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쌀부족 국가?
[농업과 농촌] 쌀의 운명도 국제 곡물자본 손아귀에 들어갈 수 있어
    2012년 10월 18일 10: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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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쌀 생산량 조사가 발표됐다. 355만톤의 쌀이 생산된 1980년 이래 최저 생산량을 기록했다. 이명박 정부의 장점인 100년만의 시리즈에 빗대면 30년만의 흉년이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2012년 쌀 예상 생산량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내 쌀 생산량은 407만4천톤으로 지난해 422만4천톤보다 3.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1980년 무슨 일이 있었을까?

올해 쌀 생산량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한국의 쌀 자급률이 처음으로 100%를 이뤘던 것은 1976년이다. 당시 박정희 정권의 강력한 혼분식 장려, 막걸리에 쌀 사용 금지 등 쌀 소비 억제정책과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가 전국적으로 보급되면서 600만톤에 이르는 쌀을 생산했다.

그후 전두환 군사정권이 들어선 1980년, 하늘의 저주였을까 그해 여름 전국적인 이상저온으로 냉해가 발생해 쌀 생산량이 355만톤으로 크게 줄었다. 해방 이후 최악의 흉년으로 기록된다.

농민은 하느님과 동업한다는 말처럼 자연의 힘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 자연재해로 인한 생산량 감소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 문제는 흉년이 아니라 이후 전두환 정부의 대처다.

흉년이 들자 12.12사태와 광주민주화항쟁을 살인진압하면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정부는 위기의식을 느꼈고 부족한 쌀을 수입하기로 결정한다. 1981년에 전두환 정부는 쌀 소비량과 쌀 생산량을 계산해 부족분 2백25만톤의 쌀을 수입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에서 쌀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곡물메이저들이 순수하게 한국인들을 위해 저가에 쌀을 팔 리가 없다. 한국인들이 먹는 쌀인 자포니카는 세계적으로도 생산량이 많지 않다. 한국에서 2백25만톤을 수입하려하자 곡물메이저는 국제 쌀값을 2배로 올려버렸다. 울며 겨자 먹기로 2배 오른 가격으로 수입을 했지만 한국의 무능한 정부는 미국의 요구로 이면합의를 해준다. 그 이듬해인 1982년 27만톤, 1983년 22만톤의 미국쌀을 추가로 수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정부는 청문회까지 열게 된다.

1980년 흉년의 첫 번째 교훈은 주식인 쌀이 부족하면 곡물메이저들은 얼마든지 가격을 올려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식량주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 당시 정부는 부족한 쌀을 수입하기 위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쌀의 이월재고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약 50만톤의 쌀을 더 수입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추가로 2년동안 50만톤의 쌀을 추가로 수입하기로 약속을 했으니 1982년 이후 한국의 쌀이 남아도는 지경에 이르렀다. 1982년 이후 쌀값 대폭락은 여기서 시작됐다.

정부의 쌀정책은 주먹구구

2008년, 2009년 연속 대풍으로 인해 쌀값이 하락하고 농민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농식품부는 시장에는 개입할 수 없다며 쌀 생산량 감소를 위한 대책으로 ‘논 소득기반 다양화사업’을 도입했다. 논 소득기반 다양화사업은 논에 벼 이외 콩, 조사료 등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1ha당 3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농식품부의 10월 12일 보도자료 중

2010년 이후 3년 연속으로 평년보다 생산량이 감소하고 올해 큰 폭으로 쌀 생산량이 줄자 농식품부는 이 사업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을 도입한지 1년만에 폐지하는 정책이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그것도 국민이 매일 세끼씩 먹어야 하는 주식인 쌀을.

올해 쌀 생산량 감소에 따른 정부의 대책은 수입이다. 농식품부는 브리핑에서 쌀 생산량이 민간 신곡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향후 수급과 쌀값 동향을 면밀하게 보아가며 필요한 수급안정 조치를 선제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쌀 생산 통계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도 있지만 이런 추세로 가다가는 쌀 부족 국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건 차지하고 2010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쌀 생산량이 감소했고 이는 정부의 쌀 생산량 축소 정책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상 기후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올해 태풍피해, 지난해 장마 등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로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 적정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2013년 신곡은 부족하지 않다?

2007년과 2010년에 쌀 생산량이 크게 줄었고 당시 통계청 발표에 대한 농가들의 불신은 대단했다. 농가들은 최소 10~30%가 줄었다고 주장했지만 통계청은 5%대 감소만을 주장했다. 이에 따라 통계청은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현백율을 조정했다. 현백율은 쉽게 말하면 벼를 얼마나 깎았느냐를 나타내는 수치로 흔히 ‘분도’를 주로 사용한다. 현미가 5분도이고 우리가 먹는 쌀은 12분도이다.

통계청은 2009년까지는 10분도(현백율 92.9%)를 기준으로 통계를 냈지만 지난해부터는 12분도(현백율 90.4%)를 적용해 2개의 통계를 내고 있다.

올해 쌀 생산량은 407만4천톤이지만 이 수치는 현백율 92.9%를 기준으로 한 것이고 지난해 통계청이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조정한 현백율 90.4%를 적용하게 되면 396만5천톤이다.

농식품부는 2013년도 민간 신곡 수요량은 401만5천톤이고 2012년 쌀생산량은 407만4천톤이기 때문에 6만톤이 초과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백율을 90.4%로 했을 경우 오히려 쌀은 5만톤이 부족하게 된다.

또 하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에그리플레이션이다. 에그리플레이션은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식료품 등의 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최근 밀가루, 대두(콩), 옥수수 등의 곡물가격 상승으로 국내 식품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연일 보도되고 있다.

밀가루를 주재료로 하는 라면, 국수, 짜장면 등의 값이 오르는 에그리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국내 쌀 소비량 감소폭이 줄어든다. 농식품부는 1인당 쌀 소비량은 매년 1.2~1.6kg 정도씩 줄어들기 때문에 내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전년대비 1.3kg 줄어든다고 가정(68.5kg)해 민간 신곡 수요를 계산했지만 오히려 1.3kg보다 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2008년 국제 곡물가 폭등으로 국내 식품가격이 올랐을 때 쌀소비량 감소폭이 줄어든 사례가 있다. 쉽게 말하면 짜장면값, 라면값, 외식비용이 오르면 나가서 사먹거나 짜장면 시켜먹거나 하지 않고 밥을 집에서 해먹는다는 이야기다.

즉 내년에 에그리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민간 신곡수요량은 정부 예측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정부 보유량에서 공공비축미는 충분한가라는 점이다. 농식품부는 공공비축미가 88만톤이 있다지만 이중 44만톤은 수입쌀이고 30만톤은 밥쌀용으로 사용하기 힘든 2008년, 2009년에 생산된 묵은 쌀이다. 즉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공공비축미는 10만톤 밖에 안 된다. 한국에서 하루에 소비되는 쌀은 9천7백톤으로 대략 10일치이다.

현재 정부가 식용이 가능한 쌀 11만톤을 갖고 있어 2013년 부족분인 5만톤을 구곡으로 충분히 채울 수 있다. 그러나 내년에도 올해와 생산량이 비슷하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정부 방침대로 쌀을 수입하면 해결될까. 그래서 내가 서두에 1980년 상황을 이야기한 것이다.

위에 서술했듯이 조정된 현백율을 적용하고, 에그리플레이션으로 인한 쌀 소비 감소폭이 둔화되면 내년에 먹을 쌀이 여유롭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제는 내년 쌀농사가 풍년이 되기를 온 국민이 기도해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한국인의 쌀이 처한 상황은 정부가 안일하게 쌀 문제를 취급하고 있고 쌀을 식량주권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가격안정을 해야 하는 단순 소비재로 보고 있어 장기적 대책을 세우지 않고 즉흥적인 대책만을 만들고 있어 발생한 문제이다.

올해 쌀 목표가격을 높여 변동직불금을 농민들이 더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고정직불금도 상향해야 한다. 또한 식량자급률을 법으로 명시해 논과 밭의 감소를 막고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짓도록 지원해야 한다.

하나 덧붙이자면 1980년 상황으로 현재를 논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지 마라. 올해 양파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오르자 농식품부는 할당관세를 통해 양파를 수입하기로 했지만 지금 중국산 양파가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중국산 양파 가격도 올라서 수입양파 가격과 국내산 양파가격이 차이가 없어서 수입업자들이 양파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

또 하나 곡물메이저 카길, 몬산토는 아주 유명한 유대자본이다. 그들은 주식회사도 아닌 개인회사로 돼 있어 철저하게 이익을 위해 움직이지 한국인들이 굶어 죽을까봐 저렴하게 공급하는 자선단체가 아니다.

필자소개
농업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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