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정전협정 파기선언,
그 함의 및 비판과 제언
    2013년 03월 06일 05: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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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 저녁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의 김영철 인민군 정찰총국장(대장)이 직접 정전협정을 파기하는 발표를 했다.

“키 리졸브, 독수리 합동 군사훈련은 군사 정전협정을 백지화한 것”이라며 “이번 전쟁연습이 본격적 단계로 넘어가는 3월11일 그 시각부터 형식적으로 유지해오던 조선정전협정 효력을 완전히 전면 백지화해 버릴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조선반도의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협상기구로서 우리 군대가 잠정적으로 설립하고 운영하던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의 활동도 전면 중지하게 될 것”이라며 “판문점 조·미 군부전화도 차단하는 결단을 병행해 내리게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화면 캡처

김영철 정찰총국장과 군중집회 TV화면 캡쳐

또 “최고사령부는 이미 우리가 천명한 대로 미국을 비롯한 온갖 적대세력들의 횡포한 적대행위에 대처해 보다 강력한 실제적인 2차, 3차 대응조치를 연속 취하게 될 것”이라고 천명하는 한편, “더우기 미제가 핵무기까지 휘두르며 덤벼들고 괴뢰들이 선제타격까지 운운하고 있는 이상 우리 역시 다종화된 우리식의 정밀 핵타격수단으로 맞받아치게 될 것”이라며 “누르면 발사하게 되어 있고 퍼부우면 불바다로 타 번지게 되어 있다”고 위협했다.

정전협정 전면 백지화 선언은 평화협정 체결 압박의 의미

북한이 과거에도 “유명무실한 정전협정”, “정전협정은 사실상 백지화” 등의 표현을 사용했지만, 정전협정 백지화까지 거론하기는 처음이다.

유엔측 군사정전위 수석대표가 한국측 장성으로 바뀐 것을 빌미로, 북한 측이 지난 1994년에 군사정전위 대체기구로 설치했던 판문점 대표부 활동을 중지하고 북-미 군 사이의 전화까지 차단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정전 관리기구 및 상호 긴급 연락 수단이 없어지는 셈이 되었다.

이것은 한반도에서 현 정전상태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단이 더 이상 없으며 정전협정도 완전 무력화된 것임을 선언함으로써 결국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미국 등을 압박하는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합동군사훈련, 유엔 안보리 차원 제재에 대한 맞대응 성격

키 리졸브 훈련이 본격 실시되는 3월 11일부터 정전협정이 전면 백지화된다고 천명한 것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자신들에 대한 심각한 위협에 그치지 않고, 남-북-미가 포함된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규정하고 반격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3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결의가 미-중 간 잠정 합의에 의해 거의 성안되어 간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라는 점에 비추어 “제재는 곧 전쟁”이라는 그 동안의 반발을 강력하고도 구체적으로 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긴장의 상승 속 대화의 가능성은 더 멀어져, 냉각기 필요

군 정찰총국장이 직접 발표한 점에 비추어 국지적 도발과 충돌의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으며, 실제로 그런 일을 북이 벌이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위험한 일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위협하는 것일 수 있다.

결국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현재처럼 핵실험 강행, 일방적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및 핵타격 위협을 가하는 북한에 호응해 미국이나 남한이 그런 대화에 쉽게 호응할 리는 만무하다.

‘위협에 굴복하여 평화를 구걸할 수 없다’거나, ‘평화협정 체결을 북의 주장으로만 치부하며 저들의 의도에 말려들 수 없다’는 보수적 입장을 오히려 강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평화협정 체결을 종용하는 북의 태도는 일방적이고 불합리하며,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북미수교 등 포괄적 타결을 주장하는 합리적 세력의 입지만 좁힐 뿐이다.

북도 평화협정 체결 등 한반도의 적대적 상황에 대한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포괄적 타결의 방법밖에 없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현재와 같은 행태를 중지해야 한다.

사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아래와 같이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전향적 조치를 취하라고 주장하기도 쉽지 않다.

당장 청와대도 북의 성명에 대한 조치로 국지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NSC 차원 긴밀 대처에 치중한다고 하고, 상대적으로 합리적 보수주의자라는 통일부 장관 내정자도 5.24 조치 해제를 위해서는 북한의 사과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유보적이고 보수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이에 대해 힘 있게 비판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강경 대결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 기간이 지나고 나면 대화의 국면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그러나 자칫 국지적 충돌이라도 일어난다면 대화재개는 상당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긴장 국면 속 호전적 전술의 채택과 군비증강, 핵 보유 등에 이익을 갖는 남과 북, 미국의 강경파의 발호를 억제하고 상황을 관리할 역지사지의 정책 필요한 시기이다.

긴장과 갈등 국면 속 한국 정부의 존재 미미, 상황 타개할 적극적 정책 필요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주장하나 핵실험에 대해서는 북핵 불용을 주장할 뿐, 이 문제를 타개할 전향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거나 추진하고 있지 않다. “비핵화뿐만 아니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을 병행 추진해 임기 내에 대타협을 이룩하자”, 혹은 최소한 “비핵화를 위한 회담의 재개 후 어떠어떠한 조건이 충족되면 평화협정 체결 논의를 본격화하자” 정도의 이야기는 해야 상대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 아닐까?

통일부 장관 내정자도 5.24조치 해제를 위해서는 북한의 사과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신뢰를 먼저 보여주어야 할 주체가 북한이라고 주장하는 데 그쳐, 상호 신뢰가 부족한 현 상황에서 어떻게든 신뢰 회복의 단초를 만들고 쌓아가야 할 능동적 자세라고 보기 힘들다.

내정자가 “정책의 수단이나 방법론에 얽매이지 않고 한반도에서 신뢰를 쌓아 지속가능한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하나 상황 타개를 위한 적극적 조치에서 멈칫거린다면, 자칫 북한에게 선 조치를 요구하며 탈냉전 이래 최악의 관계로 치달았던 이명박 정부 시기의 남북관계를 재연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추진하겠다고 한 인도적 지원의 활성화, 개성공단의 정상화 등을 위해서도 5.24조치 해제는 필수불가결하다.

이후 재개될 수 있는 대화의 국면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도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정책 추진과 함께, 현재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달성을 위한 포괄적 해결의 구체적 정책을 제시하고 대화의 매개자이자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다 해야 한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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