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 브라더 혹은 아르고스의 눈
    [짤방칼럼] 지하철 CCTV 설치 논란...웃기는 짬뽕질
        2013년 04월 08일 11: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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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시작은 넋두리로

    요새 일신상의 이유로 이것저것 자중하고 본업(?)에 충실하던 터였다. 그러다 어쩌다보니 잠은 안 오고 그래서 더욱 더 가열차게 본업(??)에 충실하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현재 나의 당면과제 중 하나인 CCTV에 관한 정보를 뒤적거리게 되었다.

    요즘 무슨 귀신이 붙었는지 신문만 봤다하면 속에 천불이 나는 기사 (가령 지난 4월 3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접속하자마자 국정원장이 “4.3. 제주항쟁은 폭동”이라고 개드립을 친 걸 보고 말았다. 아저씨, 여기 코렁탕 하나 추가요!)만 보이기에 애써 뉴스도 안 보고 있었는데…….

    서울지하철 CCTV 설치 논란

    아는 사람은 이미 다들 접한 것처럼, 서울메트로(이하 ‘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이하 ‘공사’) 측은 화재와 성범죄 등의 대응을 위해 CCTV를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고, 이에 서울지하철노조와 도시철도노조는 승객 개개인의 표정까지 확인할 수 있는 초고화질 CCTV의 설치 및 운용은 시민에 대한 감시이자 인권침해라며 즉각 반발했다.

    사진은 공공운수노조연맹

    사진은 공공운수노조연맹

    논란이 가열되자 메트로와 공사는 CCTV 기록은 약 한 달 이후 자동 삭제되며, 위기사항 발생 시에 한해 기관실과 중앙관제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CCTV 예방효과, 확신할 수 있을까?

    지난 2011월 상반기, 통칭 지옥의 환승역 중 하나인 모 지하철역의 막차 시간 즈음 한 여성 승객이 성추행범을 피해 도망치다가 결국 화장실로 강제로 끌려가서 수차례의 구타 및 성폭행 위협을 당했던 사건이 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피해자는 그 직후 극적으로 구출됐는데 그럼 이 과정에서 역 내 CCTV는 성범죄를 막는데 어떤 역할을 했을까?

    미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거 없다” 당시 역내에는 수십여 대의 CCTV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도망가는 피해자와 이를 쫓아가는 치한의 모습은 단 10여초도 찍히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피해자를 구출한 건 CCTV가 아니라 때마침 마감 청소를 위해 화장실에 들어온 노동자였다.

    이미 확인한 것처럼 메트로와 공사 측은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만 CCTV를 사용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들이 밝힌 비상상황 돌입요령이란 다름 아닌 객차 내 승객들의 제보를 통해서이다. 그러니까 객차 내에 비치된 무전기 같은 통신장비를 들고, “여기 불났어요.” 혹은 “여기 미친놈 성추행범이 있어요.” 하면 CCTV를 모니터링 하겠다는 말이다.

    당연히 이 경우에 예방 효과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화재의 경우 제보를 받은 즉시 조치를 취하면 될 일이고, 통념처럼 “성추행 피해자는 자신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수치심 때문에 신고를 하지 못 한다”면 제보에 의한 비상상황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CCTV 모니터링 자체가 도무지 일어날 수 없는 일일 따름이다.

    게다가 객차 내에 설치된 CCTV를 기관실과 통제실에서 임의로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시연(객차 내 잡상인을 쫓는 장면을 시연한 바 있다.)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물론 이를 사용하는 최종결정이야 서울시장이 내린다고 하지만, 대체 그 놈의 CCTV는 왜 설치하는 건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안전이 걱정되면 1인 승무제를 확대 실시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할 돈으로 차라리 인력을 증원하는 게 났지 않을까?

    지하철 CCTV에 비친 승객 모습

    지하철 CCTV에 비친 승객 모습

    그리고 아스트랄한 사족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배경은 객차 내 CCTV 설치를 둘러싼, 더 나아가서 CCTV 찬성론을 펼치는 사람들의 황당할 지경의 주장 인권 *까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정보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무뎌도 너무 무딘 것 아니냐? 고 물어보고 싶어서이다.

    가령 근 십여 년 동안 CCTV와 정보인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기행 중에는 심지어 공공기관에서 꽁꽁 감춰둔 CCTV로 찍은 영상물을 홈페이지를 통해 여과 없이 방송한 사례까지 있을 지경이다. 본격 BJ 기관장이 별풍선 모을 기세

    내 주위에도 그런 사례가 하나 있어서 그냥 넋두리를 겸해서 간략히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그러니까 대게 요 근례의 많은 대학들이 그렇듯이 내 모교에서도 인건비 절감과 도난방지 등의 이유를 들어 모 대기업 계열사의 보안업체와 계약을 맺고 교정의 CCTV를 본격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전부터 CCTV를 사용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고, 또 더 큰 문제는 곧 실행될 비정규직보호법 등과 맞물려 멀쩡한 관리·단속 노동자 분들을 해고한 학교 측의 명분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멍멍”이며, 학내에서 민족해방 혹은 노동해방 등을 그렇게나 좋아하는 친구들 그 누구도 이 사태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침묵했다는 점이었다. 넌 아직 준비가 안 됐다!

    게다가 새로 들어온다는 대기업 계열 보안업체의 CCTV 관련 설명이 대박인데, 결론만 정리하자면 모든 자료는 대용량 컴퓨터에 향후 몇 년간 영상으로 기록되며, RFID를 이용한 실시간 기록관리 출입증 발급으로 교내의 모든 동선을 파악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이에 우려를 표명하자 학교 측은 당연히 CCTV 자료를 악용하거나, 인권침해를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 즈음 본관점거를 단행한 일단의 학생들에게 학교 측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징계 결정을 내렸는데,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CCTV 녹화영상이었다는 것. 그런데 어라? 학내에서 서로 노동 vs. 민족 가나다 순 하며 으르렁거리던 양쪽은 애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거 빡빡하게 왜 이러냐?”부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데 왜 난리냐?”라는 반응을 보이기에 이르렀다.

    “인민의 권리가 아작나는 플래그”에 대한 우려

    아침 일찍 지하철 객차 내 CCTV 설치와 관련된 인권 *까 찬성론을 보면서, 왜 아닌 말로 자기들끼리 이남사회에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서 자기들이 맞다고 아웅대던 그 친구들이 생각났을까?

    아니 그냥 그 정도면 다행이지만, 어째 고금을 통틀어 인민의 권리가 아작 나는 건, 늘 자기 권리를 제한하는 일들을 열화와 같은 박수로 성원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가뜩이나 대한문에 못 가봐서 죄스러운 마음이 가득한데, 어쩌다보니 여러모로 참 씁쓸한 아침을 맞이하고 말았다.

    □ 어르신을 위한 용어 정리

    1) 빅 브라더 : 조지 오웰의 작품『1984』에 등장하는 가상 국가 ‘오세아니아’의 최고 권력자를 지칭하는 말. 국민 개개인을 일거수 일투족 통제, 감시하는 국가 체제 등을 암시하는 말로 쓰인다. 어르신들은 인터넷도 안 하시지만 문학도 안 보시니까 OTL

    2) 아르고스의 눈 :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거인. 백 개의 눈으로 감시가 종족특성. 아 개념어 자꾸 꺼내지 마라 설명 길어진다 여신 ‘헤라’의 명령으로 남편 ‘제우스’의 애인 중 하나인 ‘이오’를 감시하지만, ‘제우스’의 명으로 ‘이오’를 찾으러 온 ‘헤르메스’의 손에 죽임을 당하고, 이후 ‘헤라’가 아르고스의 눈을 공작의 깃털에 붙여준다. 그냥 감시, 통제라고요!! 어르신들은 인터넷도 안 하시지만 신화도 안 보시니까 OTL

    3) 개드립 :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어원은 “개 같은 애드립”의 준말. 쉽게 “개소리”와 같은 의미로 인터넷에서 널리 쓰인다.

    4) 코렁탕 : 일전에 설명했지만, 국정원의 한참 전신인 중앙정보부에 끌려가면 거꾸로 매달린 채 설렁탕을 코로 먹인다는 괴담의 인터넷 버전. 코 + 설렁탕. 정보기관의 사찰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하는 젊은 네티즌들의 신조어로 쓰인다.

    5) 그런 거 없다 : 인터넷 상에서 사용하는 관용구로 여러 가지 용례가 있지만 주로 헛된 희망이나 기대를 갖지 말라는 충고로 쓰인다. 대표적으로 상상의 동물인 ‘애인ASKY’이 있으며, 용례의 특징상 ‘더 허무하게 보이기 위해’ 마침표를 찍지 않는 것을 관례로 하므로 본문에도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

    5) 아스트랄 : Astral. 영단어의 뜻은 “별의” 혹은 “환상적인” 등이지만, 도저히 이해나 설명이 어려운 엽기적인 발상이나 내용 등을 나타내는 인터넷 신조어. 흔히 표현하는 “4차원”과 의미가 통한다.

    6) BJ : Broadcasting jockey의 약자로 인터넷 방송진행자를 뜻한다.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 방송국을 통한 사설 방송 등을 진행하는 이를 일컫는다.

    7) 별풍선 : 위 설명한 대표적인 인터넷 방송국 ‘아프리카’에서 BJ의 방송을 듣는 시청자 개개인이 인터넷 캐쉬(현금결제를 통해 받는 인터넷 상의 가상현금)와 교환하여 별풍선이라는 것을 지급하고, 해당 BJ는 받은 별풍선 당 일정액의 현금 이득을 받게 된다. 인터넷 방송국의 주 수입원 중 하나이며, 이를 위해 각종 사회문제(별풍선을 받기 위한 선정적인 방송 등)가 벌어지기도 한다.

    8) RFID : Radio-Frequency Identification의 약자로, 전파를 이용하여 먼 거리에서 정보를 인식하는 통신기술이다. 가축이나 화물은 물론 신분증 등의 정보를 파악하는데 쓰이며, 현재까지는 보안에 상당히 취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9) 플래그 : FLAG. 본래는 조건에 따라 순차명령을 수행하는 프로그래밍 언어이며, 이러한 의미가 확장되어 게임에서 특정 조건이 만족하여 이벤트가 발생하는 것을 “플래그가 서다”라고 표현한다. 무난하고, 쉽게 이해하자면 문학작품에서 말하는 “복선”과 의미가 통한다고 할 수 있다. 플래그 하면 역시 사망 플래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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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 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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