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양적완화 정책의 파생효과
    2012년 10월 05일 03: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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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재씨의 지난글 ‘통증조절(Pain Control)과 양적완화’를 보려면 여기를.<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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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우리는 미국 정부의 제3차 양적완화 정책의 의미와 한계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은 단순히 미국 내 효과에 머물지 않는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으며, 세계경제는 이전의 어느 시기와 비해 서로 긴밀하게 통합되어 있고, 상품과 자본의 이동도 빨라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의 거시경제 정책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졌음을 말한다.

양적완화 정책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위해 먼저 인플레이션을 정의해 보자.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이란 화폐 가치가 떨어져 물가가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수천 수만가지 상품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인플레이션이란 현상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주요한 원인은 통화량이 증대되어 화폐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즉 이번 미국 정부의 양적완화 조치는 시중 통화량을 증대시켜 가까운 미래에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킬 수 있다.

미국은 양적완화 조치로 부담을 미국 외의 나라로 떠넘겨

그럼 만약 이번 양적완화 조치가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킨다면 세계경제에 어떠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까? 교과서적으로 보면 인플레이션은 화폐와 실물경제 사이에 부를 재분배하고, 채무자와 채권자에게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친다.

먼저 화폐와 실물 간에 미치는 영향을 보자. 화폐가치의 지속적인 하락은 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보다 실물 자산이나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커다란 이익을 줄 것이다. 따라서 경제는 화폐보유를 통한 이득보다는 생산을 통해 이익을 보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 이렇듯 인플레이션은 ‘화폐’와 ‘실물’ 간에 부를 재분배하는 효과를 가진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채무자와 채권자간에 비대칭적인 영향을 미친다. 통화량 팽창에 의해 화폐가치가 하락하게 되면 ‘빚’을 가지고 있는 채무자는 부담이 줄어드는 반면, 채권자는 화폐의 가치하락 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가 만들어 진다. 즉 채권자는 액면 상으로는 동일한 금액을 채무자로부터 받지만 실제로는 가치가 낮아진 화폐를 받음으로써 손해를 보게 된다. 반대로 채무자는 동일한 액수를 채권자에게 지불하지만 이전 보다 낮은 가치의 화폐를 지불하게 됨으로써 실질적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은 신흥국의 생산을 통제한다.

이렇게 미국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통해 국내 생산을 유발시키고 부채의 부담을 완화시킴으로써 경제침체를 막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다. 그러나 지금 세계경제는 이전 시기와는 전혀 다른 맥락 속에 서 있다. 즉 미국 양적완화 정책의 본질은 세계경제 차원에서 보아야 보다 명확하게 분석될 수 있다.

그럼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세계경제에 파급되는 경로를 살펴보자.

그 중 하나는 ‘환율’이라는 전달벨트를 통해 세계로 파급되는 경로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인플레이션은 화폐가치 하락을 가져온다. 세계경제에서 이는 달러가치의 하락을 의미한다. 즉 달러가치의 하락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상품의 가격 경쟁력은 높아지며, 반대로 다른 국가의 상품은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하락한다. 즉 미국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은 환율효과를 통해 미국 내의 생산을 유발시키고, 미국으로 수출하는 대부분 국가의 생산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환율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세계화로 인해 국경간 자본이동의 자유화가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양적완화는 풍부해진 글로벌 유동성(달러)을 형성하고, 이 유동성은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고, 비교적 실물경제가 튼튼한 신흥국으로 단기에 걸쳐 대량 유입될 수 있다. 이는 신흥국의 통화 가치 상승을 확대시켜 신흥국의 수출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모습을 나타날 것이다. 또한 급격한 단기자본의 유출입은 신흥국 경제 안정성을 크게 훼손할 것이다.

문제는 달러는 단순히 국제무역에 따른 ‘교환수단’ 수단뿐만 아니라 ‘가치저장’의 기능도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은 달러를 준비금(reserve)라는 형태로 저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적완화 정책과 달러의 위기

2012년 현재 중국 3조2천억 달러, 일본 1조2천억 달러, 대만 4천억 달러, 한국은 3천2백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외환준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 외환준비금의 상당부분이 달러 혹은 ‘달러표시 자산’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만 해도 외환보유고의 90%이상을 달러표시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들 자산 대부분은 국내 물가상승 압력의 감소, 보유비용 절감, 유동성 확보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미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매입하거나 미국 금융시장에 투자되어 진다는 점이다.

세계경제 차원에서 볼 때 양적완화 정책에 희생되는 채권자는 미국 국민이기보다는 오히려 미 국채에 투자하거나 미국 금융시장에 저축한 다른 나라들이다. 이는 양적완화 정책이 미국 내의 부를 재분배하는 것을 넘어 세계적으로 부를 재분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100원에서 1,000원으로 하락하였다고 해보자. 이 경우 한국의 경우, 대미 수출은 감소되고 수입은 증대될 것이다. 또한 미국 ‘국채’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고의 가치는 환율 하락만큼 상실되어 질 것이다. 한국이 3,200억 달러 외환보유고 대부분을 미국 국채 형태로 가지고 있다면 30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이 일순간 공중으로 증발해버리는 효과를 가진다.

이는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에게 새로운 경제적 선택하도록 유인한다. 즉 손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천문학적인 달러표시 채권을 시장에 내 놓거나, 새로운 가치 저장 통화를 매입하여 자신의 준비금의 안정성을 높이는 행동일 것이다.

사실 이러한 행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여러 국가들에서 동시에 진행되어 왔다. 중국은 외환보유고 중 달러의 비중을 낮추고 유로화 또는 금의 비중을 높여가는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달러의 비중을 줄이고 있다. 외환보유고 중 96%나 차지하던 달러자산 비중이 최근에는 90% 초반까지 하락하고 있다. 대신 금과 같은 안전자산 매입에 보다 신경을 쓰고 있다.

문제는 달러가치 하락의 규모가 어느 정도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 손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라면 당분간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손해와 경제 불안정성 증대가 장기화되는 구조라면 상황은 사뭇 달라진다. 또한 미국 채권의 투매와 같은 사건이 다른 나라 사이에서 일시에 일어난다면, 그것은 아마도 상상도 못할 정도의 천문학적인 손해일 뿐만 아니라 달러기축체제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 양적양화는 달러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정책이기도 하다.

달러기축체제의 위기와 전략적 게임 시대로의 돌입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미국정부의 양적완화는 경제위기에서의 탈출을 위해 그 부담을 전 세계로 전가시키는 조치의 일환이다. 이는 동시에 국제통화로서의 달러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으로서는 경제위기로부터의 탈출과 국제통화로서의 달러 위상을 지키는 일은 절대 절명의 과제이다. 그런 까닭에 불가피하게 경제위기 탈출을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하더라도 달러의 위기가 심화되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둘 중 하나를 잃거나 포기하는 것은 세계경제의 중심으로서의 자신의 지위를 상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미국정부는 이 딜레마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미국정부는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전략적 게임을 진행시키고 있다는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할 것이다. 그러면 세계경제에 대응하는 미국의 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미국의 전략은 향후 새로운 세계경제의 질서가 어떻게 형성될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시금석일 것이다.

이러한 세계경제 격변기에 우리는 이 게임에 대한 전략을 논의하고는 있는 것일까? 아니 전략은 고사하고 이 게임의 룰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바야흐로 세계경제는 전략적 게임의 시대로 돌입되었다.

필자소개
중앙대학교 교양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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