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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지식인』 (이성재/ 책세상)
        2012년 11월 10일 11: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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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인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비판정신, 행동하는 양심 등 다양한 개념들이 있겠지만, ‘내가그린기린그림’에서 그림을 주고받으면서 느꼈던 것은 바로 처음 떠오른 단어가 ‘네이버’였다는 것이다.

    단순히 더 쉬운 개념이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민주화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이에 지식인이라는 개념은 점차 옅어지고, 그 단어의 의미로 인터넷에서 많이 쓰이기 시작한 네이버에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프로그램인 지식in이 차지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 결과 예전에 지식인이라는 단어는 이제 많이 쓰지 않게 되었고 의미들도 이젠 점차 사라져가는 것 같다.

    지식in에서 기대되는 모습과 기존 지식인이라는 단어는 큰 차이를 보인다. 지식in에서 기대되는 무언가는 비록 모든 문제에 대한 답변자가 한 사람일 필요는 없으나, 답변자는 관련된 정보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어야하며 질문자가 궁금한 정보를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지식in에서 요구되는 모습인 단순하게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것과 이전에 지식인이라는 단어가 담고 있던 뜻은 같지 않다. 단순히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을 지식인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지식인의 의미가 무슨 뜻이었는지 생각해보기 위해서는 그 사람들이 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오던 사람들이었는지 봐야할 것이다.

    광복이후 한국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정말 다양한 사건들이 있었고 그 때마다 세상은 몇 번씩 뒤집어지고 굴곡을 겪으며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그 중 옳은 방향으로 바뀌는 변화도 있었지만 사회가 뒤집어져 과거로 후퇴하는 변화들도 있었다. 이 사회에서 집권층에 의한 후퇴를 막고 좀 더 나은 사회로 바꾸려던 변화의 주역들은 온 곳에 있었다. 대학 교수들도 있었을 테고, 언론인, 학생, 종교인, 교사, 여러 분야의 활동가들, 노동자, 농민, 문학가를 비롯한 예술가, 정치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왔다.

    이처럼 세상의 부조리를 줄어들게끔 바꾸는데 있어서 다양한 사람들이 필요하다. 좀더 구체화 해보면, 우선 사람들이 잘 알기 힘든 부조리를 표상하는 여러 정보들을 캐서 알리는 사람이 필요할 것이고, 그 정보를 토대로 조합해서 논리를 만들고 세상이 잘못되었다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또 그 이야기들을 토대로 자신의 삶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고민하고 그것이 과연 옳은지, 또 맞다면 그것을 옆의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나가고 함께 세상의 부조리를 함께 없애나가자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에 대해서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자 세상을 이루고 있어 세상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그 존재로서 세상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정리해보면 이 각각의 역할에 대해 언론인, 지식인, 활동가 혹은 운동가, 민중 혹은 시민들 이렇게 대응시킬 수 있다.

    이런 고민에서 한국 사회에 여태껏 있었던 소위 “아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정말 다양한 사람들 중에서 지식인의 역할을 해왔다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보다는 아닌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광복 이전의 일제 강점기부터 보면 더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그 중에는 지식인들이 있어 다양한 이야기들을 했고 사람들을 움직인 사람도 많았지만, 소위 더 많이 아는 사람들이 오히려 세상을 망치는데 더 일조한 사람들도 있었다. 잘못된 판단을 한 사람도 있었고, 권력욕 등에 자신의 신념이 꺾이고 거짓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단순히 얼마나 많은 정보들을 알고 있느냐 혹은 얼마나 ‘고급’정보들을 알고 있느냐로 지식인인지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누가 진짜 지식인인지 규정하는 기준은 단순히 어떤 정보를 아느냐가 아닌 다른 데 있다. 사회는 모든 대학교수들을 지식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혹은 단순히 양심적인 학자에게도 지식인이라는 호칭을 쉽게 붙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룸펜 역시 지식인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또 많은 사람들이 따른다고 그를 지식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많은 정보들을 토대로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있어야하며, 자신이 본 사실들을 토대로 끊임없이 고민하며 논리를 만들고, 또 그 논리들을 세상에 이야기하면서, 사회가 잘못된 것이 있다면 세상에 자신 있게 바꿔야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새 사회 분위기가 묘하다. 거짓 정보들이 기득권에 좌지우지되는 언론에 휩쓸려 퍼져나가기도 한다.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었지만 잘못된 판단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선택을 해가기도 한다. 언젠가부터 서점에 보면 성공하는 법을 이야기하는 책, 자기 계발서가 다른 책들에 비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쉽게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다. 자본주의가 공고히 되어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식인이 되기 쉬웠던 많은 지식노동자 계층 역시도 자본에 영속되었다. 대학교에 사회가 투영하는 시선을 통해 잘 드러날 것이고, 특정 자본을 위해 연구 결과를 다르게 내는 연구자들이 있다는 현실도 놀라운 일이다.

    정보가 퍼져나가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고 그 중에서 어떤 정보가 괜찮은 정보인지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더 많이 필요해지고 있다. 많은 자기 계발서들에서 보이는 거짓 위로나 성공하는 방법을 다룬 책에서 보여주는 더 나은 삶에 대한 거짓된 인도가 아닌 진실을 바탕으로 한 진짜 위로를 할 수 있고 사회 모순을 직시하고 진짜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게끔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이 사회에는 필요하다.

    수많은 정보들이 범람하는 시대기 때문에 어떤 정보들이 진짜 정보들인지 분간할 수 있고 그를 통해 지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더더욱 필요하다.

    급격한 사회 모습의 변화는 지식인의 위치를 위태롭게 했다. 대학의 변화나 연구에 대한 생각의 변화,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가 범람하는 사회상 등 다양한 변화가 있었고 그로 인해 예전의 지식인의 모습이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고, 정보가 생산되고 전달되는 방식이 바뀌면서 단순히 사회적 권위가 높지 않은 사람도 넓게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2008년 광우병 사태 이후로 다시 집회문화가 대두되었고 더 나은 삶을 위한 사람들의 사회 참여 의지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사회가 바뀌어가는 방식은 지식인들에게 위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모습이 되는 기회가 되기도 할 것이다. 앞으로는 나올 지식인들은 더더욱 다양한 직업에서 나올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지식들을 전달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지식인이라고 일컫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누가 진짜 지식인인지는 고민해 봐야할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식인이란 개념이 어떤 것인지를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필자소개
    학생. 연세대 노수석생활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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