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돈 많은 외국인만 영주권?
    2012년 10월 08일 04: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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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이자스민(외교통상위원회) 의원이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전국 57개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법무부의 영주권 전치주의 입법개정안(국적법,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영주권 전치주의란 국적법 개정안을 통해 외국인이 일반 귀화 또는 간이 귀화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먼저 영주자격을 취득한 후 일정 기간 동안 국내에 체류하면서 국민으로서의 기본소양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출입국관리법도 국적법 개정안에 따라 영주자격의 정의, 대상, 활동범위 및 심사기준을 신설하고, 영주자격자에게만 발급되는 영주증을 신설하면서 7년 단위로 갱신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함께 개정하는 것이다.

이자스민 의원과 이주민 단체의 기자회견 모습(사진=장여진)

법무부는 지난 2008년 ‘제1차(2008~2012) 외국인 정책 기본 계획’에서 영주권 전치주의를 도입할 뜻을 밝혔었다. 법무부는 이 제도의 기대 효과로 ‘국적 취득에 대한 검증 강화로 건전한 국민 양성 및 국가 정체성 확립 가능’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돈 많으면 일하지 않아도 영주권 취득 가능…정작 혈연관계없는 노동자는 불가능

그러나 이자스민 의원을 포함한 이주민과 관련한 단체들은 반대 입장이다. 이들은 이 입법예고안이 “영주자격 대상자를 한국인과의 가족관계 또는 혈통관계인 자와 소위 전문인력, 우수인력 등으로 한정해 기존보다 더욱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영주자격 획득 및 귀화 가능성에 이주노동자를 철저하게 배제하고 이주민의 체류자격을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영주자격 대상을 <출입국관리법> 제26조에서 ‘국민 또는 영주자격자의 배우자 및 그의 미성년 자녀’, ‘특정 분야에 우수한 능력을 보유하였거나,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사람’, ‘투자가, 전문인력 등 대한민국의 국익을 고려하여 법무부장관이 영주자격을 부여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라고 이라고 명시되어있다.

위의 자격을 갖춘 이들에게만 심사를 통해 영주체류허가를 내주는데 그에 대한 조건으로 ‘품행이 단정할 것’, ‘본인 또는 배우자 등 동거가족의 자산, 소득 등을 고려하여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있을 것’, ‘한국어 능력 및 대한민국 풍습에 대한 이해 등 대한민국에서 계속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 소양을 갖추고 있을 것’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상 돈 많은 투자자나 능력있는 인재만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또다른 문제는 난민 또는 일반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아예 영주권 신청 자격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난민이나 이주노동자라 하더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해 F-2 체류자격을 소지한 채 5년 이상을 국내에 거주하면 영주자격(F-5) 신청이 가능하지만 개정법률은 신청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

실제 노동을 하는 이주민들은 영주권을 받을 수 없고, 돈 많은 투자자는 일정 요건만 갖춘다면 충분히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게 되는 것.

외국인 배우자에 대한 가정폭력 문제는 더욱 심화 우려

기존에는 결혼이주민의 귀화 신청에 필요한 국내 거주기간은 2년이었지만 3년으로 상향조정됐다. 현행법에서도 한국인 배우자가 외국인 배우자의 영주권 취득을 허락하지 않아 일방적으로 출입국관리소에서 취소 통보를 한다던가, 또는 배우자에게 한국어 습득 기회를 전혀 제공하지 않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등, 한국인 배우자와 가족이 외국인 배우자를 소유물쯤으로 인식하는 문제가 개선되기는 커녕 악화되어 왔던 경향이 있다.

특히 2년 거주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이혼하는 경우, 또는 이혼하고 싶어도 영주권 취득을 위해 이혼할 수 없어 가정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등 외국인 배우자가 한국에서 제대로 된 법적 지위를 보장받지 못함으로서 발생하는 비극적인 사태는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개정 법률은 오는 10월 15일까지 입법예고기간을 거쳐 발효된다. 이에 이자스민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제이주문제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풀어야할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며 “현명하고 올바른 이주정책이 사회갈등을 줄이고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의원은 “우리는 아직도 소외되고 차별받고 있는 일부 이주민들의 환경과 조건을 개선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법무부가 법과 제도는 인간과 공동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임을 잊지 않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 의원 이외에도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생각나무BB센터, 공익법인 공감,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등 57개 단체가 함께 참여했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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