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악구 금연조례, 2년의 소회
    [진보정치 현장]금연 교육이나 클리닉 예산은 오히려 줄어
        2013년 03월 08일 09: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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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정활동을 포함해서 지역정치 활동을 하다보면 어떤 정치적 판단과 선택을 한 이후 그것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될 때, 과연 잘 한 일이었는지 그렇지 않은지 명쾌하지 않을 때가 있게 된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진보정당의 지역정치 활동이 다방면에서 왕성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다.

    나의 의정활동에서도 강하게 주장하여 관철시켰으나 돌이켜 보았을 때 과연 잘 한 일이었는지 스스로 의심이 가는 일이 있었다. ‘서울특별시 관악구 금연구역 지정 및 간접흡연 피해방지 조례안’에 대한 것이 그렇다.

    2011년 봄, 서울시에서는 소위 ‘금연 조례’가 통과되어 버스와 지하철 정류장 근처와 공원 등의 시설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되었고, 이 구역에서 흡연을 하다가 적발이 되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관악구청은 발빠르게 이 조례를 도입하여 제정하려고 했고, 더불어서 건강도시 선포식 같은 부대행사도 계획하여 서울시 산하 기초지자체 중 가장 빨리 금연조례와 건강도시 선포식을 추진하여 서울시로부터 관련 예산을 지원받고자 했던 것이다.

    당시 내가 속해 있었던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된 이 조례에 대해 상임위 회의가 열리기 전까지는 그다지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었다. 상임위에서 보건행정과장의 설명을 들으면서 스물스물 몇 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조례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이 조례는 간접흡연의 피해로부터 비흡연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흡연자의 금연을 돕고, 비흡연자의 건강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지하철역이나 아파트 등 일정한 장소를 구청장이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고, 반대로 흡연가능 구역을 구획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또 금연교육이나 금연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으며, 금연구역에서 흡연시 1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게 하면서 동시에 이것을 위반한 사람을 신고한 경우에 4만원의 범위 안에서 신고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내가 느낀 문제의식은 이렇다.

    일단 관악구의 경우 각종 보건지표에서 서울시 평균에 비해 흡연자 비율이 매우 높은 지역에 속하지만 동시에 금연클리닉에 등록한 비율도 다른 구에 비해 매우 높았다. 즉 흡연율과 금연결심율이 함께 높은 것이다.

    금연거리

    서울 시내 대부분의 공원들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금연구역 지정과 함께 단속을 시작한 자치구는 관악구, 광진구, 동대문구, 강동구, 도봉구, 강서구, 용산구 등이다.

    따라서 금연결심율을 금연율의 제고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과태료나 신고포상금 제도와 같은 강제적 수단뿐 아니라 금연교육의 강화나 금연클리닉 사업의 확대를 위한 정책이 더욱 강구될 필요가 있었는데 조례는 그것을 충분히 담지 못했다.

    두 번째는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한 경우 과태료를 ‘10만원으로 한다’고 정한 부분이다. 나는 이것이 과하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과한 이유는 관악구에서 회사나 상가와 같은 영업시설이 아니라 개인에게 부과되는 과태료 중 10만원 이상의 과태료를 규정한 조례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당시 최저임금법상의 시급이 4,320원이었으므로 하루 10시간을 20일 동안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 한달 급여는 864,000이었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최저임금 노동자가 금연구역에서 담배 피웠다는 이유로 월 급여의 10% 이상을 과태료로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지나치게 심한 것이 분명했다.

    마지막으로 신고포상금 제도는 제도적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원산지표시를 허위로 하는 경우의 신고포상금 제도의 경우, 신고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가게 이름과 허위표시의 정황을 신고하면 되지만, 길에서 담배피우는 사람을 누군지 알아서 신고할 수 있겠는가? 이런 경우를 상상할 수 있겠다. 금연구역인 공원 한 켠에서 누군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이것을 흘겨보던 주민이 이 장면을 사진 찍는다. 그리고는 신고를 위해서 이름 등 신원을 묻는다. 순순히 알려주지 않을 테고 이것은 다툼으로 이어질 것이 뻔했다. 한마디로 신고포상금 제도는 사인 상호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제도인 것이다.

    이 조례는 결과적으로 금연교육과 금연클리닉 제도의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과태료는 10만원 이하의 범위에서 규칙으로 정하는 걸로 하되, 규칙에서는 과태료를 5만원으로 하기로 하였고, 신고포상금 제도는 없애지 못했다.

    2년이 흘렀고, 이 조례의 성과에 대해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금연클리닉과 금연교육 예산은 금연표지판을 세우는 예산을 제외하면 오히려 현저하게 줄어들었으며, 과태료는 2012년 한 해동안 총 141건을 부과하여 613만원을 수납했고, 신고포상금 제도는 한 건도 성과가 없었다. 조례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의 관악구 흡연율의 변화추이를 알 수 있는 통계 자료는 아직 나오지 않아서 이 정책과 흡연율 변화추이를 비교할 수는 없다.

    결국 이 조례안을 심의한 성과는 과태료 10만원을 최저임금 생활자를 고려하여 5만원으로 낮춘 것 이외에는 없는 셈이다. 머릿속에서는 북유럽 일부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일수벌금형 제도와 같은 ‘일수과태료’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지만 기초의회 구의원이 이런 제도를 완성하기에는 요원하다.

    “과태료를 5만원으로 낮춘 것은 과연 잘 한 일인가? 금연클리닉이나 금연교육 예산을 더욱 확대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실효성 없는 전시적 정책인 ‘신고포상금’제도는 왜 없애지 못했는가?”

    이 조례를 심의 의결하고 2년이 지나서야 드는 소회이다.

    필자소개
    정의당 심상정 선대위 상임공동선대위원장. 전 관악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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