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태팬 전라디언의 비애
        2013년 04월 09일 02: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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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대세라고 불리는 인터넷 공간은 어디일까. 아마도 일베(일간베스트), 오유(오늘의 유머) 정도가 거론되겠다. 특히 일베의 경우 지역 비하 발언은 참 끝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씁쓸함을 보여준다.

    최근에 개막하고 야구장에 아들과 갔는데 화장실에서 나이 좀 자셨다는 어른들끼리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오늘 일베에 갔는데 전라디언 홍어새끼들은 정말 북한에 보내버려야돼. 야구하는 것 봐. 전라디언들 종특이 드러나잖아”

    내가 전라도에 태어난 게 무슨 죄고, 내 자식이 전라도 핏줄이라는 것이 무슨 죄일까. 순간 야구를 보다 멈추고 멍하니 하늘을 응시했다.

    일베(일간베스트)의 전라도 비난 게시물에 게재된 사진

    일베(일간베스트)의 전라도 비난 게시물에 게재된 사진

    어렸을 때는 광산 김씨 집안으로 태어나 자부심이나 좀 갖고 살았더랬다. 해태가 야구를 잘해서 그 자부심으로 학교를 다녔고, 그 자부심으로 서울로 상경해서 대학을 마쳤다.

    그러나 참 현실은 안타까운 것이 연애하던 여자친구 집안에게서도 전라도 출신이라고 결혼을 앞두고 딱지를 맞은 적도 있었고, 그 이유 중 하나는 “전라도 사람들은 이유없이 뒷통수를 친다고 들었다”는 부분도 들어있었다. 그 친구와 나는 해태타이거즈 팬클럽에서 만났던 3년 연애했던 사이였다.

    해태나 KIA가 야구를 잘하면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한다. “야구를 잘해도 밉다고”, 이유는 대학에 와서 들었지만 “악으로 깡으로 밉게 한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였다.

    지금도 일베에 가면 KIA가 이기는 날이면 어김없이 홍어 비아냥을 통한 지역 비하와 고인이 되신 김대중 대통령 비하 발언이 눈에 띈다.

    야구계에서도 뒷통수를 쳐서 적시타를 쳤느냐는 이야기를 보면 요즘말로 웃프다. 그래서 정말 예의가 없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가끔은 내가 전라도 출신이라는 것이 참 서글퍼질 때가 있다.

    난 아들을 데리고 야구장에 자주 가지 않는다. 가더라도 KIA 응원석쪽에서 야구를 보자고 선뜻 권하지 않는다. 이유는 하나다. 야구보다 얻는 희열보다는 야구보다 얻는 슬픔이 더 많을까봐.

    미안하다, 아들아. 아빠가 전라도 해태팬 출신이라서.

    필자소개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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