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값이나 벌려고'라는 이데올로기
    2008년 10월 06일 04: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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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동권과 여성 노동의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진보신당이 마련한 여성정치포럼이 ‘노동시장 내 성불평등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9월 29일 저녁 7시 진보신당 중앙당 회의실에서 첫걸음을 내딛었다.

토론에는 발제를 맡은 한림대학교 신경아 교수와 지정 토론자인 여성문화이론연구소 문은미씨 이외에 열 명 남짓 참여했다. 박김영희 진보신당 공동대표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참여자들이 돌아가며 간략한 자기 소개로 토론회의 말문을 열었다.

곧 이어 발제자인 신 교수는 어떤 관점에서 성불평등을 볼 것인가, 그리고 노동자에게 어떻게 희망을 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발제를 시작하였다. 

   
  ▲지난 29일 진보신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1차 여성정치포럼(사진=진보신당)
 

반찬값 정도 벌려고?

발제의 노동시장 내에서의 성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서 살펴봐야 하는 것들을 크게 두 축으로 봐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한 축은 젠더 문제, 즉 성평등과 관련된 문제였고, 다른 한 축은 일과 가족의 양립이었다. 대부분 일하는 여성의 경우, 주부라는 정체성을 가진 채로 일을 하기 때문에 ‘가족’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또한 성별직업 분리 때문에 젠더 문제에서도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대부분 남성들의 임금은 개개인의 임금이 아니라 일종의 ‘가족임금’으로 여겨져 왔고, 이에 따라 남성들이 주부양자, 여성들은 생계 보조자 개념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구조적인 불평등이 야기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흔히 일하는 여성들이 ‘반찬값이나 애들 학원비 정도 벌려고 일해.’ 라고 말하는 상황이 바로 그 맥락이다.

맞벌이로 일할 경우 가계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여성들이 벌어들이고, 여성이 가장일 경우 가계 수입의 전부를 여성에게 의지함에도 저 말이 통할 수 있을까. 이는 은연 중에 여성들이 하는 일이 불평등하게 취급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성별 직업 분리란 여성과 남성의 일을 나누고 위계를 설정함으로써 여성을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 위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현재 비정규직 문제로 확대되기도 하였다. 초기 비정규직은 여성들에게 해당하는 문제였지만, 지금은 여성뿐만 아니라 반 이상의 노동 인구에 해당하는 문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서구의 다른 나라에서도 일-가족의 양립과 성별 직업 분리는 해결해야 할 숙제와 같다. 대처 방안은 미국형, 스웨덴형, 네덜란드형, 핀란드형 등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미국형은 국가에서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아 민간 기업이 알아서 사내 복지를 확충하는 시스템이다. 스웨덴형은 평등을 내세운 모델로, 시간당 임금이 성별과 상관없이 동일하다. 그러나 대부분 여성이 파트타임에 종사함으로써 오히려 성별 직업 분리 상황이 강고해진 상태이다. 풀타임으로 일하는 남성과 달리 일하는 시간이 적으므로 지위와 승진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네덜란드형은 현재 실험 성격이 강한 모델로, 남녀 모두 파트타임을 기본으로 하여 임금 총액이 적어 복지 예산을 동결하는 대신 가정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낼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풀타임에 종사하던 사람들 중 파트타임으로 전환한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이고, 남성들은 풀타임에 그대로 종사함으로써 이 역시 성별 직업 분리를 불러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핀란드형은 여성과 남성 모두 풀타임을 기본으로 하고, 아이가 어릴 때 육아휴직을 신청하거나 파트타임으로 전환하여 일하게 함으로써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엄뿔’ 한자의 휴가에 환호했던 이유

이 네 국가 모두 현재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꼭 어떤 나라의 모델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30대 이후에 살아남는 정규직 여성이 거의 없다는 한국의 현실을 생각해 볼 때, 어떻게 해서든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저소득 가정일수록 여성의 임금이 가정 유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 고용이 불안하고, 재고용 역시 어려운 비정규직으로만 노동이 가능하다면 큰 문제 아닌가. 게다가 한국은 성별에 따른 직업 분리 현상 역시 크게 나타나고 있고,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위험 부담이 일하는 남성보다 일하는 여성에게 훨씬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

발제자도 계속 강조했지만,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일 – 가족 – 개인의 시간이 균형을 잘 이루고 있어야 한다.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많은 시간이 ‘일’에 쏠려 있고, 여성들은 ‘가족’에도 시간을 쏟아야 하니, 결국 ‘개인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은 공허하게 흩어질 뿐이다.

‘가족’ 일의 경우 남성들보다 여성들의 노력을 더 요구된다는 통념은 ‘돌봄 노동’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일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것이 바람직할진대, 대부분의 돌봄을 여성, 특히 어머니/며느리/아내의 자리에 있는 주부들에게 주로 전가함으로써 더욱더 불균형이 커지는 것이다.

남성은 ‘돌봄’에 있어서 공동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도와주는 것’으로 취급하는 인식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조사를 통해서 나타난 결과, 남성들이 자녀를 돌보는 시간이 여성의 1/10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자녀를 돌보는 것도 이럴진대, 가족 구성원과 가정을 모두 돌보고, 게다가 집안 어르신까지 돌봐야 하는 여성들은 얼마나 강박감을 느끼고 살겠는가. 최근 주말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주인공 한자가 휴가를 떠나는 상황을 이 세상 주부들이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 주부가 아니면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다 좋은데, 주인공이 빠진 듯해서

실질적으로 여성을 위한 의제 발굴을 위한 첫걸음으로 내딛은 이번 여성 정치 포럼을 나는 무척이나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또한 환영한다. 그러나 쓴 소리 한 마디하고 넘어가야겠다.

‘일하는 여성’들의 ‘실질적 문제’를 파악하고, ‘현실 정치’를 위한 ‘의제 발굴’을 위한 포럼이었는데, 어째서 이번 포럼에 참가한 사람 중에 일반 직장 여성은 없었을까? 포럼이 있었던 월요일 7시라는 시간이 그들이 할애하기에 가능한 시간이긴 했을까?

현실 문제를 들으려면 실제 그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야 할 텐데, 사실 이번 포럼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반적인’ 일하는 여성들은 참석할 수조차 없지 않았는가. 포럼을 준비하고 참가한 분들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그러나 참여자 중 대부분이 ‘일반 직장인’보다는 ‘활동가’에 가까운 사람들이라는 것도 사실 아닌가. 당장 나만 하더라도 아직은 미혼에 학생이라 실제 일하는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자세하게 잘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렴풋이만 알고 있을 뿐이고.

앞으로 10월과 11월에 두 차례의 포럼이 더 진행될 것이다. 그때는 직장에서 일하시는 여성분들의 참여를 위한 배려와 고민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디 1차 포럼보다 더욱 풍요롭고 현실적인 여성 정치 포럼이 되어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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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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