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 사유제한 제도화 사례돼
    상시 지속업무, 정규직 채용이 상식"
    [인터뷰] 주진우 서울시 노동보좌관①…"관행 바꾸기 어려웠다"
        2012년 05월 22일 10:22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지난 5월 1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노동절 집회. 박원순 서울시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서울시장의 노동절 집회 연설은 최초의 일이다. 그의 첫 마디는 이랬다. “여러분, 주진우 민주노총 전 비정규실장을 노동보좌관으로 모셨습니다.” 박 시장은 이날 주최 측의 우려와는 달리 참석자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으며, 주진우는 민주당 소속 시장의 노동보좌관을 한다고 비판을 받지 않았다.

    지난 3월 서울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1054명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노동절 직전인 4월 30일 그 보다 79명이 늘어난 1133명을 5월 1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주진우는 민주노총 이전 전노협 시절부터 노동운동을 해왔다. 전노협 초기 기관지 만드는 일을 잠시 한 이후에는 줄곧 정책기획 쪽에서 일해 왔으며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다루는 책임자도 역임했다. 민주노총을 그만 두고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에서 잠시 일하다가, 현재의 자리에 이르렀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주진우가 서울시 비정규 대책을 마련하는데 중심에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았다. 물론 서울시의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특히 간접고용에 대한 부분은 이제 실태조사를 시작하는 수준이다.

    그리고 박원순 시장만 정규직화를 한 것도 아니고, 주진우 개인이 이런 일을 이룬 것도 물론 아니다. 하지만 그가 비정규직 문제를 풀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데 의심을 하는 사람은 없다. 지난 5월 14일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에서 주진우 서울시장 노동보좌관을 만났다.

    * * *

    상시 지속 업무 정규직 채용이 상식

    정종권 먼저 서울시가 추진하였던 비정규직 1133명의 무기계약직 전환 과정에 대해 설명해 달라.

    주진우 지난 5월 1일부터 서울시가 직접 고용했던 비정규직 중에서 113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였다. 작년에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자치단체에 그와 관련한 실행계획을 세울 것을 요구하였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예산 등을 투여하여 직접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겠다는 것보다는, 그런 내용을 정규직 예산을 들여서 하는 것으로 되었다. 꼼꼼히 살펴보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이미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의 선거 과정에서부터 서울시의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밝혔다. 그래서 서울시에서부터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공부문이 앞장을 서고, 또 민간부문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먼저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우고 진행하였다. 첫째는 정규직 채용 원칙이다. 늘 필요로 하는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인 경우에는 정규직 채용이 상식이라는 것을 실현하고 싶었다.

    또한 현재 있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 문제만이 아니라 이후 채용의 원칙, 즉 새롭게 채용을 할 경우에도 상시적 지속 업무에 대해서는 정규직 채용이 원칙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

    주진우 노동보좌관(사진=정종권 기획위원)

    2년 근무 조건 없애

    둘째는 정규직이 되면서 여러 차별 문제가 제기되었고, 고용은 일정하게 안정이 되었지만 처우는 그대로였던 이전의 상황을 개선할 방안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래서 정부가 공공부문 대책을 낸 것에 비해서,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상당히 진전된 내용으로 채우려고 했다.

    정부 대책안의 정규직 전환의 기준은 2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 2년 이상 계속될 업무에 대해서 정규직화 하는 기준이었는데 저희는 앞부분의 2년 근무 조건을 없앴다. 앞으로 상시적으로 지속될 업무라면 이전에 2년 이상을 근무했든, 2년이 안 되었든 관계없이 정규직 전환대상에 포함시켰다. 만약 6개월 전에 새로 신설된 업무이고 그래서 업무기간이 6개월밖에 안된다고 하더라도 이후 상시적으로 지속된 업무라면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포함시킨 것이다.

    또 20여 개의 여러 제외 사유, 현재의 기간제법에서 2년 이상 근무했을 경우 무기계약 고용으로 간주하는데, 그렇게 간주하지 않을 예외 사유가 23가지 가량 있다. 그 사유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나이 기준이다. 55세 이상의 고령자일 경우에는 무기계약으로 간주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률 조항이 있었고 정부안도 그랬다.

    저희는 그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서 55세와 59세 사이의 노동자일 경우에도 제외 사유로 인정하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이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이 사람들을 전환 대상에 포함시켰다.

    셋째는 평가와 관련된 내용이다. 정부는 업무 내용과 성적, 자질 등에 대한 평가를 통해 선별해서 정규직화하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서울시는 평가 과정 자체를 없앨 수는 없었지만, 말 그대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정규직으로 전환시키자는 생각이었다. 누구나 동의하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이 포함되는 방식으로 즉 선별하는 방식이 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런 내용이 큰 틀의 첫 번째 부분, 즉 정규직화와 관련된 부분이다. 이에 대해 요약하자면 상시 지속 업무에는 정규직화를 확실히 실현하고, 또 적용 대상에서는 정부 기준보다 가능한 완화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전환 대상이 되도록 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전환 이후 연봉 300~400만원 늘어

    큰 틀에서 두 번째는 전환자의 차별 문제에 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본청 소속일 경우에는 정규직 전환한 사람들에게 호봉제를 도입했다. 비정규직일 경우에는 근속 연수와 상관없이 임금 수준이 그대로 갔다.

    그래서 우리는 전환 대상자들을 현재 무기계약직으로 되어 있는 분들(상용직이라는 불리는 분)과 임금체계를 통합했다. 물론 임금 개선은 되지만 시작점은 현재 상용직보다 조금 낮은 수준에서 출발한다.

    전환 이전의 비정규직 경우 평균적으로 연봉이 1400~1500만원 수준이었는데, 전환 후에는 1호봉이 1800만원 수준에서 시작해 호봉에 따라 올라갈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무기계약직으로 정규직화 되었다고 하더라도, 흔히 ‘중규직’이라고 불리고, 고용은 일정하게 안정되었지만 임금수준은 이전 비정규직일 경우와 그대로였던 상황을 개선하여, 시작 지점도 조금 올리고 근속연수에 따라 상승되도록 했다.

    아직 투자출연기관까지 일괄적으로 적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투자출연기관은 기간제 부분이 이미 본청보다 급여나 처우 수준이 조금 높다. 호봉제를 도입하는 경우도 있고 안하는 경우도 있다. 향후에는 투자출연기관에서도 정규직 수준과 대비해서 추가적 조치를 취해서 차별을 개선을 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이 1차 대책이고 이후에 추진해야 할 과제로 크게는 ‘간접고용’ 부문이 남아 있다. 간접고용과 관련해서는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고 8월 말까지는 나와서 2단계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 전까지는 이번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빠진 부분 중 추가로 포함시킬 부분이 없는지를 점검하고, 가장 큰 부분은 위탁 등 간접고용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관련한 내용을 추가할 예정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관행 바꾸는 과정 어려웠다

    정종권 특별한 어려움이 없었나? 정부의 전환 지침이 있었지만 다른 자치단체에서는 예산 문제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향이 많다. 이런 부분은 포함하여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것 같다.

    주진우 당연히 어려움 있었다. 서울시 본청, 사업소, 투자기관, 출연기관의 순서로 서울시에서 조직이 멀어질수록, 책임자를 포함해서 구성원 모두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필요성과 절박함을 느끼는 정도가 떨어졌다. 이들과 협의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좀 소요되었다.

    또 IMF 이후 공공 부문도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고용 관행이 생겼기 때문에 그 관행을 바꾸는 과정이 그만큼 어려웠다. 관행이 있었던 만큼 관행을 바꾸는 것도 어려운 것이었다.

    제도적으로 보면 정부가 총액임금관리제를 진행하고 있는데,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나 정규직화에 필요한 비용이 총액관리제의 관리 대상이 된다. 공공 부문에서 정부지침이 있으니 뭘 하려고 해도 재원 문제가 걸린다.

    그래서 공공기관이 사람을 채용하려 해도 정부의 총액임금 관리 대상과 재원 바깥에서 운영하려고 하게 되고 그러니 기간제 등 비정규직으로 가는 구조적 문제가 생기게 된다. 예산 문제가 걸리니까.

    이번에 정규직 전환 대상자들도 정부의 총액임금 관리 대상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래서 예산에서 부담을 가지게 되고, 예산 집행 부서에서는 정부지침과 갈등을 우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부분과 아직까지는 크게 부딪히거나 갈등하는 경우는 없었고, 관행을 바꾸고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조금 시간이 필요했다.

    사유제한 제도화 사례

    정종권 비정규직 대책과 관련해서 다른 자치단체의 경우 예산 문제에 대한 어려움을 많이 제기한다. 이번 서울시 전환 과정을 보면 서울시라는 주체가 공공부분을 대상으로, 그것도 예산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할 수 있었다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민주노총에서도 일했던 경험에 비춰볼 때 이런 시도를 확장하려면 법과 제도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어디고, 어려운 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주진우 이번 대책을 내면서 정부에 몇 가지 대책을 건의했다. 그 중 하나가 총액임금관리제와 관련된 것이다. 총액임금관리제가 현행대로 유지된다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데 상당한 난점이 된다.

    그래서 이번의 전환 과정과 같은 경우는 총액관리제에서 관리 예외로 해달라고 건의를 했다. 정부도 일시적으로는 허용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예산과 제도적으로 애로점이 없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총액임금제의 전면 폐기는 어렵다하더라도 그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정종권 박원순 시장이 민주당 소속인데, 19대 국회가 개원되고 환경노동위원회가 구성될 텐데, 이런 차원에서 보다 구체적인 계획과 고민이 없나?

    주진우 : 자치단체장이 입법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행정이나 자치 문제에서는 능동적인 의견을 낼 수 있지만 중앙부처의 정책과 관련해서 아주 능동적인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기간제법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기간제법이 2년 이상이 된 사람들을 무기계약으로 간주하고 있는데, 아시다시피 이 조항이 2년 이상 근무한 사람들을 무기계약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2년 이전에 해고하도록 유도하는 측면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서울시의 전환 정신에서 보더라도, 상시 지속업무에서는 정규직 전환이나 신규 채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관행과 제도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작은 규모이지만 1133명의 정규직 전환 과정을 제도상의 의의를 가지도록 하자는 관점에서 추진했다. 노동계에서 얘기해왔던 ‘비정규직 사용의 사유제한’의 제도화하는 한 사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기본 원칙을 정규직 채용이라는 상식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모든 사람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비정규직을 사용해야 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고, 그렇지 않은 상시 지속 업무에는 정규직 채용을 원칙과 상식으로 생각하도록 법 제도 개선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계속)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