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립예술단장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왜곡된 시각
[현장기자의 눈] 여전히 공돌이 공순이로 노동자와 노조를 바라보는 이들
    2013년 04월 19일 04: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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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천안시립예술단노조의 노동쟁의조정신청 기자회견장. 천안시 풍물단, 무용단, 교향악단, 국악관현악단의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장에 왔다. 노동조합에 적대감(?)을 가지고 노조 명칭에 “천안시립예술단”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그 사람들이다.

노조의 기자회견을 지켜 본 그들은 오후에 별도로 기자회견을 했다. 그들의 논리를 하나하나, 조목조목 살펴보면 현재 진행 중인 천안시와 천안시립예술단노조의 교섭이 왜 난항에 빠지고 있는지를 더 잘 알 수 있다.

제조업체 노동자와는 다르다?

먼저 천안시 충남국악관현악단 전재철 악장. “예술단은 똑같은 모양의 제품을 획일적으로 만들어내는 제조업체의 노동자와는 다르게 보아야 한다.” “자율적 분위기 속에 창작활동에 전념해야 할 예술단체들이 정년 연장, 근무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것은 예술인의 기본적 자존심을 버린 것이다.”

맞는 말이다. 누가 제조업체의 노동자와 예술가들의 노동이 획일적이라고 주장하는가? 이미 노조가 수차례 교섭석상에서 말했듯이 “예술가들을 예술가들로 대접하라!”는 것이 요구사항이다. 제대로 연습할 공간도 없는 곳에서, 하릴없이 시간만 때우도록 만드는 것이야말로 제조업체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대우하는 것이다.

그는 아마도 내심 “예술가는 노동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 같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소리다. “선생님이 왜 노동자냐?”라고 교사들이 노조에 가입할 때마다 들었던 이야기와 같다.

“노동자=천박한 일에 종사하는 자”라는 사고를 가지지 않고서는 이런 말을 대놓고 할 수 없다. 이미 우리보다 문화예술이 더 발전한 다른 나라에서 모든 예술가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것을 알면 전재철 악장은 뭐라고 할까? 프랑스에서는 판사도 노조에 가입하고 있다면 기절할 지도 모른다.

그가 말하는 “자율적 분위기 속에 창작활동에 전념”하고 싶은 것이 노조의 바램이다. 근무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를 만들자마자 보복성으로 근무시간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전재철 악장은 “예술인의 기본적 자존심”이라는 게 무엇인지 개념부터 다시 공부해야 할 것이다.

정년을 고집한다??

다음 시립풍물단 조규식 차석. “때가 되면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양보하고 스스로 거취를 정하는 것이 예술인들의 자연스런 행보지, 정년을 고집하는 것은 단체의 이기적 발상이다.”

맞는 얘기다. 그런데 왜 그것이 유독 예술가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 공무원은 물론 모든 대기업 임원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런 논리를 차치하고 조규식 차석은 정년연장에 대해 노조가 얼마나 유연하게 안을 제출하고 있는지 먼저 천안시에 물어보는 게 순서다.

큰 쟁점에서 벗어나 있는 사안을 마치 노조가 핵심쟁점으로 삼고 있는 것처럼 몰아세우는 것 역시 예술인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조규식 차석이야말로 때가 되었으니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어떨지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기 바란다.

외부 세력에 끌려 다닌다?

마지막으로 천안시립교향악단 김성한 단무장. “시립합창단이 예술의 특성을 전혀 모르는 외부 진보 노동단체에 의존하면서 그들의 힘에 시립합창단이 주체도 없이 끌려 다니고 있다.”

일단 그는 천안시립예술단노조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마치 현재 노조를 하는 사람들이 아무런 줏대도 없이 외부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꼭두각시로 보고 있다. 그에 의하면 수십년 동안 노래를 해 온 사람들이 아무런 상식적 판단도 없는 비주체적 존재가 된다.

그는 또 “외부 진보노동단체 예술의 특성을 전혀 모른다.”라고 한다. 그런가?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에는 현재 광주시립예술단, 국립극장, 국립오페라합창단, 국립합창단, 부산광역시립예술단, 부천시립예술단, 서울예술단, 성남시립예술단, 세종문화회관, 울산시립예술단, 인천시립예술단지부, 전북도립국악원, 전주시립예술단, 영동난계국악단 등의 노조가 가입해 있다.

 

국립오페라합창단 노동자들의 희망문화제

국립오페라합창단 노동자들의 희망음악회 자료사진

현재 천안시립예술단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사항은 위 노조들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 중의 아주 일부일 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얼마나 천안시가 생고집을 부리고 있는지는 위 노조들의 단체협약 내용을 비교하면 된다.

김성한 단무장의 발언은 공공운수노조는 물론 천안시립예술단 노조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다.

노조를 노조대로 보라!

그들은 입을 모아 “우리는 노조의 일방적 주장에 따라가야 할 아무런 명분도 이유도 찾지 못했다.”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누가 일방적인 주장에 따르라고 강요할 수 있는가? 더 이상 그들에게 기대도 하지 않는다.

다만 노동조합에 대해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명예를 실추시키는 말들을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내뱉는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근무여건 속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운 예술을 천안시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바람이 같다면 각 예술단체의 책임자들부터 노조에 대한 불타는 적개심부터 버려야 할 것이다. 그게 출발이다.

 

필자소개
이근원
대학 입학과 동시에 전두환을 만나 인생이 바뀜. 원래는 학교 선생이 소망이었음. 학생운동 이후 용접공으로 안산 반월공단, 서울, 부천, 울산 등에서 노동운동을 함. 당운동으로는 민중당 및 한국사회주의노동당을 경험함. 울산을 마지막으로 운동을 정리할 뻔 하다가 다행히 노동조합운동과 접목. 현재의 공공운수노조(준)의 전신 중의 하나인 전문노련 활동을 통해 공식적인 노동운동에 결합히게 됨. 민주노총 준비위 및 1999년 단병호 위원장 시절 조직실장, 국민승리 21 및 2002년 대통령 선거시 민주노동당 조직위원장 등을 거침. 드물게 노동운동과 당운동을 경험하는 행운을 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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