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체류자에게 반가운 소식
    2013년 03월 12일 02: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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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전 경주에 살고 있는 어떤 미등록 체류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친구가 길을 가다가 머리와 얼굴에 칼로 이십여대를 맞아 병원에 실려 갔다고 했다. 밤이라 어두워서 범인이 누군지 모른다고 했고 그리고 미등록자라 경찰에 신고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어떤 베트남 미등록 노동자가 안산에 있는 대행사 사무실에서 모 국제복지단체 회원 카드를 만들면 5년간 한국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괜찮고 만약 출입국 직원한테 잡혀 외국인보호소에 가게 되더라도 그 카드를 이용해 다시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카드의 비용은 8백 50만원이다. 똑같은 카드지만 서울에 있는 한 대행사는 한 미등록자에게 4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그 카드를 출입국사무소의 직원에게 보여주고 문의해봤더니 대행사의 말과 같은 효과가 없다고 한다. 즉, 잡히면 그 카드를 이용해 보호소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안사이주민센터

출처는 안산이주민센터의 자료사진

요즘, 미등록자에게 합법적인 비자로 바꿔주겠다고 다양한 수법으로 미등록자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사무실이 많이 생기고 그 사이에도 브로커들이 많이 끼지만 미등록 체류자들은 피해를 당해도 신분 때문에 신고하지 못했다. 경찰에 신고하면 미등록 체류자들은 출입국사무소로 인계되어 추방당하기 때문이다. 이전에 출입국관리법은 공무원들이 미등록 체류자를 인식하면 출입국관리소에 통보하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도둑이나 강도, 사기를 당해도 미등록 체류자들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고 억울하게 혼자 참아야만 했다. 그러다보니 그런 약점을 노린 범죄가 많이 저질러졌다.

그동안 베트남 노동자를 상담하면서 종종 이런 억울한 사건이 있었고 인권침해가 심각한 경우가 많지만 도움을 주지 못해 아쉬웠는데 최근에 좋은 소식을 받았다.

3월 1일부터 미등록자가 형사피해자인 경우에는 경찰에 신고해도 잡혀가지 않고 다시 일상생활에 돌아갈 수 있고 미등록자로부터 범죄신고를 받은 경찰은 출입국사무소에 통지의무를 면제받는 제도다. 미등록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범죄를 추적하는 차원으로 출입국관리법이 개정된 것이다.

나는 이 소식을 듣고 그동안 내가 알고 있는 미등록자인 형사 피해자들에게 바로 연락해 전하고 빨리 신고하라고 알려주었다. 다행스럽게도 좋은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었다.

이 법은 시행한지 며칠밖에 되지 않아 아직 미등록자가 법개정을 믿지 못해 신고하러 가다가 잡힐까봐 걱정하는 미등록자가 많지만 내가 계속 노력해서 설득할 생각이다. 앞으로 이런 경우가 상담이 들어오면 신고하라고 설득할 것이다.

경찰 등 공무원들도 바뀐 법에 따라 미등록 체류자들이 피해를 신고하면 출입국사무소에 통보하지 않고 제대로 피해를 구제해 주기를 바란다. 부디 미등록 체류자들의 인권이 조금이나마 개선되길 바란다.

필자소개
베트남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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