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관련자 징계, 왜 진척 안되나?"
[분석과 시각] 통합진보당 사태의 4가지 논점
    2012년 05월 29일 05: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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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의 5월은 파란만장했다. 2일 진상조사위가 비례대표 경선을 부정부실선거로 규정, 12일 중앙위원회가 구 당권파 당원 및 참관인들의 폭력사태로 중단, 14일 중앙위원회 전자투표를 통해 비례후보 총사퇴 권고 결정, 25일 혁신비대위가 사퇴거부자를 출당 처분을 위해 당기위에 전원 제소하는 굵직한 사건 외에도 수많은 갈등과 대립들이 지속된 5월이었다. 그리고 이제 5월 30일 19대 국회 개원과 함께 통합진보당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진행된 과정과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대해서 재확인하고 짚고 넘어가야 할 몇가지를 간추려 본다.

10명의 사퇴는 이석기 김재연을 사퇴시키기 위한 물귀신 작전인가?

첫째 왜 순위 1번인 윤금순 당선자와 나머지 9명의 비례후보들은 사퇴했는가? 라는 점이다. 이것은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들의 사퇴 거부 이유를 거꾸로 추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는 중앙위의 사퇴권고안이 소위 ‘경기동부’로 불리는 특정세력을 마녀사냥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비례대표 선거는 부실하고 문제가 많은 선거였지만 부정선거는 아니라고 규정한다.

그러면 왜 1번 윤금순 당선자와 나머지 9명은 사퇴했나? 라는 질문은 던질 수밖에 없다.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의 사퇴를 강요하기 위한 ‘동귀어진’ 사퇴라는 것인가? 아마도 구 당권파의 시각은 그런 것 같다.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의 사퇴를 강요하기 위해 윤금순 당선자는 1번 당선자의 지위를 버리고, 나머지 후보들은 후보의 지위를 버리면서 이석기 김재연과 함께 죽겠다는 불굴의 의지(?)로 사퇴를 하였다는 논리가 된다. 이건 좀 억지가 아닐까?

물론 이석기 김재연 두 당선자가 사퇴를 강요받는 상황이 좀 억울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후보자 본인과 사무장, 선거회계책임자가 선거법으로 유죄로 확정되지 않는 한, 후보자 본인에게 법률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 즉 비례대표 부정선거의 귀책 사유가 이석기 김재연 개인들에게 없는 이상 법률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물론 이것은 10명의 사퇴한 후보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면 이석기 김재연이 억울하다면, 나머지 당선자들과 후보들은 억울한 점이 없을까? 그런데 왜 그들은 사퇴하고 2명은 사퇴하지 않는가? 그 이유를 2명을 사퇴시키기 위한 물귀신 작전이라고 하면 너무 천박하지 않을까?

오히려 이유는 철저한 정파적 음모적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구 당권파의 시각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윤금순 당선자를 포함한 10명의 후보들도 개개인으로서는 억울하고 부당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지만, 이미 국민적으로 부정선거의 의혹에 휩싸인 통합진보당이 반성 성찰하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개개인도 살 수 없을 뿐 아니라 당 자체로 국민과 민중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앞선 것이다. 그러기에 쇄신과 자기반성의 표시가 비례 당선자와 후보들의 사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석기 김재연은 그런 국민적 의혹과 불신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왜냐면 국민적 의혹은 조준호의 출세욕과 유시민 심상정의 당권 장악 욕심이 원인이고, 조중동과 공안세력의 통합진보당 고립 음모가 만들어낸 허상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그 과녁이 자신들을 노리고 있고, 나머지 세력은 그 음모에 가담하고 있는 배신자들이라는 논리이다. 자신들만이 선택받은 집단이고 부당한 탄압과 음모에 맞서는 정의의 세력이라는 비뚤어진 선민의식의 발로이다.

“진상 조사 다시 하고 그 이후에 조치 결정하자”, 많이 들었던 레파토리이다

둘째 ‘부실한 진상조사 보고서를 폐기하고 제대로 된 철저한 진상조사를 한 이후 징계를 하더라도 그 때 하자’는 주장을 살펴보자. 이미 청년비례 선거 과정에서 소스코드 열람과 관련하여 청년비례 후보 당사자들의 문제제기와 언론으로부터의 의혹 제기가 있었다. 이 문제와 함께 비례대표 선거 과정에서도 논란과 의혹 제기가 있었지만 구 당권파는 문제제기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논란이 거듭되자 선거 이후 진상조사를 진행한 이후 당의 입장을 결정하자고 하면서 미루었다.

그래서 총선 이후 구 당권파의 대표였던 당시 이정희 대표가 조준호 위원장에게 진상조사위 구성 등 관련 권한을 전적으로 위임하겠다는 것에 동의한 것이다. 그런데 진상조사 결과가 자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나오니까 조사 결과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또 진상조사 구성의 원인이 청년비례나 다른 후보들의 문제가 아니라 ‘1번 윤금순-9번 오옥만 후보의 여성 1, 2위간의 갈등’ 문제라고 한정시키면서 논점을 변경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도 중앙선관위원장이라는 사람이 진상조사의 성격을 그렇게 왜곡 규정하는 것을 적반하장이 아닐까? 28일 김승교 중앙선관위원장이 보도자료를 통해 오옥만-윤금순 비례 경선 의혹이 진상조사의 핵심이라고 주장하였는데, 누구말대로 ‘총체적 부실선거, 일부 부정선거’였든 진상조사위의 규정하듯 ‘총체적 부정부실선거’였든 그 선거의 실무 총책임자가 할 소리가 아닌 것이다.

김승교 위원장과 현재의 구 당권파 인사들은 2008년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분당 시에도 소위 일심회 관련자와 관련하여 유사한 발언을 했다. “국가보안법으로 감옥에 있는 동지들보다 검찰이나 법원을 말을 신뢰해서는 안된다. 그 동지들이 출소한 이후 당이 조직적으로 진상을 조사하여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하다면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면 된다.

지금 일심회 관련자들에게 당이 징계 결정을 하는 것을 동지에 대한 배신이다” 그러나 출소한 이후 그들에 대한 조사도 전혀 없었고 징계는 커녕 당의 어떠한 조치도 취해진 적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청년비례도 그렇게 덮고 넘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하였고, 전체 비례 선거와 관련해서도 미루고, 또 미루면 될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인 것이다.

(* 소위 일심회 사건은 2008년 민주노동당 비대위에서 일심회사건에 관련된 당직자가 당원과 당 지도부의 정보와 성향 등을 사적으로 작성하여 일심회 관련자에게 보고하였고 이것이 소위 일심회 사건이 터지면서 드러난 사건이다. 이러한 해당행위가 당 내부에서 쟁점이 되고 징계 찬성과 반대를 둘러싸고 분당까지 가게 된 사건이다. 당시 사건이 있었을 때 누가 비유하기를 ‘부도덕한 행위를 한 독립운동가를 독립운동가이기 때문에 더 엄격하게 처벌할 것인지, 독립운동가이기 때문에 사소한 것으로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것인지’의 논점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폭력사태 관련자 징계는 왜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가?

셋째 5월 12일 중앙위의 폭력사태에 관여하고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징계 조치는 왜 이렇게 굼뜨고 있을까? 이석기 김재연 두 당선자에 대해서는 사퇴 권고, 당기위 제소 등의 조치가 비교적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국민들과 지지자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었던 중앙위 폭력사건과 의장단 폭행과 관련해서는 조사와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배경이 궁금하다. 비례대표의 총사퇴는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당이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고 자기반성과 혁신을 하겠다는 몸부림이다. 그러나 구 당권파와 혁신비대위의 정치적 갈등과 논쟁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오히려 국민들에게 혁신의 모습이 아니라 낡은 정파 갈등 양상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두 사람의 거취 문제가 중요하고 핵심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에만 매몰되는 것은 또다른 중요한 지점을 놓치게 된다. 중앙위에서의 폭력사태와 회의 방해, 전국운영위에 회의 성원들이 참여하는 것 조차도 물리적으로 막았던 모습 등은 누구라도 정치적으로 변명하거나 옹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광경을 보았던 모든 사람들에게 파행적이고 충격적인 행위로 보였던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이런 행위들에 대한 신속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통합진보당의 혁신과 성찰을 보여주는 중요한 징표가 된다. 조직의 갈등에는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도 있고, 또 갈등의 정치적 성격이 부각되면서 해법에 시간이 제법 걸리는 문제도 있다.

반면 명백하고 뚜렷한 문제들은 명백하고 뚜렷하게 조치를 취하고 가야 하는 문제도 있다. 폭력사건에 대한 조사와 조치 문제는 비교적 명백하고 뚜렷한 문제인데 비대위는 두차례의 조사 회의를 했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와 조치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혁신은 한두개의 조치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혁신비대위가 당의 위기상황에서 혁신을 추진하는 비상한 기구인지, 당의 일시적 혼란기를 수습하는 관리용 기구인지 그 성격에 대한 의문이 갈수록 깊어진다.

당직선거는 순로롭게 진행될 수 있는가?

넷째 6월 당직선거로의 전환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인지, 지난 한달의 파국적 갈등이 봉합되고 다시 과거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혁신비대위는 6월 2일 중앙위원회를 소집하여 6월 당직선거와 관련한 일정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구 당권파 측도 “현재의 비대위 체제도 당원들의 선출과정을 거치지 않은 임의기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지도부 선출 일정을 빨리 확정 공고하고 당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당원비대위 유인물을 통해 밝혔다.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에 대한 당기위 심의 과정은 적어도 6월 한달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혁신비대위의 계획대로 6월말 당대표 등 동시 당직선거가 진행된다면 한쪽에서는 당기위의 징계과정이 진행되고, 한쪽에서는 당직선거가 진행되는 꼴이 된다. 한편에서는 제명 등의 극한적 조치를 추진되고, 한편에서는 극한적 갈등을 벌이는 세력들이 선거라는 평화적 경쟁에 들어가는 것이다.

정치적 경쟁이 제대로 평화롭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도 지난 5월 12일 중앙위 폭력사태도 의심스러운 상태이며, 당원 명부 등 선거를 하기 위한 기초 자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태이기 때문에 이 신뢰도를 구 당권파나 신 당권파 모두를 만족시킬 수준으로 복구할 수 있을지도 걱정인 것이다. 그 과정과 결과가 순조로울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결과를 승복하고, 과거처럼 서로 다르지만 한 조직 안의 세력으로 공존하면서 경쟁하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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