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힌두교의 성지 바그마띠강
        2013년 01월 28일 11: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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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와 네팔은 힌두교의 나라이다. 물론 수억만 개의 신이 존재하지만 다수의 종교는 힌두교이다. 인도와 네팔 친구들이 나에게 묻는다. 너의 종교는 무엇이냐고. 내가 종교가 없다고 하면 갸우뚱 거린다. 하물며 길에 있는 돌멩이도 신이라고 한다. 힌두교가 사회문화적으로 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카스트제도부터 신에 대한 의식과 축제까지.

    인도 바라나시 지역의 갠지스강 앞 가트에 앉아있으면 하루 종일 하얀 천을 덮은 시체가 옮겨지고 시체 태우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한 2시간 정도 그 앞에 앉아 하나의 시체가 태워지는 걸 보며 시체의 잔해가 흘러들어가는 갠지스강에서 목욕을 하고 빨래를 하는 인도인을 보게 된다.

    힌두교인들은 신성시하는 강으로 죽어 돌아가길 원한다. 그렇게 해야 제대로 다음 생애에 다시 환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네팔인들은 조그마한 강만 있어도 시체를 태운다.

    인도 갠지스강의 발원지로 인도인들이 성지로 여기는 강이 바로 네팔 바그마티강(Bagmati River)이다. 네팔 트리부반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관광지이기도 하다.

    부처님이 태어나신 룸비니로 불교성지순례를 많이 오는 네팔이지만 인구의 총 80% 이상을 차지하는 힌두교 인들은 바그마티강에서 몸을 씻는 것이 소원이며 재가 뿌려지길 원한다.

    인도인들은 성지를 찾아 바그마티강으로 부러 오기도 하고 그런 인도인들을 위한 숙소가 따로 마련되기도 한단다. 돈이 있는 부자들이나 상류층 계급은 바그마띠강에 비싼 돈을 내고 시체를 태우지만 그렇지 않은 서민들은 동네 강을 이용한다. 건기와 우기로 나뉘는 네팔의 기후에 한창 건기인 지금은 물도 말라 쓰레기와 시체잔해가 뒤섞이고 악취도 심해진다.

    카트만두 계곡 북쪽 언덕에서 발원한 이 강은 파슈파티나트 힌두사원을 비롯해 카트만두를 포함해 말라왕조의 주요 3개왕국이었던 파탄, 박타푸르 등 주요 도시들을 가로지르며 네팔인의 종교, 역사, 삶을 품고 흘러온 강이다.

    하지만 최근 인구 급증과 산업화, 환경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몸을 씻기는커녕 손조차 넣기 힘들 만큼 썩어버린 강이 되었다. 그 썩어버린 강에서 아이들은 위험 천만하게 페트병을 주으며 살아가기도 한다. 최근 환경 관련 비정부기구들과 정부는 강을 살리기 위한 노력들을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쌓여온 쓰레기와 취약한 기반시설로 인해 쉽진 않다.

    오늘도 쓰레기 강이자 가장 신성한 강인 바그마띠강의 파슈파티나트 사원 앞에선 시체를 태운다. 가트 앞에 앉아 계신 할아버지와 손녀의 뒷모습이 교차된다.

    필자소개
    구로에서 지역복지활동으로 시작하여 사회적기업 착한여행을 공동창업하였다. 이주민과 아동노동 이슈에 관심이 많고 인권감수성을 키우려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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