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 이거 꼭 봐라, 레알이다."
[서평]『우리는 디씨』(이길호 저/ 이매진)
    2012년 09월 16일 05: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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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가 사는 공간이 정말 실재하는 것인지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다. 장자처럼 단순히 내가 꾸고 있는 꿈일지도 모르고, 또 실제로는 시험관 속에 뇌가 있는 것일 뿐인데 이 모든 것들을 인식하도록 전기적인 자극을 누군가 가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아니면 정말 사실적인 가상 시뮬레이션 게임의 가상공간에서 노는 중일지도 모른다.

단지 우리가 게임 중이라는 것을 잊었을 뿐이어서, 나중에 “죽으면” 처음 듣는 말이 “시간 당 천 원하고 백만 원 이하는 에누리해서 총 7억 원입니다, 고객님.”일지도 모른다.

“진짜 현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기 이전에 “가짜 공간”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가상공간이란 단어는 일상적인 단어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꽤 익숙한 편이다.

가상공간은 가상적인 무언가에 대한 3D 그래픽 관련한 기술 정도로 이해되고 있고, 사이버스페이스란 인터넷을 통해 이런저런 페이지를 돌아다니는 것을 시각화하여 상상했을 때 쓰이는 개념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개념을 넓혀보면 가상공간이란 현실 세계에 물리적으로 있지 않는 어떤 공간이라는 의미, 또 사이버스페이스에는 접속이라는 것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세계 혹은 이러한 세계들의 집합을 칭할 것이다.

이런 확장에 따르면 사이버스페이스는 단순히 인터넷을 통해 접속하는 그 무언가의 장소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단을 통해 접속하는 여러 세계들이다. 학계 역시 논문 혹은 다른 여러 교류들을 통해 접속하여 관련 정보들이 돌아다니고 재생산되는 일종의 사이버스페이스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인터넷 커뮤니티나 여러 가지 종류의 게임 혹은 스포츠는 물론이거니와, 시장, 몇 가지 인위적인 규칙을 통해 돌아가는 여러 모임들, 사회 시스템 역시 일종의 사이버스페이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람들은 나와 다른 것과 관계를 맺고 이미 다양한 사이버스페이스 속에서 살게 됐다. 이미 “실재하지 않은 것”들에 영향을 주고받고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진짜인지 또 어떤 것이 “가짜”인지 따지는 것, 혹은 시간을 쓰는 것이 “가짜”이기 때문에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한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현실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주변의 것들이 물리적인 실체로 존재하고 있느냐 보다는, 그 세계들이 각각 어떠한 규칙으로 운영되며 또 그 세계를 통해 어떤 것들을 주고받느냐 일지도 모른다.

“디씨 인사이드“라는 사이버스페이스의 특징을 규정하기 위해 이 책에서 꼽은 키워드 네 개는 증여, 전쟁, 권력, 의지다.

필자는 지구 위의 다른 다양한 사회 모습과 문화인류학 용어를 통해 ”디씨 인사이드“의 세계는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또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예전의 존댓말 문화에서 지금의 막말문화가 됐는지, 또 디씨 안에서 어떤 식으로 자신들을 정체화하고 자신이 스스로 정체화한 모습들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서로 맺는 관계가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야 된다고 믿는지, 또 그 사회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려고 하는지 나타나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폐인 혹은 인터넷 폐인 짓을 두고서 “쓸데없는”이라는 뜻의 ‘잉여’라는 단어를 쓴다. 하지만 인터넷의 커뮤니티는 상당히 다른 법칙을 통해 운영되긴 하지만 하나의 사회일 뿐이다. 그 사회에서 일어나는 담론들이 어쩌면 의미 없어 보일지도 모르나, 여태껏 인터넷을 쓰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디씨의 문화 혹은 디씨의 생산물들이 영향을 줘 왔던 것이 사실이다.

디씨를 지배하는 규칙은 사람들이 여태껏 접하던 학계, “일상적인 사회” 등과 크게 다르다. 하지만 디씨에서 사람들이 구성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사회다. 만약 디씨에 대해서 또 디씨인들이 그 속에서 어떤 것들을 이야기하고 어떤 방식으로 생활하는 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먼저 이 책을 한번 읽어보고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필자소개
학생. 연세대 노수석생활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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