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파, 사주를 보다
        2008년 10월 01일 11: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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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도사는 많았더라. 도술을 쓴다는 대사 아닌 달마도사, TV에 나왔던 ‘부채도사’와 ‘무릎팍도사’, 만화영화에 나왔던 배추도사-무도사, 전문직인 PC도사와 수능만점의 신화 수능도사, 영어의 제왕 스피킹 도사, 그리고 경남 양산에 자리 잡은 통도사(?)까지.

    도사 아닌 사람이 없는 세상에 이런 도사도 있으니 이름하여 ‘진보도사’. 대체 진보도사는 무슨 도사인가? 마르크스와 트로츠키, 레닌으로 무장된 이론의 도사인가, 아니면 한국에서 진보운동에 족적을 남긴 출중한 활동가, 조직의 도사인가?

    레디앙 악플이 무섭지도 않은가

    ‘진보도사’는 그냥 말 그대로 ‘도사(道士)’다. 다만 진보주의자이기 때문에 앞에 ‘진보’를 붙여 닉네임이 ‘진보도사’가 되었다. 위험한 일이다. 도사 앞에 감히 ‘진보’란 이름을 붙이다니. <레디앙> 악플과 사상 검증이 무섭지 않은가?

    어쨌건 그는 <다음>카페에서 진보사주카페(http://cafe.daum.net/jinbosajucafe)를 열고 그곳 지하연구소에서 활발하게 영업 중이다. 무료로. 그는 카페에서 역술 공개강좌도 하고 우주자연과 인간에 대한 허심탄회한 ‘개똥철학’을 놓고 좌담을 펼치자고 제안도 한다. 역술 도서관에서는 역술의 고전 ‘증산복역’과 ‘자평진전평주’등의 번역본이 올려놔 역술스터디를 돕기도 한다.

       
      ▲진보사주카페
     

    이명박 정권이 아직도 무려 4년 6개월여나 남은 답답한 상황, 촛불 이후 진보정치에 대한 언론과 국민들의 무관심이 다시 이어지는 암담한 상황, 알쏭달쏭한 교수님들과 언론인, 전문가들의 수많은 분석과 해법을 보고 더욱더 암울한 마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진보도사’를 찾았다.

    올해 34살인 ‘진보도사’는 현재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석사논문을 준비 중이다. 시각 장애가 있는 그는 ‘스크린 리더’를 이용해 진보신당 게시판과 진보사주카페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전화로 그를 만나봤다. 

                                                      * * *

    "민노당 너무 엄숙해서 나왔는데, 진보신당도 못지 않아"

    -안녕하세요 도사님.

    =네 안녕하세요.

    -도사님께 진보의 길을 물으려 왔습니다. 그나저나 이 카페는 언제 문을 열었나요? 혹시 카페를 개설한 목적이 있나요? 지하연구소에선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나요?

    =8월 12일 개설했습니다. 제가 전에 민주노동당에서 당원으로 활동하다가 진보신당으로 옮겼거든요. 뭐 말이 당원이지 당비 내는 것 밖에 없고 활동도 잘 안 하지만, 어찌됐건 제가 민주노동당을 나온 이유는 다른 것보다 ‘너무 엄격해서’ 나온 것이었는데 진보신당도 너무 엄숙하더군요 그래서 좀 재미있어 보자고 개설했어요 

    아무래도 양당 모두 거대담론을 좋아하더라구요, 그 담론들에 둘러쌓여 개별 사람들을 놓치기 쉬운 것 같습니다. 사실 사주라는 것이 좀 ‘찌질’하잖아요, “자식들 공부 잘하겠냐?”, “돈 잘 벌겠냐?”라는 질문들이 많은데 이런 질문들이라도 사람 사는 모습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개설했습니다.

    -근데 ‘진보도사’라니요, 진보와 역술이 연결이 잘 안되는 것 같은데.

    =당연히 연결이 안되죠, 봉건시대에나 맞는 것이 역술입니다. 또 잘 맞지도 않아요. 같은 사주인데 누구는 하는 일 없이 돈 많이 버는 관리가 되고 누구는 우리나라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을 해야 하죠. 책을 보면 정승이 된 사람이 자신과 똑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들을 불러모았는데 그들의 사는 모습이 천차만별이라고 하더군요.

    "역술은 원래 잘 안 맞아요"

    TV를 봐도 그렇잖아요, 사주보는 것들이 나오지만 맞는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맞추지 못해요. 그럼에도 역술은 하나의 문화 현상이자 상품이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역술과 진보는 연결이 안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만약 사주가 맞는다고 가정해보고 거지사주가 있다고 생각을 해보면, ‘한국의 거지사주와 스웨덴의 거지사주가 똑같은가’라는 문제가 있죠. 같은 팔자라고 해도, 똑같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도, 사회구조가 어떠냐에 따라서 거지팔자에도 차이가 있는 거죠.

    팔자라고 하는 것이 있지만 사회가 좀 더 나아진다면 어려운 사람, 실패한 사람들이 더 쉽게 일어날 수 있게 되는 거죠.

    -아! 그렇군요, 근데 혹시 사주 말고 다른 것도 보시나요? 토정비결이나 관상 같은.

    =할 줄 아는 게 사주보는 것 뿐이예요. ‘사주명리학’과 주역을 변형한 ‘육효’를 조금 배웠어요. 별점도 조금 배웠고, 그런데 제가 시각장애인이거든요. 망막색소변형이라는 유전병을 앓고 있는데 처음부터 시력이 안 좋다가 점차 시력이 더 나빠지죠. 처음 병을 알았던 건 고 3때였어요. 어쨌건 관상은 그래서 못 봅니다.

       
      ▲영화 ‘작업의 정석’의 한 장면
     

    MB 개인 사주보다 정권 팀워크의 문제

    -그렇군요, 이제 본격적으로 상담을 해야겠습니다. 이명박 정권, 피곤합니다. 혹시 이 대통령의 사주는 보신 적이 있나요? 여론이 안 좋은데. 임기 중 특이사항이 있습니까? 

    =저 스스로도 사주는 잘 안맞는다고 생각은 하지만, 사주는… 봤죠. 기업인 사주로는 괜찮았습니다. 지난해에는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대운(大運)도 있었구요, 서울시장과 대통령될 때 사주는 “멋지다”고 할 만큼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사주는 선악을 말해주지 않죠, 어쨌건 사주상으로는 임기를 잘 마칠 것 같아요

    그런데 대통령이나 되는 정치인은 개인의 사주만으로 운명이 좌우되지 않아요. 이명박 대통령을 둘러싼 집단의 천명이 부여되기도 하지요. 이명박 정권의 팀워크의 문제라는 거예요

    -임기를 잘 마치는군요. 그럼 개인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제 개인적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을 보는 것과 일반 사람을 보는 것은 같아요. 저는 개인으로 보지 않고 이명박 정권의 권력 출처를 놓고 보고 있습니다. 그의 정치자금과 권력의 출처를 따라가 보면 부자와 대형교회들이 나오지요. 이 대통령은 지배계급의 일종의 얼굴마담 같아요

    강기갑-심상정은 정보 없어 못 봐

    -진보세력이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혹시 진보정치의 대표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나 진보신당 노회찬-심상정 상임공동대표의 사주를 본 적이 있나요?

    =인터넷에 떠다니는 개인정보는 정확하지 않아요. 그래서 강기갑 대표나 심상정 대표의 사주는 보지 못했지만 노회찬 대표의 사주는 본 적이 있습니다. 카페 게시판에도 올려놨어요. 노 대표는 사주상으로 전형적인 진보운동가였습니다.

    올해 같은 경우는 운이 좀 안 좋아요. (-그래서 총선에?) 그건 잘 모르겠고, 2010년에는 운이 좀 괜찮습니다. 2012년엔 더 좋고요. 그렇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정치인 사주는 팀워크가 중요하죠. 노 대표의 사주는 진보적으로 남을 것이냐, 사회질서에 편입될 것이냐 갈리는 사주예요. 그런데 본인이 진보를 선택했으니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이겠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나중에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요, 양당의 창당일에 맞춰 하나의 사람으로 가정하고 사주를 볼 수 있나요?

    =그렇게 사주는 보지 않았어요. 나중에 보면 재미있을 것 같군요, 그런데 민심은 천심이라고 예전 봉건시대에도 이런 말이 있었지요. ‘백성을 살펴서 천운을 가른다’는 것인데 개인적으로 진보신당의 게시판을 보면서 이런 점을 느끼고 있지요.

    진보신당 초반 생명력-활력 잃어가 

    창당 초기인 4~5월에 비하면 진보신당의 게시판에 경직된 면이 많아요, 진보정당은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게시판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없지요. 사람들도 피로해 하는 것 같아요. 진보신당이 초반의 활력을 잃고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가면 미래가 밝은 것 같지는 않아요

    -묻어가는 것 같지만 같은 생각입니다. 진보정치가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만, 이건 역술의 문제가 아니군요, 한 명의 당원으로서 말씀해주세요.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다만 개인 당원으로서 제가 바라는 것이라면 말할께요, 예전 민주노동당에서 지역위원회 대의원도 해보고 분회를 책임져 본 적도 있거든요. 저는 사실 아무 생각 없이 지역 당원들과 그냥 ‘놀고’ 싶었어요. 그들과 이웃이 되고 싶었지요.

    그런데 위원장, 사무국장이 있는 술자리에 가면 왠지 모르게 술자리가 활력을 잃어요. 재미도 없고 당원들의 자발성도 없죠. 당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뭘 원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허심탄회하게 모아주었으면 좋겠는데, 게시판을 보면 이념적인 집단 린치와 투쟁소식 밖에 없어요. 당원들의 재미있는 얘기가 없었어요.

    진보신당이 잘 되려면 당장의 투쟁도 간과하거나 외면할 수 없지만 당원들이 자기 얘기를 할 수 있을 만큼 편하게 만들어 주었으면 해요. 정말 부족한 사람의 얘기라도 들어주고 필요하면 박수도 쳐줘야 해요, 진보정당의 당원이라고 해서 꼭 정치의식이 뛰어난 것은 아니예요. 더 많이 현실주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선을 낮추고 일반당원과 활동가, 당직자 간에 의사소통이 중요할 것 같아요.

    레디앙 댓글 참 무섭더군요

    이건 <레디앙>에도 적용되는 것 같아요, <레디앙> 댓글이 참 무섭던데 어차피 팍팍하게 진보를 재단해도 현실은 변하는 것이 없어요. 조금 의사 소통에 차이가 있더라도 애정어린 시선으로 품어주었으면 해요.

    -저도 <레디앙> 댓글은 잘 안봅니다. 아흑… 혹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사주-역술은 문화이기도 하지만 미신이죠, 비논리적이예요, 저도 카페글에 사주가 비논리적이라고 써놨는데 그게 조회수가 가장 많더군요. 이 부분에 관해서 논쟁하고 싶으신 분들도 카페로 오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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