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민주주의를 갖고자 하는가
[책소개] 『민주주의의 재발견』(박상훈/ 후마니타스)
    2013년 03월 02일 11:41 오전

Print Friendly

민주주의란 무엇이고 무엇이 아닌가. 촛불 집회를 신화화하는 민주주의론은 왜 문제인가. 민주당이 개척해 온 정치관은 왜 민주주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가. 안철수의 정치쇄신론은 왜 민주주의론에 상응하지 않는가. 진보는 왜 민주정치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졌나.

민주주의에 대한 때 이른 냉소

민주정치, 즉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요구에 기초한 정치체제라는 것이 과연 실현 가능한 일일까? 차라리 양심적이고 유능한 소수의 인재들이 사회와 공익을 위해 공동체에 헌신하는 체제가 더 낫지 않을까? 아니, 왜 꼭 민주주의여야 하는가? 파당적 열정에 사회가 분열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꼭 정당 정치에 의존해야 하는가? 그냥 좋은 정치가가 등장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필자는 최근 이런 정치관이 대두하는 것을 보면서, 이러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 해보니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고, 부지불식간에 민주주의가 아닌 생각들에 의존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민주화를 이루었으나, 정작 민주주의를 정치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단계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때 이른 냉소가 확대되는 것이 아닌지 말이다.

민주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민주화 투쟁

필자는 민주주의에 대한 때 이른 냉소를 포함하여 “우리의 민주정치가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 원인 가운데 하나는 민주주의를 잘못 이해한 데도 있다”고 진단한다. 모두가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는 제각각이다. 이 책에서 발전시키고 있는 민주주의론 역시 그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주의는 늘 민주주의‘들’로 나타나고 언제나 논쟁 ‘중’인 상태로 표출된다.

문제는 민주주의를 둘러싼 지금까지의 여러 논의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와 실천을 풍부하게 하는 데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민주주의와 민주주의가 아닌 것 사이에 위태롭게 걸쳐 있는 주장들은 많고,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나 잘못된 생각들도 만연해 있다. 민주주의를 그 이상에 가까운 내용으로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민주주의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지배적 관점에 비판적으로 마주 서있는 이 책은, ‘왜 민주주의인가’에서부터 ‘어떤 민주주의인가’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일관된 생각을 말하고 있다. 한마디로 민주주의를 다시, 제대로 살펴보자는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민주주의이든 아니면 그보다 더 넓은 의미를 갖는 정치이든, 애초부터 그것은 이론으로 먼저 기획된 것이 아니다. 정치든 민주주의든 다 인간 현실의 필요 때문에 불러들여졌고, 그 뒤 구체적으로 실천하면서 문제가 제기되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론적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 현실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소재로 민주주의와 관련된 쟁점들과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겠노라 말한다.

민주주의 재발견

책의 구성

이 책은 크게 다섯 주제를 다루고 있다.

첫째는 2008년 촛불 집회 당시 풍미했던 민주주의관을 비판적으로 다루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기초적 이해를 말한다. ①민주주의의 기원, ②민주주의의 한국적 수용에서 특징적인 것들, ③고대 민주주의와 현대 민주주의의 차이, ④ 촛불 집회를 이해하는 민주적 방법 등이 그 내용이다.

둘째는 그간 민주당이 주장하고 실천해 온 정치가 한국 민주주의를 좋게 만드는 문제에 있어서 왜 부정적인 효과를 가졌는지를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모바일투표와 여론조사에 의존한 정치가 왜 문제인지, 국민경선제가 어떻게 정치를 나쁘게 만들었는지, 인터넷과 여론동원형 정치는 또 왜 잘못인지를 청중민주주의와 푸시버튼데모크라시, 게이트오피닝 등의 개념을 동원해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핵심 가치인 참여와 대표, 책임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셋째는 2012년 안철수씨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서 밝힌 정치관이 왜 민주주의와 거리가 있는지를 다루는 부분이다. 그의 정치쇄신론이 안고 있는 문제를 국민을 앞세운 군주정 논리, 철인정치 논리, 전문가주의 등에서 찾으면서, 그것이 왜 민주주의가 아닌지를 비판한다. 동시에 안철수 측에서 내세운 네트워크 정당론, 협치론, 직접민주주의론 등 역시 민주주의를 어떻게 오해한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넷째는 정치에 나선 진보가 민주주의를 잘못 이해하고 실천한 문제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다. 특히 2012년 4월 총선에서 13석을 획득하는 성과를 얻었지만, 곧바로 내부 정파 다툼으로 그 자산을 탕진한 과정에서 드러났던 문제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진보도 민주주의를 실천함에 있어 실패할 수 있다는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이 많다고 보면서, 비민주적 보수도 위험하지만 비민주적 진보도 공동체에 매우 해악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섯째는 한국 민주주의의 중심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말하는 부분이다. 왜 제대로 된 정당이 없으면 민주주의는 실천될 수 없는지부터 우리가 발전시켜야 할 민주주의의 길은 무엇인지를 민주화 이후의 긴 시간적 지평에서 접근하고, 나아가 앞선 민주주의 국가들의 경험에서 교훈을 이끌어 내고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