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보건의료운동의 과제는?
        2013년 02월 19일 10:54 오전

    Print Friendly

    2013년은 박근혜 정부의 출범 첫 해다. 박근혜 당선인은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4대 중증질환 완전보장과 취약지역 분만시설 확대 등을 주요 보건의료 공약으로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인수위의 발표에서 4대 중증질환 보장에서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차액 등 주요 비급여 항목은 제외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한편 박 당선인은 영리병원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실상 의료민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의지를 보였다.

    의료민영화 계획은 최근 폭로된 금융위원회 내부문서에서도 드러났다. 금융위의 보험정보원 설립 계획은 궁극적으로 건강보험 민영화와 연관된 계획으로서 박근혜 정부에서도 의료민영화 추진이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박근혜영리병원

    사진 출처는 보건의료노조

    집권 전부터 박근혜 정부는 약속했던 복지공약을 축소하는 반면 의료민영화와 관련해서는 전 정부의 기조를 이어받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향후 박근혜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전망하면서 운동진영의 과제를 모색해보자.

    재추진되는 의료민영화 예의주시해야

    우선 박근혜 정부 역시 노무현-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금융·서비스 산업 선진화의 기조 하에서 의료민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그 내용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고부가 서비스 산업 활성화 방안’을 통해 알 수 있다.

    정부는 영리병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민간보험의 환자 유인 알선을 허용하고 건강관리서비스를 법제화하고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려는 계획을 밝혔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되었던 전면적 의료민영화를 다시 추진하려는 경제관료의 의지를 알 수 있다. 최근 기재부의 인수위 업무보고에서도 이러한 입장이 강조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추진과정은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만적이고 우회적인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꼼수’를 부려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영리병원 추진이다. 지난해 관련 시행령 개정 및 시행규칙 제정 과정에서 정부는 영리병원 도입의 명분으로 외국인 유치, 관광산업 활성화를 제시하고, 이를 위해 영리병원을 경제자유구역에만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명분은 근거 없을 뿐만 아니라 전국에 분포한 경제자유구역으로 인해 실질적으로는 영리병원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과 다름이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의 사례는 지난해 8월에 발표한 ‘실손형 의료보험 개선방안’이다. 이것 역시 실손형 의료보험 가입자를 위한 개선책인 것처럼 기만하고 있으나 민간의료보험 회사의 수익과 발전을 위한 계획이 핵심이다.

    이러한 계획은 최근 보험정보원 논란으로 그 전모가 밝혀졌다. 복지국가를 내세우며 당선된 박근혜 정부는 정치적 부담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꼼수’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더욱 크다. 이러한 꼼수를 폭로하고 이에 맞선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민영화 대상은 보건의료부문만이 아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철도, 가스, 공항, 항만, 방송 등 국가 기간망은 국민적 합의나 동의 없이 효율성만을 고려하여 일률적 민영화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는데 이는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허용과 마찬가지로 선택적이고 전략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 역시 정권 초기에 공공기관 개혁을 주요 과제로 추진할 것이다. 사회적 저항이 약한 부분부터 민영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를 위한 연대 투쟁이 필요하다.

    정부와 공급자간 갈등의 악순환을 해소할 대안적 의료공급체계

    지난해 의원, 병원에서 시행된 7가지 질환에 대한 포괄수가제는 정부와 공급자간 갈등을 증폭시켰다. 대한의사협회는 포괄수가제를 결정하게 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의 결정 구조가 공급자에 불리하다면서, 건정심의 개편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실제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관련 법안 개정안을 상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사들의 진료거부 사태와 같은 갈등은 공급자 단체가 정부를 상대로 자신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극단적인 전술을 채택한 측면도 있으나, 그만큼 정부의 정책에 대한 공급자들의 불만이 크다는 점을 반영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게 된 구조적 원인을 살펴보아야 한다. 저성장과 저출산·고령화라는 전망 속에서 정부의 재정 절감 정책은 복지 확대를 제약하고, 복지전달체계 내 민간 공급자와 지속적인 갈등을 만들어 낼 것이다. 2012년에 나타난 일련의 사건들은 민간 중심 의료공급체계와 전 국민 공공의료보험 체계가 결합된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고유한 모순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민간 중심의 의료공급체계를 통제하려고 할 때, 의료공급자들은 건강보험을 더욱 적대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손쉬운 해결책은 의료민영화다. 실제 의사협회는 당연지정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것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추진하는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을 촉진하는 효과를 만든다.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를 규제하는 것은 포괄수가제와 같은 지불제도 개편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지나치게 높은 비중의 민간 의료공급체계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의료기관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상업화, 비용 상승은 결과적으로 민중의 건강을 파괴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보건의료운동은 이 과정에서 의료공급체계에 대한 운동진영의 합의된 대안을 명확하게, 공세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못하면 의료공급자들의 불만은 보수적 저항으로 수렴되고,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정책적 대응은 보건의료체계의 근본적 문제를 더 악화시키기만 할 것이다.

    병원의 상업화, 노동자들의 노동권 악화에 맞서야 

    박근혜 정부 내에서 보건의료체계의 재편 방향은 균형 재정을 전제로 한 복지의 부분적 확대와 의료민영화일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공약에서도 부채 급증 등으로 공공부문 전반의 재정책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바 있다. 경영을 합리화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재정감축의 주요 방안은 이명박 정권의 ‘선진화 정책’과 마찬가지로 인건비 절감, 정원 감축 등 노동에 대한 구조조정이 중심이 될 것이다.

    만약 증세 없는 복지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정문제가 제약이 된다면, 복지 공약의 축소와 공공부문 구조조정이나 민영화를 통한 재정 감축 중 어느 쪽이 대중적 반발의 부담이 적을지를 두고 선택하게 될 수도 있다.

    보건의료 부문의 민영화와 공공적 기능의 약화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민중의 몫이 될 것이다. 지난 10년간 재벌 병원이 주도해 온 병원 간 경쟁과 그로 인한 병원의 이윤추구 강화는 한편으로는 노동자·민중의 건강권을 침해했고, 한편으로는 비정규직 확대, 인력 확충 없는 노동강도 강화를 통해 보건의료부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켜왔다.

    보건의료노조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시간은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노동강도를 견딜 수 없어 절반 이상의 노동자들이 이직을 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장의 변화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조직력을 약화시키고, 이것은 대안에 대한 목소리도 약화시켜서 다시 인력부족과 노동강도 강화를 심화시킨다.

    게다가 정부와 병원 자본은 더욱 노골적으로 조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탄압하기도 했다. 이화의료원, 남원의료원의 노조파괴공작, 창조컨설팅을 끌어들인 충북대병원의 구조조정 시도가 있었다. 칠곡 경북대병원의 사례처럼 병원은 경쟁적인 병원 확장 속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있고, 병원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확대하고 있다.

    민중의 건강불평등과 의료의 질을 떨어트리는 의료민영화와 그것이 현장에서 관철되면서 나타나는 노동권 후퇴가 동전의 양면이라면, 보건의료 노동자의 현장투쟁과 대안적 보건의료 체계에 대한 민중의 요구 역시 결합되어야 한다.

    양질의 시설과 충분한 정규직 인력을 확보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병원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병원을 만들기 위한 공적 재원을 확보하고 민중이 직접 운영에 참여하여 신뢰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공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비급여 의료비를 줄이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기 위한 사회적 지지와 재원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장 투쟁을 강화하고 건강보험과 의료공급체계에 대한 통합적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