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와 반목, 비극의 땅 서아프리카
[책소개]『악마를 찾아서』(팀 부처/ 에이도스)
    2012년 11월 03일 01: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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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내전과 쿠데타, 블러드 다이아몬드, 저개발의 늪,

2007년 콩고에 대해 쓴 『피의 강』(Blood River)으로 영국 최고의 논픽션 상인 사무엘 존슨 상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는 저자가 이번엔 내전으로 멍든 서아프리카를 탐사한다.

쿠데타와 반쿠데타의 연속, 끝없는 내전과 부족간 갈등, 블러드 다이아몬드, 소년병, 원시적인 정령숭배 등으로 대변되는 서아프리카의 비극적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1935년 영국의 대문호 그레이엄 그린이 탐험한 서아프리카의 흔적을 쫓아간 지은이는 그린이 갔던 당시와 현재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목격하면서, 서아프리카에서 포로와 산데로 대변되는 비밀사회가 얼마나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악마가 지배하는 ‘비밀사회’를 찾아서!

서아프리카를 갔던 탐험가들이나 인류학자들은 ‘포로’(poro)와 ‘산데’(sande)라는 특별한 비밀사회를 발견하고 연구를 진행하지만, 비밀사회라는 특성상 그 실체가 쉽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침묵의 규율, 아프리카 심령술, 엄격한 위계 등을 특징으로 하는 이들 비밀사회는 외부인들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은이는 아프리카 특유의 기괴한 가면을 쓴 악마들에 의해 지배되는 이들 비밀사회가 바로 서아프리카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말한다.

비밀사회를 연구했던 인류학자들, 탐험가들, 선교사들의 이야기기 그리고 지은이가 직접 정글 오지에서 목격한 사실들이 흥미진진하게 결합된 이 책은 서아프리카의 역사와 인류학적 분석이 담긴 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악마’로 대변되는 서아프리카의 비밀사회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책과 차별화된다.

한편 지은이는 엄격한 위계질서, 침묵의 규율, 잔혹한 입문식 등으로 상징되는 서아프리카의 비밀사회가 공동생활을 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개인의 성공을 용납하지 않고, 정령숭배에 기초한 잔혹한 제의살인, 그리고 국가 권력을 넘어선 비밀사회의 막강한 권력이 서아프리카의 비극적 상황을 낳는 데 한 몫 했으며 이들 나라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서아프리카의 파란만장한 역사와 인류학적 통찰

찰스 테일러 같은 잔혹한 군벌, 블러드 다이아몬드, 원시적인 심령술, 쿠데타와 반쿠데타, 무정부주의, 소년병 등 현대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이 모든 혼란스러운 상황은 어디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일까? 왜 우리는 아프리카 하면 흔히 이런 혼란과 무정부 상태, 원시적 정령숭배를 떠올리는 것일까?

이런 혼란스러운 이미지들과 암흑의 대륙이라는 획일화된 편견을 아프리카의 실상을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될 뿐이다. 지은이가 서아프리카의 정글 오지로 직접 들어가는 것도 이들 아프리카 나라의 역사를 추적하는 것도 이런 자신의 편견을 깨기 위함이다.

영국 백인 식민주의자들의 ‘박애 프로젝트’에 의해 만들어진 시에라리온과 미국의 해방노예들이 건너가 건설한 ‘흑인공화국’ 라이베리아의 근현대사를 재구성하는 동시에 혹독한 서아프리카의 자연과 문화를 탐사하면서 지은이는 ‘암흑의 대륙’ 내부로 깊숙이 들어간다.

서아프리카 하면 포다인 산코나 찰스 테일러와 같은 잔혹한 군벌, 내전, 소년병, 원시적이고 잔혹한 제의(祭儀) 살인 등 자극적이고 피상적인 이해에 머물고 있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서아프리카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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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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