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다'는 것, 우리 삶의 핵심적 행위
    [책소개]『근대회화의 혁명』(게오르그 슈미트/ 창비)
        2012년 10월 20일 12: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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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지금 학교에서 생활디자인과에 재학하고 있다. 이름을 듣고 무슨 학과인지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쨌든 디자인학과다. 디자인학과에 재학하고는 있지만 디자인 말고도 다른 분야의 예술에도 전반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 디자인에 치중된 책보다는 전반적인 예술의 해석과 배경에 더 깊은 관련이 있는 미학 관련 책을 읽으려고 한다. 그 중에 미학에 대한 관심을 더 배가시킨 책이 진중권 교수의 미학 오딧세이이다. 미학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이 읽었던 터라 어렵게 읽었지만 그래도 미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미학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또한 한국 미술과 대한 나의 흥미를 일으켰다. 여름방학 때는 그의 답사기를 따라 여행을 해보면서 우리나라 고유의 미적 가치를 느껴보려고 하기도 했다.

    두 책을 읽고 전시회나 답사를 다니면서 느낀 점은 ‘본다’는 행위는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일학기 때 들은 디자인개론시간의 교수님의 말씀 중 기억에 남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말 중에

    “여러분이 살면서 만들 작품과 여러분이 살면서 볼 작품, 장면들 중 뭐가 더 많을까요? 당연히 볼 것들이 압도적으로 많죠? 그래서 디자이너에겐 본다는 행위는 정말 중요합니다.” 라는 요지의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우린 너무 쉽게 많이 ‘본다’. 그리고 너무 쉽게 엄청나게 많이 보여준다. 딱히 디자이너가 아니라도 보는 행위는 우리 삶에 핵심적인 행위이다.

    이 글에서 본다는 행위는 어떤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어떤 식으로 ‘보고’있나 하는 문제가 아닌 말 그대로 사물이나 장면을 인식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예술이 보여주는 장면에 숨어있는 상징이나 비유를 읽어내서 의미를 도출하는 행위까지 포함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본다는 행위의 중요성에 대해 깊고 높은 생각은 해보진 않았지만, 확실히 본다는 행위에 긴장감을 가지고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점은 확실하다. 본다는 행위에 긴장감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새로 보이는 것들로 인해 새로운 생각들이 마구 샘솟는다.

    심지어는 매일 타는 지하철의 풍경 속에서도 아름다움이 보이기도 하고, 태풍이 무서워 붙여둔 테이프의 모양에서도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한다. 일상에서 쏟아지는 이미지들에 대해서 모두 예민하게 감상할 수는 없지만, 보는 것에 대한 자각과 긴장을 갖고 나서는 일상의 이미지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하루하루의 일상에서 느끼는 아름다움들로 인해 일상 자체가 아름답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평범한 일상에 대한 긍정을 이끌어 내는 것. 나아가 인생 자체에 대해 긍정하게 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본다는 행위는 정말 중요하다. 물론, 그 반대의 효과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은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근대 회화를 보는 법에 대해서 예술을 이해하고 싶어하는 대중들에게 쉽게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회화의 중요한 몇 가지 기준들을 가지고 근대 회화에서 중요한 전환점에 있는 화가들이 가지는 의의를 중점적으로 설명한다.

    잠깐 예를 들자면 도미에, 씨슬레, 고흐 등이 있다. 특히 보는 행위와 관련해서 회화양식의 전환을 이루어낸 화가들이 이전에 있던 작품들에서 어떤 요소들을 ‘보고’ 나서 자신들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나가게 됐는지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예민한 관찰력,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통찰을 이끌어내는 과정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때문에 이 책을 통해서 근대 회화를 보는 법, 근대 회화작가들에 대해 이해하는 법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이 책을 통해 나는 또 하나의 눈을 가지게 되었으며, 또 다른 일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학생. 노수석 생활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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