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마켓, '1타3피'의 새로운 연대 방식
        2013년 01월 09일 11: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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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월 7일, ‘진보마켓(www.jinbomarket.com)’이 열렸다. 이 진보마켓 홈페이지에서 물건을 주문할 때 장기투쟁사업장 한 곳을 후원처로 지정하면 내가 구매한 금액의 일부분이 그곳으로 기부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진보마켓이다.

    물건 하나 구매하면 ‘일타쓰리피’

    아직 오픈한지 3일밖에 되지 않아 상품 구성이 다양하지 않지만 현재 판매되고 있는 14개의 상품은 모두 생산자와 직접 거래하는 방식이다. 주문을 하면 생산자가 직접 배송하고 판매 수익은 기부금을 적립된다. 대부분의 상품이 친환경, 무(저)농약 상품이다보니 소비자도, 생산자도, 그리고 장기투쟁 사업장에게도 일타쓰리피이다.

    진보마켓은 누적된 기부금을 △해고노동자들의 자녀 장학금 △코오롱 정리해고철회투쟁위원회 △재능노조 △쌍용차 지부 △현대차비정규직지회△콜트콜텍노조 등 6개 사업장에 전달한다. 전달하는 방식은 운영위원회를 통해 자녀 장학금이나 투쟁 조합원의 가계 생계비로 지급할지를 결정해 전달하며, 노조와 협의해 지급 우선대상 선정 등에 신중을 기한다.

    판매 수익의 기부금 수익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진보마켓은 사무실을 두지 않았다. 원래의 직업을 갖고 있는 대표를 포함한 3명의 직원이 각자의 공간에서 업무를 본다. 수익금에 비례해서 임금을 가져가기로 해 인건비를 최대한 낮추어 기부할 수 있는 금액을 늘리는 방식을 가지기로 했다.

    공익적 취지 살려 기부금 전달은 운영위원회에서 결정

    이같은 마켓을 연 장본인은 진보신당의 강경 독자파인 김은주 전 대표 권한대행이다. 그는 진보마켓을 열게된 이유에 대해 “그간 집회를 참석하거나 희망버스를 타는 방식의 연대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해고 당사자나 투쟁 당사자들과 그의 가족들은 경제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어 그런 부분까지 지원하고 연대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구상을 하고 있던 찰나에 김은주 대표가 20년 넘게 근무했던 한국외대에서 대학노조 외대 지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된 것이 직접적인 동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생산자 직접 유통 일을 하고 있는 지인이 김 대표의 구상을 듣고 적극 돕기로 해 지금의 모양을 갖추게 됐다.

    진보마켓의 장점은 소비자, 생산자, 투쟁사업장 모두가 윈윈 한다는 점도 있지만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운영 방식이다.

    진보마켓에서 후원처를 소비자가 직접 지정하게 한 형태를 만든 것 또한 그것이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사실 투쟁사업장은 여러 경로로 기부금을 받는다. 하지만 그것은 공적인 투쟁기금으로만 있지 실제 생활 곤란에 처해있는 조합원과 그의 가족들에게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기부의 목적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기부금을 곧바로 노조에 기부하는 것이 아닌 운영위원회를 통해 기부하는 것 또한 “형식적으로 진보마켓은 제가 대표로 있는 개인사업체이지만, 공적인 취지로 설립한 것이다. 소비자들도 공익적인 취지로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금도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며 “투명성과 공정성, 운동성을 장기적으로 담보하기 위해 직원이 아닌 외부의 훌륭한 분들로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상품이 다양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김 대표는 “대기업이나 유통제품은 취급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상품이 워낙 제한적이어서 오픈마켓 기능을 살릴 것이다. 콜트콜텍 동지들이 비누를 판매하고 있는데 판매가 용이하지 않아 우리 마켓에 올리기로 했다. 민중 가수들의 음반 판매처가 없어 진보마켓에서 취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진보진영의 수요가 있지만 공급처가 없는 다양한 상품들을 진보마켓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출판사가 없는 소책자 같은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후원처는 매출이 늘어나면 더욱 다양화 시킬 계획이다. 투쟁사업장 뿐만 아니라 사회, 운동단체에 지원할 것이며 후원처 지정 요청이 올 때 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해 정할 방침이다.

    기존의 ‘장투지원단 뚝닥이(장투, www.jangtoo.com)’의 모델과 유사하다는 지적에 대해 김 대표는 “장투가 집회용품이나 노조와 관련한 일만 하는 줄 알았는데 우리 상품과 겹치는 것이 3가지가 있더라. 하지만 서로가 경쟁하는 체제이기 보다는 서로에게 시너지를 주는 쪽으로 잘 소통하기로 했다”며 장투를 통해 기부하던 이들이 어디서 구매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질 필요도 없다.

    쌀이 떨어졌을 때, 사과가 먹고 싶을 때 즐겨찾기에 등록한 진보마켓에서 구입해보자. 그리고 꽤 고민이 들겠지만 후원하고 싶은 후원처를 지정해보자. 진정한 일타쓰리피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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