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쓰리백 그리고 진보신당
[축덕후의 정치지관]메시의 FIFA 발롱도르 4연패를 생각하며
By 시망
    2013년 01월 08일 02: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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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이 밝았다. 오늘 새벽에는 메시가 역사에 남을 기록인 FIFA발롱도르 4연패를 해버렸다.

메시의 꼬꼬마 시절(지금도 크지는 않다만..) 성장호르몬 장애를 딛고 지금에 이르렀다는 스토리까지 더해지면서 인간승리의 전형이 되고 있는 듯 싶다. 이미 당대 최고를 넘어 역대급이 된 모양새이다.

메시, 170cm도 안 되는 루져지만 인간 승리란 무엇인지 보여준다(출처 : 바르셀로나 페이스북)

그래서 메시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느냐 하면 그건 아니고 메시가 상을 받은 특별한 날이라는 것을 일단 독자들과 나눠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어서 서두에 질러놓고 간다.

본론 들어가자. 2년마다 열리는 유로 대회와 월드컵이 중요한 이유는 그 대회의 권위도 있지만, 축덕후들에게는 향후 몇 년을 좌지우지하는 새로운 전술이 선보인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음.. 아니 최소한 나에게는 그렇다.

어쨌든 지난 유로 2012에서 새로운 축구의 사조 두 가지가 나타났다. 하나는 유로대회 당시 언론을 뜨겁게 달궜던, 현재 현대 축구의 미래라고 불릴만한 False9(제로톱이라 불리기도 하는..)을 들고 나온 스페인의 전술이었다.

파브레가스. False9 전술의 핵심은 파브레가스였다. 그러나 과연 핵심노릇을 했는지 의문이 가는.. (출처 : 세스크 파브레가스 페이스북)

전문 스트라이커가 없이 미드필더를 두텁게 만들면서 볼의 점유율을 높이면서 골을 노리는 전술인데, 스페인 특유의 티키-타카 축구의 최극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스페인의 이런 선택은 전문 스트라이커인 토레스의 컨디션 난조, 비야의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선택했다는 느낌도 있지만, 어쨌든 현대 축구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평을 받았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페인의 False9에 맞서서 이탈리아가 꺼낸 회심의 카드였던 쓰리백이었다. 물론 한 때 현대 축구 전술을 좌지우지했던 이탈리아가 마치 과거로 회귀한 듯한(스페인이 “축구의 미래란 이렇다”라고 말하는 듯하는 것을 본다면 더욱..) 모습을 보였던 것은 사실 충격이었다.

잠시 10년 전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로 돌아가 보면 한국의 전술이 바로 쓰리백이었다. 지금도 한국에서는 명장으로 기억하고 있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쓰리백을 썼던, 아니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한국에 포백을 소화할 수비수가 없었다.

쓰리백 전술은 10년 전에도 시대에 떨어진 전술로 울며겨자먹기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런 전술이었던 것이다.(그런 점에서 히딩크의 대단한 점이, 동시에 당시 한국 축구의 후진성이 도드라져 보이는 건 당연하다.)

이런 선입견이 있는데 이탈리아가 쓰리백을 들고 나왔으니 입에서 터진 한숨은 당연했다. 그러나 한숨을 쉬며 축구를 보던 사람들은 눈을 비빌 수밖에 없었다. 이탈리아의 쓰리백 전술은 충분히 현대 축구에 맞춰 개량된 것이었고, 가장 선진적인 축구를 선보이던 스페인에 특화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탈리아. 수비조직력에 있어서만큼은 세계 최고 레벨인 이탈리아(출처 : 이탈리아 국가대표 페이스북)

 이탈리아는 결승에 오르기 충분한 실력을 가졌고, 결승에 오를만한 자격이 있었다. 물론 결승에서 다시 만난 스페인에게 대패를 당했지만, 그 원인은 불운한 선수의 부상 때문이었지, 전술의 완성도와는 별개였다고 난 생각한다.

그런 모습에서 이탈리아 축구의 저력을 봤다고 한다면,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난 그렇다. 비록 내가 이탈리아 축구를 더럽게 싫어하고 심지어 망하기를 바라지만, 그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가장 잘하는 부분을 짚어내 현재 만들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전술을 만들었다고 감히 생각한다.

가장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부분이었기에 그들의 완성도는 오히려 False9 전술보다 우위에 있었다. 그런 면에서 결승은 역대에 기억이 남을만한 명승부가 될 수도 있었으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던 것은 아쉬울 뿐. 물론 역사에 가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만.

새해 벽두에 메시가 상을 받은 소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진보신당도 당대표단 및 전국위원, 당대의원 등의 새로 뽑는 선거가 진행 중이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선거이겠지만, 과정을 보면서 드는 솔직한 생각은 누군가를 뽑아야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누구는 절대로 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만 들어서 우울하기까지 한 그런 요즘이다.

내 우울과는 별개로 요즘 좌파라는 말이 유행이다. 진보는 오염됐기 때문에 버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들이 보여주는 몇 가지 경향성은 NL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며 조직운동을 적대시한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민주노총은 운동을 망친 주범이며, 그들과의 연대는 87년 체제의 유지일 뿐 미래지향적이지 않다고 보는 듯하다. 그들은 조직된 노동보다 비정규직 노동을 조직화하는 것을 더 강조하고 미래가 있다고 믿는 듯싶다.

그러나 이탈리아가 이미 철 지난 전술이라고 불리던 쓰리백을 가지고도 토너먼트의 제왕이라고 불리던 독일을 이겼다. 그리고 미래 전술의 방향을 보여준다고 극찬을 받았던 스페인을 가장 힘들게 만들었다.

그들이라고 스페인과 같은 축구에 대한 유혹이 없었을까? 그런 유혹을 참아내며 그들은 자신들이 가장 잘 하는 부분을 더 강조했고, 특화시키는데 중점을 뒀다. 그런 과정에서 나온 쓰리백은 스페인의 축구만큼 빛나지도 아름답지도 않았지만,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진보신당이 선거를 하고 있는 지금. 그리고 진보 재구성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무엇에 강점이 있으며, 무엇을 잘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토끼 신경 쓰다가 집토끼를 놓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싶다만, 잡힌 고기에게는 떡밥을 주지 않는다는 신조의 차도남이 너무 많아 보이는 것은 내가 멍청한 탓이리라.

필자소개
시망
지역 공동체 라디오에서 기생하고 있으며, 축구와 야동을 좋아하는 20대라고 우기고 있는 30대 수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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