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증권노조 파괴공작 녹취록 공개
    현대그룹과 관련 없는 '대표님'이 사실상 실권 휘둘러
        2012년 11월 07일 03: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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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정의당과 현대증권노조가 현대그룹의 ‘노조 파괴를 위한 비밀 작전회의’가 열렸다며 관련한 녹취파일을 공개해 파장이 예고된다.

    7일 오전 국회에서 진보정의당과 현대증권노조와의 간담회를 통해 해당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파일은 지난 9월 26일 서울 강남 아셈타워의 한 회의실에서 현대그룹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모여 현대증권노조 파괴를 위한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이들은 현대그룹 전략기획1본부장 이백훈 전무, 현대그룹 전략기획 2본부장 이남용 전무, 현대그룹 CFO 김현겸 상무, 현대증권 윤경은 부사장(현 현대증권 사장), 현대저축은행 이계천 사장, 현대자산운용 강승태 사장, 현대그룹 국제금융실장 장 Paul 혁 변호사이다.

    현대그룹 로고와 건물

    녹취파일 내용에 따르면 해당 회의에서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민경윤(전국민주금융노조 위원장)을 때려잡는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까지 살리면 안된다. 불씨가 살아난다”, “내일부터 전쟁을 하자”는 말들이 난무했다.

    구체적으로 민경윤 민주금융노조 위원장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과 노조 간부들에 대한 회유와 협박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현대증권 윤경은 부사장은 “집에다가 압류를 100억 200억 걸어봐요. 예를 들어 얘가 할 수 있는게 뭐겠어?”, “파업하라고 그래요. 또 하나 얘가 할 수 있는 건 1층에서 농성, 농성은 무조건 업무방해죄로 고발해 버려요”라는 등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표했다.

    ‘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 누구?

    녹취된 회의 내용을 보면 현대그룹 계열사 대표이사단에게 구체적 지시를 하는 자가 있지만,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다만 계열사 대표이사 등이 해당 인물을 ‘대표님’으로 호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이 인물을 ‘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라고 호칭하며 현정은 그룹 회장까지 조정하며 계열사 사장들을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러 각도로 취재한 결과 ‘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는 현정은 회장과 상당히 친분이 있는 자로 현대그룹의 투자 자문을 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조측은 당장 해고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어 이 같은 사실을 정면으로 제기할 수 없는 실정이다.

     녹취 파일에 따르면 회의에 참가한 이들은 다른 노조의 파괴 사례를 언급하며 노조 조합원들의 의심을 잠재워야 한다며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명의로 전 직원에게 “현대증권 매각 없다”는 취지의 메일을 보내야 하한다고 건의했다.

    그러자 당시 회의를 주재한 ‘대표님’이 추진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담겨있다. 그리고 실제로 다음날인 9월 27일 전 직원에게 현정은 회장 명의로 메일이 발송됐다.

    또한 탐탁치 않은 이유로 당시 현대증권 김신 사장이 취임 6개월만에 경질되고 10월 9일 그 자리에 윤경은 사장이 취임했다. 앞서 녹취파일에서 민경윤 금융노조 위원장에게 적대감을 드러낸 현대증권 부사장이 윤경은 현 사장이다.

    이에 민경윤 민주금융노조 위원장은 “그동안 ‘현대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는 현대그룹 내부의 부정과 비리의 온상지인데, 현대그룹에 아무런 직책도 없고 관련도 없는 사람”이라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현대저축은행 부실의 원인에 대한 책임 등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했던 노조가 걸림돌이라고 생각하고 노조파괴를 모의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민 위원장은 “2008년부터 지금까지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이 직접 경영하는 체제가 아니라 현대그룹의 이사회 등 현대그룹과 관련이 없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사실상 지배되고 있다”며 임직원의 인사권 및 경영 결정권마저 좌지우지 하는 이 ‘보이지 않는 손’을 배후 실세로 지목했다.

    노조측은 녹취록 입수경위는 제보자 보호를 위해 밝힐 수 없으나 구체적 사실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밝힐 것이라며 7일 현대그룹 대표이사 및 임원에 대한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대선 후보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지금까지의 노조 파괴 시나리오가 팔다리에 불과했다면 오늘 공개된 노조파괴의 기획과 실행은 그 몸통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확인해준 것”이라며 “더욱 충격적인 것은 현대그룹에서 아무런 직책도 권한도 없는 자가 현대그룹 계열사 사장들을 좌지우지하는 기이한 형태의 경영실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심 후보는 “경제민주화는 시대의 요구이며 국민의 명령이다. 낡은 경제시스템 속에서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찾을 수 없다. 노동권의 보장 없이 경제민주화는 빈껍데기에 불과하다”며 “노조파괴 실체가 드러난 만큼 현대그룹 최고책임자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그는 “노조파괴의 기획과 실행을 담당한 자들에 대해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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