육하고 전공과목은 3학년 4학년이 담당하며 심지어 대학원 중심대학이 이를 담당한다. 학부제와 대학원 중심대학이 이런 변화 과정에서 나타난다.

    주요 대학들은 대학원 중심대학으로 편입되고 일반 4년제 대학들은 교양중심으로 운영된다. 대학교육 자체가 일반 교양수준으로 후퇴하면서 대학은 더 이상 대중들이 지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곳이 아니라 예비실업자들의 실업을 유예하고 대학졸업 자격을 장사하는 곳으로 전락한다.

    연구과정에 대한 개입도 심화된다. 기업들은 자신들의 상업적, 산업적 목적을 위한 연구자금을 지원한다. 대학의 연구 프로그램 자체가 기업의 산업적 목적과 결합되어 있고 때로는 대학에서 적극적인 창업활동을 촉진하기도 한다. 스탠포드대학의 신화에서 비롯된 IT창업이나 지적소유권과 결합된 연구프로그램이 활성화 된다.

    지식노동의 초민족화도 급속하게 진행된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의 대학들은 과소교육의 문제를 경험한다. 자국 내에서의 대학교육만으로는 전문적인 지식노동자로 진입하는 것에 한계를 경험하는 것이다. 이는 곧바로 해외유학의 확대로 발전한다.

    반면 미국대학들은 우수한 연구능력, 교육능력을 보유함으로써 해외로부터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한다. 미국대학들은 유학생유치로 재정위기와 자국내 과소교육으로 인한 인재생산의 한계를 치유한다. 유학생들은 미국대학교육을 거친 이후 현지에 적응함으로써 미국 첨단기업들의 인적 자원으로 활동한다.

    반면 한국과 같은 반주변 국가에서는 지속적으로 인재가 유출되며, 대학들의 교수직은 모두 미국유학파 중심으로 재편된다. 중등과정, 심지어 초등과정에서도 미국유학이 일반화 된다.

    미국유학파 중심의 교수진들은 자국 내에서 독자적인 학문능력을 창조해 내는 것이 아니라 제자들 스스로 미국으로 가서 공부하도록 함으로써 학문적 예속, 대학의 예속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대학의 아메리카화를 더 촉진한다.

    4. 남한 대학의 변화

    한국 대학의 대중화는 신군부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었다. 박정희 정권 때는 대학 설립이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었고, 대학의 구조 또한 이공계를 성장시키는 전략이었다. 중등교육은 고등학교를 인문계와 실업계(상고/공고)로 분할했다.

    박정희 정권 때는 실업계고교가 육체노동자를 공급하고 공대/자연대, 상대가 지식노동자를 공급하는 체계로 발전했던 것이다.

    그러나 신군부의 ‘7.30 교육개혁’(교육정상화와 과열과외 해소방안)은 이와 같은 전략을 전면 수정한다. 우선 실업계고교의 증설을 억제하고, 신설고등학교는 대부분 인문계 고등학교가 된다. 중등교육 자체가 대학진학을 위한 인문계열 중심으로 재편된 것이다.

    더불어 국립대 중심으로 확장되던 공대/자연대의 성장 정책에서 일반 사립대학의 인문계열 학과들 중심으로 대학정원을 대폭 늘린다.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대학정원자율화가 실시되면서 대학정원은 다시 증가한다. 현재 실업계 고교는 거의 사라지고 있으며 몇몇 학교들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고교졸업자들은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2012년 현재 전문대생을 포함하여 대학생수는 3,000,000명에 이른다. 학력 과잉의 시대인 것이다.

    대학정원의 확장과 반대로 대학에 대한 만족도는 점점 더 줄어든다. 90년대 이후 한국 경제는 본격적인 정체 상태에 진입하고 IMF 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저성장은 일상이 된다. 기업들은 신규 채용 인원을 줄이고, 불안정 고용을 확대한다.

    신규채용의 감소는 일자리 경쟁을 날로 심화시키며 서울 지역 몇몇 명문대학 졸업자들만 안정적으로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에 채용되고 나머지 대학들은 고용위기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지방사립대는 ‘지잡대’가 되며 지방 국립대조차 점차 주변적인 위치로 전락한다. 확대된 대학 정원에 비하여 고용 인원은 현격하게 감소하면서 대학은 준실업자들의 집합소로 전락한다.

    더불어 소수 명문 대학만 살아남는 구조는 입시 경쟁을 한층 고도화시킴으로써 사교육 확대와 같은 부정적인 부가효과를 낳게 된다. 학부학력만으로 일자리를 얻기 힘들어지면서 유학을 선택하거나 대학원 과정에 진입함으로써 학력 과잉은 사회전체적인 문제로 자리 잡는다. 고교졸업자 대부분이 대학에 진입하고, 이들은 다시 편입학 등으로 학력을 세탁하거나 대학원에 진입하는 것이다.

    사립대학들은 이런 과잉학력에 대한 대중의 욕망을 이용하여 이윤을 축적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유발되는 사회적 비용은 학생들, 가계들만 전적으로 분담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불만이 높아지지 않을 수 없다.

    문민정부는 대학정원을 자율화 하면서도 미국 등에서 확산된 신자유주의적인 구조조정을 수용한다. 이것이 바로 ‘5.31 교육개혁’이다. 5.31교육개혁은 고교선택을 늘린다면서 사실상 중등교육의 평준화는 폐지하고자 했으며, 대학은 특성화와 전문화에 따라 선택적으로 지원한다.

    비록 ‘5.31교육개혁’은 전교조 등의 반발로 좌초되지만 김대중 국민의 정부, 노무현 정부에 이르러 그 골격은 그대로 실현된다. 교육개혁의 핵심적인 내용은 대학을 평가하여 선택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대학특성화기반조성사업이나 교육개혁우수대학지원, 공과대학중점육성사업 등은 ‘5.31 교육개혁조치’에 토대를 둔 대표적인 고등교육 정책이다.

    국민의 정부에 들어서는 상위권 대학들을 대학원중심대학으로 재편하고, 나머지 대학들은 일반 대중대학으로 분리함으로써 대학간 서열을 더 뚜렷이 하며 대학원중심대학에게 재정지원을 집중한다. 이것이 바로 BK21사업이다.

    더불어 대학평가는 더 일상화되며, 저평가된 대학은 재정지원을 중단함으로써 대학을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에 조응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또한 학부제의 도입을 통해 경쟁력이 없는 과를 퇴출시키며, 유사학과 통폐합, 정원 제한 등을 통해 대학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도록 촉진하는 것이다. <계속>

    필자소개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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