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군 가산점제도, '엄마 가산점'
성별 대결구도만 고착화, 여성계도 반대
    2013년 04월 16일 04: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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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신의진(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엄마 가산점제’가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심의에 착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신의진 의원이 지난해 12월 발의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법>은 군 가산점제의 대항마로 등장해 임신,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이 취업할 때 혜택을 주자는 취지로 ‘엄마 가산점제’로도 불린다.

이 개정안은 임신, 출산, 육아 등을 이유로 퇴직한 후 국가 등 취업지원 실시기관에 응시하는 경우 과목별 득점의 2% 범위에서 가산점을 주며, 단 채용시험에 합격하는 비율은 선발예정의 20%로 제한하고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횟수와 기간에 제한을 둔다. 또한 합격한 경우 호봉 또는 임금 산정시 임신, 출산, 육아기간을 근무경력에서 제외하는 이중 보상 방지까지 군가산점 제도와 유사하다.

경력 단절

환노위 검토보고서는 이 개정안을 두고 “경력 단절 여성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임신·출산·육아의 사유로 직장을 그만뒀다는 사실 확인에 한계”와 “경제활동을 하지 않다가 취업하거나 경제활동을 증명하기 어려운 열악한 직종에서 근무했던 여성은 제외돼 차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역할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법안…성 대결구도 고착화 우려도

이같은 개정안에 여성계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하다. 임신, 출산을 군 경력과 비교하는 것도 모자라 군가산점에 대응해 제도를 도입한다는 발상 자체가 스스로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우선 군 가산점 제도의 대항이라는 방식 자체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군 가산점 제도를 주장하는 분들이 여성도 임신 출산에 가산점을 받으라는 논리인데 여성계는 그걸 주장한 적이 없다”며 ‘엄마 가산점제’와 선을 그었다.

박차옥경 사무처장은 “군 가산점 제도도 일부의 혜택이 아닌 군필자 전원의 혜택이어야 된다는 점과 마찬가지로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보상이나 지원도 남녀를 떠나 모두의 혜택이 되어야 한다”며 “하지만 군 가산점제에 대응으로 임신, 출산 여성에게 혜택을 주고자 제도를 도입하는 건 스스로 성역할 고정관념에 빠져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마치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을 일종의 무기나 권력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호도될 수 있다”며 엄마 가산점 제도가 오히려 성평등을 지향하는 제도와 정책에 위배하는 동시에 성 대결 구도만 고착화할 지점을 우려하기도 했다.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의 나영정 상임연구원 또한 “법안 내용 자체가 혜택을 받는 이가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미루어 군 가산점 제도처럼 ‘상징’적인 법안”이라며 “이러한 상징적 법안으로 성평등 문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는 군가산점 논쟁만큼 한계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나 연구원은 “임신, 출산, 육아는 따로 떼어낼 수 없는 문제인데 해당 개정안은 고정된 성 역할에 따라 경력 단절 여성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게 되어있다”며 “이는 달리 말하면 임신, 출산을 육아와 따로 떼어놓고 여성의 영역으로 분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이 임신과 출산으로 부당해고나 취업에서 배제되는 이유는 여성이 양육의 담당자라는 성 역할 고정관념 때문”이라며 “이런 프레임을 탈피하기는 커녕 임신 출산을 군대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며, 양육의 문제를 남녀 공동책임이 아닌 여성의 전유물로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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