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붐은 피크오일의 다른 면
[에정 칼럼] 석유자본주의 아닌 다른 미래 구상해야
    2013년 02월 01일 09: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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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붐을 기대하는, 혹은 우려하는 기사들이 부쩍 눈에 띈다. 기대한다는 것은 셰일 석유자원 개발로 인해 국제 유류 가격이 하락하고 산업 성장과 이에 따른 일자리 증가를 낳으며, 기술의 힘으로 석유 고갈의 악몽을 떨칠 수 있게 되었다는 논리를 의미한다.

반면에 우려한다는 것은 셰일가스 붐이 제 2의 환경파괴를 낳고 재생에너지 사업을 위축시키며, 인류가 반드시 대비해야 할 피크오일(Peak Oil, 석유정점)에 대한 시급하고 진지한 대응을 미루게 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전자는 주로 경제신문 기사와 칼럼들에 등장하지만, 명확한 전망을 내리는 데는 주저하는 것 같다. 피크오일이 많은 ‘불확실성’의 영역을 갖고 있는만큼, 피크오일의 부인 역시 확실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경제신문을 읽는 투자자들은 한 쪽 측면만을 강조하는 정보에 휘둘려서는 안되고 복합적인 시장 상황을 살펴야 한다는 메시지일 터다.

하지만 셰일 자원에 대한 낙관과 관련 업계의 큰소리는 범상치 않다. 얼마 전 시티그룹의 한 연구 부서는 “셰일오일 수압파쇄(fracking) 기술이 피크오일을 죽였다”고 까지 이야기했다. 피크오일은 사라졌거나 적어도 가시적 미래 바깥으로 연기되었다는 것이다.

최근의 IEA(국제에너지기구)의 에너지 전망도 재래식 석유, 즉 기존 유정의 원유 생산량은 정점을 넘어섰지만, 새로 발견되거나 개발되는 유정과 셰일 가스, 중질(heavy) 석유, 바이오연료 등 비재래식 석유의 개발이 늘어나면서 세계 전체의 유류 생산량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낙관적 시나리오의 그림이다.

그림: IEA, World Energy Outlook 2010

그러나 피크오일 이론을 주도해 온 국제적 과학자 네트워크인 피크오일연구협회(ASPO)는 굽힐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협회의 대표자 격인 알레크렛(Kjell Aleklett)은 영국 BBC 라디오와의 대화에서, 오히려 수압파쇄가 현실에서 곧 “fracture(파쇄)”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수압파쇄 기법이 석유 낙관주의의 거품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더 문제라는 것이다

어떤 입장이 진실에 가까울까?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개발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실제로 일자리가 창출되고 자동차 연료를 비롯한 유류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당장 분명한 현실이다. 이에 따라 투자가 일어나고, 러시아와 중국도 셰일 자원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이 셰일 자원을 통해 중동 국가들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주력군인 유럽에 맞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다른 한편, 수압파쇄가 지반 침하와 수자원 낭비 같은 환경파괴를 일으키고, 그 자체가 큰 에너지를 소모하며, 상업성이 부족한 가스를 그냥 태워 없앰으로써 온실가스 배출을 더욱 증가시킬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다른 비재래식 석유 자원 이용도 더욱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환경 파괴와 식량자원 소비를 초래한다.

다만 이러한 수단들로 석유 대체가 일정하게 가능하다는 것은 당장의 일이며 환경 영향 등은 당장 장부에 계산되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현실과 현실들, 현실과 규범들이 충돌하고 있기는 하지만, 낙관론자들의 말대로 석유 자체의 고갈 시점은 더욱 미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석유 위기는 사라지는 것일까? 여기서 피크오일이 의미하는 바, 그 맥락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피크오일은 정확히 몇년에 석유 생산량이 정점에 이르고 고갈로 접어든다는 것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정점의 시점이 지난 이후 뒤돌아보고야 알 수 있다는 점 뿐만 아니라 석유를 통해 지속하고 성장해 온 교통수단, 산업설비, 생산자원의 수요 증가가 재래식 석유의 생산량이 줄어들게 될 때 맞게 될 공급 감소 또는 확대 곤란에서 오는 충격이 엄청나다는 점이 중요하다.

셰일 자원 등 비재래식 석유가 원유 수요를 빠른 시일 내에 그리고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사실 진흙에 섞여있는 석유 자원이나 역청의 상태로 있는 중질 석유는 이제야 발견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오래 전부터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채굴 비용이나 이용 형태, 부수적 오염물질의 문제 등으로 사업성이 부족했기 때문에 내버려두었던 것이다. 지금 역시 셰일오일과 셰일가스의 총량이 인류가 1백년을 넘게 쓸 분량이 남았다고는 하지만, 환경 영향을 차치하고라도, 당장 쉽게 쓸 수 있는 양이 많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셰일 자원이 개발할 가치가 생긴 것은 다름 아닌 재래식 석유의 정점 때문이다. 재래식 석유의 개발 곤란으로 비재래식 석유의 붐이 일지만, 그 결과 낮아진 유류 가격은 셰일 자원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게 만든다. 셰일 자원이 당장 충분히 개발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나더라도 이미 투기나 사기가 연루된다. 금융자본에게 투자와 투기 사이의 경계는 애초 의미가 없는 것이다.

경기가 둔화되고 성장이 위축되면 유가도 하락한다. 이에 따라 석유 대체 산업은 물론 재생에너지 산업도 확장과 정체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사업성에 대한 예상이 더욱 어려워질수록 투자는 투기의 양상을 갖게 된다. 요컨대 에너지 가격, 경제 상황과 투자, 자원의 물리적 개발은 더욱 상호 영향과 되먹임(feedback)의 관계로 전개될 것이다. 그렇다면 셰일가스 논쟁도 이미 피크오일의 한 양상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1970년대의 오일쇼크 이후 40여년이 지났고,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 발표 이후에도 그 만한 시간이 흘렀다. 석유가 없으면 안되는 일들이 더욱 많아졌고, 세계 경제의 통합과 금융화도 더욱 증진되었다. 자원 민족주의를 구가했던 중동국가와 키 플레이어들도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히 새로운 지정학적 충돌과 계급투쟁이 이와 연루하여 벌어지게 될 것이다.

피크오일이 오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저강도 피크오일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피크오일이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가올 것인지를 더욱 종합적으로 가늠해보아야 하겠지만, 석유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미래를 구상하고 능동적 개입 지점을 찾는 일이 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 셰일가스(Shale gas)는 진흙이 수평으로 퇴적하여 굳어진 암석층(혈암, shale)에 함유된 천연 가스이다. 넓은 지역에 걸쳐 연속적인 형태로 분포되어 있고 추출이 어렵다는 기술적 문제를 안고 있었으나, 1998년 그리스계 미국인 채굴업자 조지 미첼이 프래킹(fracking, 수압파쇄) 공법을 통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는 모래와 화학 첨가물을 섞은 물을 시추관을 통해 지하 2~4km 밑의 바위에 5백~1천기압으로 분사, 바위 속에 갇혀 있던 천연가스가 바위 틈새로 모이면 장비를 이용해 이를 뽑아내는 방식이다.

확인된 매장량은 187조 5000억 ㎥로 이는 전 세계가 60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이며, 열량으로 환산하면 1687억 TOE(Tonnage of Oil Equivalent, 연료간 비교를 위해 석유 기준으로 환산한 단위)로 석유매장량(1888억 TOE)과 비슷하다. 채굴 중 새어나가는 셰일가스에 의해 지구온난화가 악화될 수 있다는 경계론도 있다.(출처는 위키피디아)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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